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님의 폭행을 신고했더니 생긴 일

홍여진 2021. 10. 1.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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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대표가 직원을 폭행했다. 욕설을 내뱉고 모욕적인 발언을 쏟아냈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지만 누구에게도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 그런 일이 최고 교육기관인 대학교에서 발생했다. 폭언, 폭행 사건이 발생한 곳은 경기도 화성의 협성대학교. 협성대는 서울 상동교회가 설립한 기독교 대학이다. 가해자는 장로 신분의 협성대 총장, 맞은 사람은 목사 신분의 협성대 직원이다.

피해자인 직원은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학교법인과 고용노동부 등에 신고했다. 하지만 사건 발생 석 달이 넘도록 아무런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직장 갑질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지 2년이 넘었지만 협성대에선 아무런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협성대에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직장 갑질이 있었던 것인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왜 피해자에게 아무런 보호막이 되어 주지 못했는지 두 차례에 걸쳐 보도한다.-편집자 주

① 협성대 총장님의 ‘보이지 않는 손’

② 총장님의 폭행을 신고했더니 생긴 일

지난 6월 경기도 화성의 협성대학교에서 발생한 박명래 총장의 폭언, 폭행 사건과 관련해 피해 직원이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학교와 고용노동부 등에 신고했지만 사건 발생 세 달이 넘도록 아무런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신고 접수 후 학교 측이 구성한 ‘조사위원회’는 대부분 총장과 가까운 사람들로 꾸려졌고, 피해자를 보호해야 할 학교는 오히려 2차 가해까지 서슴지 않았다. 이를 관리 감독해야 할 고용노동부의 조사 역시 지지부진하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의 실효성이 있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 6월 10일 협성대학교 웨슬리관 로비에서 박명래 총장은 대학원 교학과 직원 김윤석(가명) 씨에게 욕설과 멱살잡이 등 폭언 폭행을 했다. 김 씨는 이 사건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학교법인과 고용노동부 등에 신고했고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다.

2019년 7월 개정된 근로기준법의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조항’에 따르면, 직장에서 폭언, 폭행 등 괴롭힘 사건이 발생했을 경우 사용자는 지체 없이 조사를 해야 한다. 피해를 당한 근로자에게는 상담, 유급휴가 등의 적절한 보호 조치를 해줘야 하고, 가해자에게는 징계 등의 제재 조치를 해야 한다.

협성대 사건의 경우 이렇게 단순하지 않다. 가해자가 총장, 즉 사용자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가해자가 사용자일 경우 피해자는 고용노동부나 상급 기관에 신고할 수 있다. 협성대 사건에서 '상급 기관'은 박명래 총장의 인사권을 가진 학교 법인 삼일학원이다. 피해자 김 씨는 법대로, 규정대로 했다. 그런데 왜 사건 발생 세 달이 넘도록 가해자 징계 등의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것일까. 그 일련의 과정을 살펴봤다.

피해자 김윤석(가명)씨는 지난 6월 10일, 폭행 사건 직후 직원 노조에 가입했다. 직원 노조는 6월 21일, 협성대 학교법인 삼일학원에 박 총장과 박 총장 측 직원 2명(폭행현장에 동석했던 비서실장과 교목실장)을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하고, 정식 조사를 요구했다. 협성대 ‘직장 내 괴롭힘 예방 지침’에 따르면, 총장이 가해자로 신고된 경우 ‘법인 감사’가 지체 없이 이사회를 소집해 조사위원회를 구성하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학교법인은 사건 발생 두 달이 넘도록 조사위원회를 구성하지 않았다. 노조는 지난 6월 21일부터 8월 6일까지 7차례나 학교법인에 공문을 보내 조사위원회를 구성하라고 요구했지만 학교법인은 그저 묵묵부답이었다.

총장의 참모진으로 구성된 '학교 조사위원회'

학교법인이 방관하는 사이 한 달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그런데 7월 27일, 엉뚱하게도 학교 법인이 아닌 학교에 직장 내 괴롭힘 조사위원회가 꾸려졌다. 총장이 가해자인 사건인데, 총장이 대표로 있는 학교에 조사위가 만들어진 것이다.  

조사 위원은 누구로 구성됐을까. 협성대 직장 내 괴롭힘 예방지침에는 사건의 공정하고 전문적인 조사를 위해 외부전문가를 선임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가해자가 총장이므로 공정한 조사를 위해 당연히 외부전문가를 선임하는 게 상식적이다. 그러나 조사위원회는 총무처장 직무대리(조사위원장), 대외협력처장, 기획처장 등 상당수가 총장의 업무지시를 받는 참모진으로 구성됐다. 심지어 이같은 조사위 구성 자체가 폭행 사건의 가해자인 박명래 총장의 결재로 이뤄졌다.

