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北미사일 언급없이 "한반도 평화"..추가 도발에도 차분
靑, 오늘 北 도발에도 동요 안해..文, 軍 사기진작에도 주력
(서울=뉴스1) 조소영 기자,김상훈 기자,박혜연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마지막 국군의 날도 '평화'를 강조하며 마무리했다. 지난 2017년 정부 출범 이래 문 대통령은 국군의 날마다 '최고의 안보는 평화'임을 언급해왔다.
1일 문 대통령은 최근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제안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 종전선언'에 대해 다시 한 번 거론하면서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는 우리 군(軍)의 사명"이라고 말했다. 임기 끝까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종전선언→평화협정 체결→항구적 평화체제)를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힌 셈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경북 포항시 해병대 제1사단(해병 1사단) 인근 영일만에서 열린 제73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에 참석한 가운데 기념사를 통해 "국군 최고통수권자의 첫 번째이자 가장 큰 책무는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만들고 지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우리 군을 신뢰한다. 나는 우리의 든든한 안보태세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며 "이런 신뢰와 자부심을 바탕으로 한반도 종전선언과 화해와 협력의 새로운 시대를 국제사회에 제안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지난 9월19일부터 23일까지 3박5일간의 미국 방문 당시 제76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가 모여 한반도에서의 전쟁이 종료됐음을 함께 선언(종전선언)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이후 북한은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에 이어 김정은 총비서까지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에 긍정적 입장을 내보였다.
지난달 30일 김 총비서가 한동안 단절됐던 남북 통신연락선을 10월 초 복원하겠다는 의지도 표명하면서 한반도에는 오랜만에 평화 무드가 찾아왔다. 변수는 북측이 이와 함께 내건 조건들이다. 북한은 미국의 '적대시 정책'과 국제사회의 북한에 대한 '이중기준'이 선결돼야 한다는 조건을 내건 채 하루가 멀다 하고 미사일을 쏘아올리고 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물론 청와대는 연이은 북측의 무력 도발에도 차분한 모습이다. 이날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전날(9월30일) 새로 개발한 반항공미사일(지대공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고 밝힌 데에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뉴스1과의 통화에서 "북한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정도로만 반응하고 동요를 보이지 않았다.
이에 앞서 북한은 지난달 13일 발표를 통해 11일과 12일 신형 장거리 순항미사일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같은 달 15일에는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했고 28일에는 순항미사일과 탄도미사일의 특성을 결합한 극초음속 미사일을 첫 시험발사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는 북한의 일련의 움직임을 도발이라기보다 자신들이 내건 조건에 대해 시험을 해보면서 '남북·북미 대화 여지'를 가늠해보는 것이라고 풀이하는 기류다.
이런 영향 때문인지 문 대통령은 이날 아예 북측의 도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평화에만 초점을 맞추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선보인 해병대 상륙작전명이 평화의 의미를 담은 '피스 메이커'(Peace Maker)인 점도 눈에 띈다.
이는 문 대통령이 지난 9월15일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당시, 같은 날 우리 군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 행사를 참관한 후 "우리의 미사일전력 증강이야말로 북한의 도발에 대한 확실한 억지력"이라고 발언했던 것과는 사뭇 대비된다.
다만 문 대통령은 이날 기념사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그 어떤 행위에 대해서도 정부와 군은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는 점은 분명히 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이날 안보는 진영을 초월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군의 사기진작을 위해서도 힘쓰는 모습을 보였다.
문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당일 '국기에 대한 맹세문'을 낭독한 해병대 1기 이봉식 옹을 두고 "이승만 대통령으로부터 무적 해병의 친필을 직접 받으셨던 이봉식 님께 존경의 인사를 드린다"면서 고(故) 이승만 전 대통령을 언급했다.
또 2018년 해병대 상륙기동헬기(마린온) 헬기 추락사고로 순직한 장병 5명의 이름도 한 명씩 거론했다. 올해 8월 아프가니스탄 내 한국 조력자를 국내로 데려온 '미라클 작전'에서 군이 큰 기여를 했다고도 치켜세웠다.
문 대통령은 행사를 모두 마치고 자리를 떠날 땐 이봉식 옹에게 허리를 굽혀 90도로 인사를 했다. 다른 유공자들에게도 크게 고개를 숙였다.
cho1175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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