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누리호
[경향신문]
‘스페이스 클럽(Space Club)’이란 용어가 있다. 국제적으로 공인되는 실체는 아니지만 ‘우주 강국’을 상징적으로 일컫는 말이다. 스페이스 클럽 국가로 불리는 요건은 대략 세 가지다. 자국의 독자적 기술로 개발한 인공위성과 그 위성을 원하는 궤도까지 올려줄 운반용 로켓인 발사체의 확보, 그 발사체를 쏘아 올리는 발사장의 보유이다. 미국·중국·인도 등 10여개국이 대표적 스페이스 클럽이다.
“한국은 스페이스 클럽이냐”는 데는 견해가 엇갈린다. 인공위성의 경우 한국은 첫 위성인 ‘우리별 1호’(1990년)를 시작으로 ‘아리랑’ ‘천리안’ 시리즈 등 모두 16기를 우주로 쏴 올려 운용하고 있다. 현재 세계 각국의 인공위성은 총 2666기(2020년 기준)다. 발사장은 전남 고흥의 나로우주센터가 있다. 그런데 스페이스 클럽 포함 여부가 애매한 것은 발사체 때문이다. 2013년 한국은 2단 로켓으로 구성된 ‘나로호’ 발사에 성공했다. 하지만 로켓 중 2단은 국내 기술이었지만 1단은 러시아가 맡았다. 진정한 순수 국내 기술의 발사체라고 보기가 힘들다.
오는 21일 오후 4시, 나로우주센터에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발사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성공적 발사를 위한 최종 점검훈련도 마치고 막바지 작업을 진행 중이다. ‘누리호’에는 ‘나로호’에 붙지 않는 수식어가 있다. 바로 독자 기술로 개발한 발사체란 의미의 ‘한국형 발사체’다. 3단의 로켓은 물론 30만개의 부품도 국내 기술을 기반으로 했다. 2010년 개발을 시작해 약 2조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누리호 발사가 성공한다면 한국은 1.5t급(나로호는 0.1t급) 실용위성을 고도 600~800㎞에 올려놓을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물론 이견 없이 스페이스 클럽임을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세계 주요국들은 ‘우주 전쟁’이라 불릴 만큼 동경의 대상인 우주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경제적 자원 확보는 물론 군사적 활용 등 그 목적도 갖가지다. 누리호의 성공적 발사는 한국의 우주개발 역사를 다시 쓰는 일이다. 폭발적 성장세가 전망되는 민간 우주산업 발전의 촉매제도 될 수 있다. 누리호가 드넓은 우주를 향해 당당하고 멋지게 날아가기를 기대한다.
도재기 논설위원 jae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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