학교 조사위원회의 조사 과정도 일방적이었다. 예방지침에는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을 판단할 때는 피해자의 주관적 사정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라고 돼 있지만, 학교는 피해자 대면 조사 한 번 진행하지 않았다. 피해자 김 씨는 “학교가 예방지침을 위반하며 일방적으로 구성한 조사위 자체도 인정할 수도 없지만, 조사 과정 역시 엉터리였다”며 “나도, 내가 피해를 당하는 걸 지켜본 핵심 증인도 직접 불러 조사하지 않았다. 노조에서 계속 조사위를 구성하라고 요구하니까 형식적으로 조사위를 꾸려 서면으로 질의서 한 번 보낸 게 전부였다”고 지적했다.

조사 결론도 허무했다. 총장에 대한 조사와 처리는 앞서 두 달 동안 조사를 뭉갰던 법인 이사회로 도로 넘겼다. 나머지 가해자 2명, 즉 폭행 현장에 동석했던 직원 2명에 대해서는 피해자와 가해자의 주장이 엇갈리므로 형사 판결이 나올 때까지 조사와 징계 절차를 중지하겠다고 했다. 사실상 아무런 결론도 내리지 않으며 시간만 끌었던 것이다.

사단법인 '직장갑질119'의 권두섭 변호사는 “수사는 형사처벌을 위한 것이고,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회사 내에서 조사를 해 가해자에게 징계 등의 자체 제재를 가하도록 하는 별개의 죄책 수단”이라며 “학교가 형사 판결을 핑계로 조사를 미뤄서 가해자 제재를 안 하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 의심된다” 고 지적했다. 

총장의 친구가 조사위원인 '학교 법인 조사위원회'

학교 조사위원회가 박명래 총장에 대한 조사를 다시 법인 이사회로 넘기자 학교 법인인 삼일학원은 8월 23일이 되어서야 조사위원회를 꾸렸다. 사건 발생 두 달여가 지난 시점, 박 총장의 폭언과 폭행 사건이 여러 언론에 보도된 직후였다.

그러나 뒤늦게 구성된 법인 조사위에도 큰 기대를 걸기는 어려워 보인다. 뉴스타파 취재결과 법인 조사위원회 역시 총장과 가까운 사람들로 구성된 것으로 확인됐다. 법인 조사위원 5명은 모두 법인 이사진이 맡았는데, 이중 3명이 박명래 총장과 같은 상동교회 장로다. 특히 장로 3명 중 1명은 학교의 청소, 경비 관리를 맡고 있는 용역회사 직원이자 박 총장의 친구다. 박 총장이 가해자인 사건을 박 총장으로부터 용역을 받는 친구가 조사하게 된 것이다.

취재진은 법인 조사위원장에게 박 총장의 친구를 조사위원으로 선임한 이유에 대해 물었다. 법인 조사위원장인 김 모 협성대 학교법인 삼일학원 감사는 “친구가 조사위원이라고 해서 한 쪽으로 치우친 조사를 할 거라고 보지 않는다. 피해자와 가해자 양쪽을 모두 견제할 만한 인사라고 판단해 선임했다”며 “공정하게 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니 결과를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피해자는 낙하산 인사" 주장... 학교의 2차 가해가 시작됐다

뒤늦게, 편파적으로 구성된 조사위만 문제가 아니었다. 학교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의 핵심인 ‘피해자 보호 조치’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에 따르면, 사용자는 피해자 또는 피해를 주장하는 근로자에게 상담, 유급휴가 등의 적절한 보호 조치를 해줘야한다. 하지만 학교 측은 김 씨가 치료를 받기 위해 낸 개인 연가를 반려했고, 법이 보장하는 연가조차 폭행 사건 보도 이후인 지난 9월 2일에야 허락했다.

“폭행 사건 직후 가장 먼저 직속상관인 대학원장에게 알렸고,
치료가 필요하니 개인 연가를 허락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대학원장이 반려했어요.
저의 거듭된 요청에 나중에는 연가를 수락해주긴 했지만
대학원장은 늘 결재의견에 이런 단서를 달았어요. 
‘이 사람은 연속된 연가 사용으로 업무에 지장을 주고 있다.’
 나중에 알고 보니 학교에서 대학원장에게
“일이 많다는 핑계를 대서라도 연가 수락을 해주지 말라”고 했다고 하더라고요.
학교가 저를 보호해 주기는 커녕 이런 식으로 압박을 했던 거죠.”
- 김윤석(가명) / 협성대 직원(폭행 피해자)

학교는 피해자를 회유하기에 급급했다. 학교의 보직교수와 직원들은 수시로 피해자 김 씨와 김 씨의 동료들을 찾아와 “사건을 외부에 알리지 말라”고 설득했다.

