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게임'의 설계자는 누구?

김영배 2021. 10. 1.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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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이 모인 점심 자리에서 가장 연장자급인 이가 추석 연휴 때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전편을 연속으로 다 봤다고 했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게임의 설계자 내지 '큰 그림'의 화가로 대장동 개발 사업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재명 경기지사를 찍고 있다.

자당 소속이었던 곽상도 의원의 아들한테 거액의 '퇴직금'이 흘러간 것으로 드러나 대장동 의혹을 둘러싼 관심의 물꼬가 급변한 뒤에도 이런 주장은 그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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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S] 다음주의 질문][대장동 개발사업 논란]다음주의 질문
경기 성남 대장동 개발사업 참여 민간업체인 화천대유자산관리의 분당 사무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넷이 모인 점심 자리에서 가장 연장자급인 이가 추석 연휴 때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전편을 연속으로 다 봤다고 했다. 드라마에 대한 그의 평은 박한 편이었다. 자극적인 내용에 다음 편을 기다리도록 궁금증을 유발하는 이야기 구조에 끌려 “끝까지 다 보긴 했지만, 마지막에 허무하더라”고 했다. “판타지도 아니고, 이건 너무 잔혹한데다 개연성이 떨어져 재미가 덜했다”는 평이었다.

모임이 파하고 돌아오는 길에 그런 생각이 들었다. 개연성이 떨어지는 게 오히려 현실감을 높이는 ‘비현실적 현실’ 아닌가? 대리급의 31살 청년이 5년9개월 일한 회사에서 퇴직금으로 50억원을 받았다고 드라마 각본에 썼더라면 그 역시 개연성 면에선 혹평을 받지 않았을까?

거액 퇴직금의 수령자인 청년 곽아무개씨가 아버지 곽상도 의원의 페이스북 계정에 남겨 놓은 글이 묘했다. “저는 너무나 치밀하게 설계된 오징어 게임 속 ‘말’일 뿐이다. ‘화천대유’ 라는 게임 속 ‘말’…. 화천대유는 모든 세팅이 끝나 있었다.” ‘대장동 개발 의혹’의 핵인 화천대유자산관리의 1호 사원이었다가 올해 3월 퇴직한 곽씨가 설계의 내용과 설계자를 명시하진 못했어도 세간에서 품고 있는 의문점의 중심지는 잘 건드린 것 같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게임의 설계자 내지 ‘큰 그림’의 화가로 대장동 개발 사업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재명 경기지사를 찍고 있다. 자당 소속이었던 곽상도 의원의 아들한테 거액의 ‘퇴직금’이 흘러간 것으로 드러나 대장동 의혹을 둘러싼 관심의 물꼬가 급변한 뒤에도 이런 주장은 그대로다.

의혹을 사실로 드러내는 증거의 핵심은 문서와 돈(자금의 흐름과 종착지)이라고 했던가. 대장동 의혹에 얽힌 자금 흐름 중 두가지가 눈에 띄었다. 곽씨에게 지급된 50억원이 그중 하나다. 또 하나는 화천대유 초기 투자금 351억원의 주인이 ‘개인3’에서 최기원 행복나눔재단 이사장으로 특정·확인된 대목이다. 행복나눔재단은 에스케이(SK)그룹에서 설립한 사회공헌 재단인데다 최 이사장은 최태원 에스케이(SK)그룹 회장의 여동생이라 재계 안팎을 술렁이게 했다. 어느 쪽이든 이 지사와 연결되는 고리는 아직 없다.

화천대유 법률고문인 이경재 변호사는 방송사 인터뷰에서 “(대장동 개발 사업의) 분배구조를 짤 때 성남시가 압도적으로 유리”했다며 “문재인 정부 들어 2017년부터 부동산 가격이 마구잡이로 올라”간 데서 비롯된 문제라고 풀이했다. 다른 인터뷰에선 “로또 10장을 샀는데, 그중 하나가 100억짜리에 당첨된 격”이라는 말도 했다. 대장동 사업 초기인 2015년엔 부동산 경기가 저점이었던 배경을 일컫고 있다.

대장동 의혹에 대한 검찰·경찰의 조사가 급박하게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결과를 예단하기는 어렵다. 사태가 뜻밖의 방향으로 흘러가는 예는 늘 있었다. 민간 사업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절차적 위법 사항이 드러날 수도, 숱한 행정적·정책적 미숙함과 불법성이 잇따라 불거질 수도 있다. 다만, 대장동 사업 즈음 이후 6년간 부동산 가격이 두세배씩 오르는 건 예사일 정도로 비정상적인 과열 흐름이었고, 개발이익 환수 장치가 엉성했다는 제도적 환경도 무시할 수 없어 보인다. 현재 시점에서 바라보는 판단에 매몰될 경우 정치적 ‘태산명동’과 법률적 ‘서일필’ 사이의 낙차 큰 간극으로 결국 허망함만 남기고 불로소득 방지 장치를 단단하게 마련하는 일은 관심권 밖으로 밀려날지도 모른다.

김영배 산업팀 선임기자  kimy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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