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과 섬네일에 낚이는 당신에게

한겨레 2021. 10. 1.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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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이 나간 다음날 아침, 시청률이라는 성적표를 받는 일을 20년 넘게 해왔다.

분명 타 방송국의 상대 프로그램이 5배는 재미없는데, 내 프로그램 시청률이 5분의 1도 안 될 때 50배는 더 비참해진다.

올해부터는 유튜브 콘텐츠 제작도 시작했는데, 이건 더 잔인하다.

섬네일과 헤드라인을 보고 클릭해보면 알맹이가 없거나, 전혀 다른 내용이 나오기 일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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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혁의 OTT 충전소][박상혁의 OTT 충전소] 미국 드라마 '클릭베이트'
넷플릭스 제공

방송이 나간 다음날 아침, 시청률이라는 성적표를 받는 일을 20년 넘게 해왔다. 분명 타 방송국의 상대 프로그램이 5배는 재미없는데, 내 프로그램 시청률이 5분의 1도 안 될 때 50배는 더 비참해진다. 올해부터는 유튜브 콘텐츠 제작도 시작했는데, 이건 더 잔인하다. 조회수라는 성적표가 실시간으로 누구한테나 공개된다. 무서운 건 숫자가 곧 돈이라는 사실이다. 이 세계에서 살아남으려면 좀 더 자극적인 걸 찾아야 하는 걸까?

8월25일 넷플릭스에서 선보인 미국 드라마 <클릭베이트>는 한마디로 ‘어그로 끄는’ 사람들에게 ‘낚인’ 이들의 이야기다. 클릭 베이트는 ‘클릭’(click)과 ‘미끼’(bait)의 합성어로, 즉 클릭을 위한 미끼다. 우리는 수없이 낚인다. 섬네일과 헤드라인을 보고 클릭해보면 알맹이가 없거나, 전혀 다른 내용이 나오기 일쑤다. 낚이고 나면 어그로 끈 사람들을 욕한다. 하지만 자극적인 제목을 찾아간 당신은 무죄일까?

가정적인 남편 닉이 갑자기 사라지고, 동영상 사이트에 충격적인 영상이 올라온다. 닉이 폭행당한 채 ‘나는 여성을 학대했다. 이 영상이 조회수 500만을 달성하면 나는 죽는다’고 적힌 종이를 들고 있다. 사람이 죽는다는데도, 조회수는 폭발한다.

모든 단서가 디지털 세상에 있는 시대. 결국은 누가 빨리 개인정보를 수집해서 인터넷을 뒤지느냐의 싸움이다. 경찰만 가능한 것이 아니라 언론사나 방구석에서 보고 있는 당신도 가능하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의 개인정보는 무한정 노출되고 사생활은 사라진다. 사랑하는 부부인 줄 알았던 닉과 소피의 부적절한 사생활이 폭로되며 사건은 더 복잡해진다. 먹잇감으로 전락한 피해자와 이미 ‘탐정 놀이’가 되어버린 사건은 불행히도 우리의 현실과 다르지 않다.

총 8부작인데, 회마다 다른 인물의 관점에서 사건을 보여준다. 그 과정에서 사건의 조각이 맞춰지고 시청자도 범인을 추리하게 하며 몰입감을 더한다. 수많은 용의자와 악인도 등장한다. <클릭베이트>의 문제의식은 분명하다. 혐오와 차별이 일상이 되어버린 인터넷 세상에서 더 자극적인 콘텐츠를 찾아다니는 당신의 모습은 드라마 속 악인들과 닮아가는 것은 아닐까?

그런데 여기까지 쓰다 보니 걱정이 앞선다. 혹시 이 글도 여러분을 낚는 것은 아닐까? 내용이 제목과 다르다고 열받는 분이 있으면 어떡하지? 막상 드라마를 봤더니 별로라고 생각하면 어쩌나. 미리 변명하자면, 칼럼의 제목은 신문사 편집기자가 뽑고, 고른 드라마는 개인적인 취향일 뿐이다. 하지만 나 역시 이 글의 조회수가 얼마나 될까 궁금한 것은 마찬가지다. 조회수가 높다고 좋은 콘텐츠가 아니고 ‘좋아요’를 누른다고 세상이 좋아지는 건 더더욱 아니겠지만.

씨제이이엔엠 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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