처장님들이 사무실로 수시로 찾아와 “학교가 어려우니 좀 참아달라,
피해자인 과장님이 외부에 이 사실을 알리지 않도록 좀 잘 설득해 달라”고 말하고 갔어요.
우리는 학교를 생각해서 근무를 열심히 하고 있었는데,
그런 직원에게 총장님이 폭언, 폭력을 행사한 건데 우리에게만 무조건 참으라고 하는 게,
피해를 당한 직원에게만 무조건 참으라고 하는 게
너무 어이없고 속상했죠.
- (피해자 김 씨와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직원 A씨)

학교는 피해자의 편이 아니었다. 오히려 가해자의 편에서 사태를 무마할 대응논리를 만들었다. 학교는 김 씨가 사건 이후에도 활발히 활동을 하고 있다, 즉 순수한 피해자가 아니라는 점을 입증하기 위한 증거를 수집했다.

여기에는 협성대 부총장이 앞장섰다. 협성대 대외협력부총장인 권 모 교수는 김 씨가 사건 이후 아파트 입주민 대표자로 출마했다는 소문을 듣고, 김 씨의 아파트까지 찾아가 후보자 공고문을 촬영했다. 피해자김 씨에게 박 총장과의 합의를 종용하려는 목적이었다. 

“피해자 분이 몸이 아파서 출근도 못 한다는데
그 (아파트입주민)협의회장에 나갔다니 (아파트에)가 봤죠. 진짜인가 사실인가.
제가 그 분 집은 정확히 몰라서 휴일에 스스로 아파트 두세 군데를 찾아서 가봤어요.
나중에 학교에 도움이 될지는 모르지만
마침 어떤 아파트 게시판에 선거 공고문이 붙어 있기에 사진을 한 30장 찍었죠.
총장님한테 선의의 경쟁으로 잘 보이려는 사람도 있고
그래서 나도 교직원 입장에서 노력을 한 거예요.
이걸로 피해자와 총장이 합의를 좀 할 수 있을까 해서...”
- (권00/협성대 대외협력부총장)

하지만 실제로 피해자 김 씨는 사건 발행 후에는 선거 운동을 거의 하지 못 했다. 김 씨는 “아파트 입주민 대표자 선거 같은 경우는 2년 전부터 준비했던 것이고, 사건 이후에는 몸이 힘들어 인터넷으로 출마 영상만 하나 올리고 어떤 활동도 한 게 없었다”며 “오히려 학교의 상담사는 아파트 일이든, 뭐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다른 일을 하라고 권유했는데, 학교는 정반대로 그런 활동을 문제 삼으려고 개인 사생활을 사찰했다는 게 너무 무섭다”고 말했다.

학교는 피해자 김 씨의 12년 전 채용 과정도 문제 삼았다. 학교의 직장 내 괴롭힘 조사위원회가 구성되던 7월 27일, 학교 측은 김 씨에게 공문을 한 장 보냈다. ‘법인 감사의 지적사항’이라며 12년 전 김 씨의 채용과정이 부당했다는 지적이 제기됐으니 당시 채용과정을 증명할 수 있는 증빙서류들을 제출하라는 것이다. 

김 씨는 “12년 전 모든 서류를 다 제출했는데 이제 와서 다시 제출하라는 건 12년 간의 나의 직장생활을 지워버리겠다는 협박으로 밖에는 들리지 않는다”며 “학교에 채용 서류가 없다면 서류 관리를 잘못한 학교의 책임이고, 부당임용이 문제라면 부담임용을 12년간 방치한 학교가 잘못한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김 씨의 부당임용 의혹을 제기했다는 협성대 학교법인의 김 모 감사도 학교 측의 대응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김 모 감사는 “사건 발생 전에 내가 이사회에서 피해자의 부당임용 의혹을 이야기 한 적이 있다. 의혹 수준이었지 확실하다는 얘기는 아니었다. 그런데 그때는 학교가 가만히 있다가 사건이 발생한 뒤에 문제 삼는다는 건 보복 조치로 보일 수 있다. 학교가 왜 그렇게 대응했는지 나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고 지적했다. 

