[사설] 첫날 파행 빚은 국감, 대선 기싸움에 민생 뒷전은 안 돼

2021. 10. 1.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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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문재인 정부 임기 중 마지막 국회 국정감사가 3주간의 일정으로 시작됐다. 국정감사는 정부가 맡은 나라 살림 전반을 국민 대표기관인 국회가 꼼꼼히 살펴 잘잘못을 따지고 개선 방향을 논의하는 자리다. 하지만 역대 국감을 살펴보면 정쟁으로 민생 현안이 뒷전에 밀리며 ‘맹탕국감’ 논란이 빚어진 사례가 많았다. 대선을 5개월 앞둔 이번 국감은 더욱 염려스럽다. 여야의 유력 대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각각 관련된 ‘대장동 개발사업’과 ‘고발 사주’ 의혹을 놓고 여야가 격돌하고 있어서다.

실제 국감 첫날인 1일 법제사법·정무·교육·문화체육관광·행정안전·외교통일·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 등 상임위 7곳의 국감이 정회와 속개를 반복하며 파행을 겪었다. ‘대장동게이트 특검 수용하라’는 국민의힘 측 손팻말이 등장하고, 곽상도 의원 아들의 ‘화천대유 퇴직금 50억원’ 논란이 국감장을 뒤덮었다. 남북 정상회담과 종전선언, 북한 미사일 발사 등 현안이 있는 외통위나 대장동 의혹과 무관한 과방위 국감도 ‘손팻말 시위’로 정회 소동을 겪었다. 물론 국민적 의혹이 집중된 두 사안에 대한 진상규명은 필요하다. 대선을 앞둔 만큼 유력 주자들을 검증하는 일도 중요한 과제다. 그러나 두 사안과 무관하거나, 다른 시급한 현안이 있는 국감까지 정쟁 일변도여선 곤란하다. 남은 20일 내내 국감 첫날 같은 장면이 펼쳐질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 국감에서 다뤄야 할 의제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당장 카카오·쿠팡 등 거대 플랫폼기업의 독점 규제 및 상생 방안 논의가 시급하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고 투기를 근절할 방안도 찾아내야 한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생존 위기에 내몰린 소상공인·자영업자들에게 희망을 줄 대책도 강구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임기 말 남북 정상회담과 종전선언처럼 한반도 평화와 관련된 의제도 기다리고 있다. 여야는 현안에 대한 충분한 논의와 대안 마련이라는 국감의 본래 취지를 간과해선 안 될 것이다. 서로 다른 정책과 지향을 가진 경쟁 정파 간에 정쟁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시민의 고통이 어느 때보다 큰 만큼, 과도한 정쟁을 자제하고 민생 현안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여야 의원들은 국감장에 들어설 때마다 자문하기 바란다. 정당인으로서 대선 주자를 보호하는 일과, 주권자 대표로서 민생을 보듬는 일 중 어느 게 더 중한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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