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세 청소년 백신 접종' 괜찮을까.. 전문가 의견 들어보니 [이슈+]

박지원 2021. 10. 1.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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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만16∼17세부터 사전예약 시작.. 학부모 고민 깊어져
전문가들 "의료적 이익 크지 않지만 사회적 이익은 커
당뇨·비만·면역질환 있는 경우 강력 권고..그 외엔 '권장' 수준"
성인과 동일 접종.. 체구 비정상적 작을 땐 의사 판단 필요
1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문화체육센터에 마련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예방 접종센터에서 백신 접종이 진행되고 있다.    뉴스1
만12~17세 대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앞두고 소아청소년 백신 접종의 안전성과 효과 등에 대해 우려 섞인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당장 다음 주부터 사전예약이 시작되돼 해당 연령대 자녀를 둔 부모들은 백신 접종에 응해야 할지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우리 아이 백신 맞아도 될까” 학부모들 고민
1일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 추진단(추진단)에 따르면 오는 5일부터 만16∼17세 사전예약을 시작으로 소아청소년 코로나19 백신 접종 예약이 시작된다. 추진단과 교육부는 지난달 27일 초등학교 6학년부터 고등학교 2학년 연령대에 해당하는 12~17세 소아·청소년 277만명 중 신청자에 대해 이달 18일부터 순차적으로 화이자 백신을 접종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12~17세 백신 접종은 의무가 아닌 자발적 신청에 따른 선택 사항이고, 백신 접종에는 본인 및 보호자 동의가 모두 필요하다.

맘카페 등 학부모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백신을 맞게 해야 할지 고민’이라며 조언을 구하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 ‘우리 부부가 둘 다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발열, 오한 등으로 크게 고생했던 터라 성인보다 체구가 훨씬 작은 아이에게 백신을 맞게 해도 되는지 모르겠다’거나 ‘학교 집단감염 등이 우려돼 안 맞게 하기도 겁나고 부작용이 걱정돼 맞게 하기도 겁난다. 어떤 게 더 나은지 정확히 알 수가 없어 어떻게 해도 불안하긴 마찬가지’ 등의 고민 글이 지속적으로 올라왔다.

1일 오후 서울 송파구 체육문화회관에 설치된 송파구 백신접종센터에서 한 시민이 접종실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문가들 “권장할 만하지만 강요할 정도 아냐”
전문가들은 청소년의 경우 백신 접종 자체의 의료적 이익은 그다지 크지 않다는 데 대체로 동의했다. 다만 사회적 이익이 크고 건강 상태에 따라 개인에게도 접종 이익이 더 클 수 있기 때문에 ‘강요할 수 없지만 권장할 만하다’는 입장이 지배적이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12∼17세 연령대에서는 아직 국내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가 없고 위중증으로 진행하는 경우도 없다시피 해 접종 후 이상 반응 발생률과 위중증 환자 발생률을 비교해보면 사실상 접종으로 인한 의료적 이익은 별로 없다고 본다”며 “코로나19 백신 청소년 접종은 다른 아동 백신 접종과 달리 의료적 효과를 주로 기대하고 맞는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청소년 접종으로 인한 사회적 이익이 크기 때문에 가능한 접종에 응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엄 교수는 “19세 미만 연령대가 계속 백신 미접종자로 남아있을 경우 결국 지역사회 전체의 감염 유행 조절이 어려울 것“이라며 “접종률이 올라갈수록 이상 반응이 나올 확률은 당연히 높아질 수밖에 없지만, 사회 전체를 생각할 때 청소년 접종으로 인한 사회적 이익이 피해를 앞지를 수 있기 때문에 개개인의 용기 있는 선택이 필요한 때라고 본다”고 말했다.

수업 결손과 학습 격차도 백신을 접종해야 하는 이유로 꼽힌다. 엄 교수는 “청소년들 사이에서 확진자가 나오고 감염 유행이 발생할 때마다 반이나 학교가 폐쇄되고 수업이 비대면으로 진행되는 등 교육적 피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이미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한 상황에서 더 이상의 돌이키기 어려운 교육적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청소년 백신 접종은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면역질환이 있는 소아청소년에 대해서는 백신을 강하게 권고할 만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청소년의 경우 코로나19에 걸리더라도 중증으로 가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에 반드시 접종에 응하라고 권고하기는 어렵다”면서도 “당뇨나 비만처럼 면역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접종이 강력히 권고될 만 하다”고 말했다. 

소아과학회와 소아감염학회 역시 전날 내놓은 입장문에서 “청소년 백신 접종을 권장하되 강요해서는 안 된다”면서도 “건강한 소아청소년에 비해 당뇨·비만·내분비질환·면역저하 질환 등 기저질환이 있는 소아청소년은 코로나19 감염 시 중증 진행 위험도가 2배, 사망 위험도는 3배로 높으므로 적극 권장할 만 하다”고 밝혔다. 

1일 오후 서울 송파구 체육문화회관에 설치된 송파구 백신접종센터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받은 뒤 이상반응 모니터링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부작용 성인과 비슷… 체구 심하게 작을 땐 의사 판단 필요”

12∼17세 코로나19 화이자 백신 접종은 성인과 동일한 용량으로 2회 진행된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보건기구(WHO), 미국, 캐나다, 독일 등도 청소년 접종 시 성인과 같은 용법을 권장하고 있다.
국내 전문가들도 성인과 동일한 용량과 횟수를 접종하는 데 대해서는 크게 문제가 없다는 의견이다. 이상 반응 역시 성인과 비슷한 수준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여향 대한소아심장학회 사회협력 이사는 “소아·청소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이상 반응은 접종부위 통증, 오한 및 발열부터 중대하게는 심근염, 심낭염 등으로 성인하고 비슷한 정도”라고 밝혔다. 최은화 예방접종전문위원회 위원장도 “소아청소년도 성인과 마찬가지로 접종 시 유의사항 주의해야 할 내용은 기본적으로 같다”며 “건강 상태가 좋을 때 접종받아야 하고, 접종 전 의사의 예진을 받고 접종을 받아달라”고 당부했다.

다만, 비정상적으로 체구가 작거나 발육이 느린 경우에는 의사의 진단이 필요하다. 
엄중식 교수는 “12세 이상이면 대부분 체중이 30∼40kg 이상 나갈 것이기 때문에 성인 용량으로 접종하는 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만일 극단적으로 작거나 정상 범주를 크게 벗어나게 발육이 뒤처진 경우에는 소아청소년 전문의들의 의견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조언했다.

부작용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 1차만 접종하는 방안도 고려할 만하다는 조언도 나왔다.
천은미 교수는 “영국이나 홍콩처럼 청소년은 1회 접종만 하는 것도 방법이다”라고 말했다. 천 교수는 “코로나19에 걸리는 비율이 100만명당 44명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는데, 코로나19 백신 2차 접종 후 심근염에 걸리는 건 162명이다. 반면 1차만 맞는 경우에는 100만명당 13명만 심근염 부작용을 겪는다”라며 “1차만 맞을 경우 백신을 안 맞고 코로나에 걸릴 확률과 비교해 부작용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3분의 1로 월등히 낮으므로 이익이 더 클 수 있어 소아청소년 접종 방식으로 이 방법도 고려할 만하다”고 조언했다.

박지원 기자 g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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