총장 구명용 탄원서까지...가해자의 호위무사가 된 사람들

협성대학교의 보직자들은 경찰에 제출할 박 총장 구명용 ‘탄원서’를 교직원들에게 돌리며 서명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 탄원서에도 학교는 피해자를 ‘부당 채용된 낙하산 인사’로 못박았다. 기자들에게 보낸 공식입장문에도 학교는 피해자를 낙하산 인사라고 적었다. 뉴스타파 취재진에게도 “총장이 폭언을 한 것은 잘못한 일이지만, 피해자도 부당하게 임용된 낙하산 인사다. 면직 대상자다”라는 설명을 거듭했다. 전형적인 2차 가해다. 

경찰에 제출하기 위해 학교 보직 교수와 직원들이 작성한 총장 구명용 탄원서. 마치 피해자가 부당하게 임용된 인사라 총장이 폭언, 폭행을 한 것처럼 적었다.

“성희롱 사건도 그렇고, 직장 내 괴롭힘 사건도 마찬가지인데요.
이런 사건이 발생하면 사업장은 피해자를 이상한 사람으로 몰아가서
더 이상 조직에서 있지 못하게 한다든지,
또 피해자의 주장이나 그런 신빙성을 떨어뜨리려는 행위들을 하는데요.
이는 가장 전형적인 2차 가해라고 볼 수 있습니다.”
- 권두섭 / 사단법인 ‘직장갑질119’ 변호사

폭행 사건의 피해자를 낙하산 인사라고 적은 학교의 공식입장문(왼쪽)과 총장 구명용 탄원서. 이런 문서를 작성한 사람은 학교 직장 내 괴롭힘 조사위원을 지낸 보직 교수와 직원들이다. 

사건의 본질을 왜곡하는 학교의 공식입장문과 탄원서. 이런 문서를 작성한 사람은, 놀랍게도 학교의 ‘직장 내 괴롭힘 조사위원회’에서 이 사건을 조사했던 조사위원들이었다. 누구보다 공정한 입장을 견지해야할 조사위원들이 가해자의 호위무사 노릇을 했던 것이다. 취재진은 학교 조사위원회 활동을 했던 교수와 직원에게 2차 가해라는 지적에 대한 입장을 물었다.

“낙하산 인사라는 표현이 2차 가해가 된다고는 생각을 못 했고요.
탄원문은 어차피 중립적으로 안 쓰잖아요. 그게 조사위원으로서 썼던 거는 아니고,
조사위 활동 끝나고 참모 입장에서 쓴 거예요. 처장은 참모잖아요, 총장님 참모.
참모 입장에서 좀 선처를 해달라고 호소를 한 거죠”
- 신00 /대외협력처장(학교 ‘직장 내 괴롭힘’ 조사위원)

그게 2차 가해이거나, 명예훼손이면 본인이 (소송) 걸 거고요.
나는 가해자의 편에 선 적도 없고 공정할 만큼 공정했고, 일 처리 할 만큼 했어요.
그거에 대해서 더 이상 얘기하지 마세요.
- 홍00 / 총무처장 직무대리(학교 ‘직장 내 괴롭힘’ 조사위원장)

고용노동부, 교육부에도 신고했지만...두 달 넘게 지지부진

김 씨와 직원노조는 학교법인에 박 총장 등을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한 것과는 별도로 경찰에도 고소를 했다. 경찰은 최근 박 총장과 직원 2명을 공동 상해 등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하지만 재판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 10일 협성대 웨슬리관 로비에서 협성대 박명래 총장이 대학원 직원 김윤석(가명)씨의 멱살을 잡고 밖으로 끌고 가고 있다. 김 씨와 직원 노조는 고용노동부, 교육부 등에도 이 사건을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했다.

직원노조는 지난 7월 13일과 28일 교육부와 고용노동부에도 이번 사건을 직장 갑질로 신고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조치가 이뤄진 게 없다. 교육부 관계자는 “일단은 학교법인 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를 지켜보고 교육부가 할 수 있는 조치를 고민해 보겠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 경기지청 담당자는 “아직 사건조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자세한 이야기는 할 수가 없다”고만 말했다. 

결국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지난 석 달간 피해자에게 아무런 보호막이 되어주지 못했다. 피해자와 노조가 이번 사건을 언론에 알린 이유다.

정부에선 직장 갑질을 계속 신고하라고 말하는데, 막상 신고해도 달라지는 게 없어요. 
학교가 조사를 제대로 안 했을 때 노동부에서 제재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이번 폭행사건처럼 증거가 명확하게 있는 경우가 아니면 노동자 입장에선 괴롭힘을 증명하기도 너무 어렵고 힘들죠.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좋은 취지로 생겼지만, 노동자 입장에서 아직까진 실효성이 없는 거 같아요 
- 임현석 / 전국대학노조 협성대지부장

오는 14일부터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조금 강화된다. ‘과태료’라는 제재 수단이 생긴다. 가해자가 사용자나 사용자의 친인척일 경우 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되고, 사용자가 직장 내 괴롭힘을 조사하지 않거나 피해자 보호 조치를 하지 않으면 500만원의 이하의 과태료를 내야한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지켜본 협성대학교 교직원들의 기대는 크지 않다.

전국대학노조 임현석 협성대지부장은 “벌칙(형벌)이 아닌 단순 과태료가 얼마나 의미가 있을 지 모르겠다”며 “최대 1000만 원이라는 과태료 액수도 사용자 입장에서는 얼마 되지 않는 돈이기 때문에 직장 내 괴롭힘을 예방하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제대로 작동되려면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무엇보다 근로감독관 확충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많다. 해마다 근로감독관 숫자가 늘어나고는 있지만 여전히 근로감독관 1명이 평균 1000여 개의 사업장을 담당하고 있어 사건 처리에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저희들이 계속 주장하는 게 근로감독관 증원이에요.
직장 내 괴롭힘 사건뿐만 아니라 많은 노동자들이 제기하는 진정 사건들이
좀 더 신속하고 제대로 진행이 되려면 지금처럼 이렇게 한 근로감독관이
과중하게 처리하는 구조에서는 어렵다는 거죠.”
- 권두섭 / 사단법인 '직장갑질119'변호사

하지만 근로감독관 충원이라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마련되기 전에는 손을 놓고 있어야 하는 것일까. 당장 협성대 사건처럼 외부에 알려진 사례부터라도 제대로 처리해 선례를 남겨야 한다는 게 전문가의 조언이다.

“근로감독관 숫자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정부가 손 놓고 있어도 되는 건 아니죠.
협성대 사건처럼 외부에 알려진 심각한 직장 내 괴롭힘 사례부터라도
고용노동부와 교육부가 특별근로감독을 나가거나 감사를 벌이는 방식으로
사건을 제대로 해결해 전체 대학에 경각심을 줄 필요가 있습니다.
모든 사업장이 마찬가지지만 학생들을 가르치는 대학에선 더더욱 일어나선 안 되는 일이잖아요.”
- 권두섭 / 사단법인 '직장갑질119'변호사

협성대 구성원들 “박명래 총장 즉각 파면해야”이사회에 요구

박 총장은 지난해 6월 19일 기독교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서로 좋은 말을 할 수 있는 조직이 됐으면 좋겠다. 그런 내용을 매일 기도한다"고 말했다.                                                                                                                                      (출처: C채널)

현재 협성대 교수노조와 직원노조, 동문회 등은 박 총장이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즉각적으로 총장직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박 총장은 사건 이후 사과문과 담화문을 통해 “사려깊지 못한 언행을 반성한다”면서도 “학교의 변화와 개혁에 집중하다 생긴 일”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사퇴의 뜻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박 총장 거취에 대한 결정권은 학교 법인 이사회에 달려 있다. 현재 박 총장을 조사 중인 학교법인의 조사위원회는 조사를 모두 마치고 현재 조사결과보고서를 작성 중이라고 밝혔다. 다음주 중 법인 이사장에게 긴급이사회 소집을 요구해 조사 결과를 보고할 예정이다. 학교법인의 조사위원장을 맡은 김 모 법인 감사는 “조사위원회는 조사 권한만 있지 징계 등의 조치 권한은 없다. 사회적인 공분, 학교 구성원의 여론을 모두 감안해 결론을 냈는데, 조사위 결론을 받아들일지 말지는 이제 이사회의 몫”이라고 말했다.

협성대 학교법인 삼일학원의 이사회는 현재 10명의 이사들로 구성돼 있다. 박 총장과 같은 상동교회 파견 이사가 7명, 감리교단 파견 이사가 3명이다. 상동교회 파견 이사가 과반수인 법인 이사회에서 이번 사건에 대해 어떤 결론을 낼지 주목된다.

교수노조 비대위원회의 A교수는 “이번 사건은 박 총장 뿐만 아니라 제대로 된 검증 없이 상동교회 장로라는 이유로 박 총장과 같은 사람을 총장으로 선출한 이사회의 잘못도 크다”며 “이사회는 즉각 박 총장을 파면하고, 현재 상동교회 사람들로 대다수 구성돼 있는 이사회 구조도 재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스타파 홍여진 sarang@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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