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유동규 체포해 조사..사업자 선정 특혜·금품 수수 추궁

이효상·허진무 기자 2021. 10. 1.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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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검찰이 1일 대장동 개발 의혹의 핵심 인물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한 병원 응급실에서 체포해 검찰로 연행했다. 서울중앙지검 출입문 앞에서 취재진들이 대기하고 있다. / 김창길 기자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전반에 관여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1일 검찰에 체포돼 조사를 받았다. 검찰이 사업 설계자인 동시에 로비 수혜자로 지목된 유 전 본부장의 신병을 확보하면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수사는 속도를 낼 전망이다.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이날 오전 9시26분쯤 한 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나오던 유 전 본부장을 체포했다. 성남도시개발공사·화천대유 등에 대한 압수수색 이틀 만에 ‘1호 피의자’의 신병을 확보한 것이다. 검찰은 증거인멸 우려 등으로 신병 확보에 서둘렀을 것으로 보인다. 유 전 본부장은 지난달 29일 검찰의 자택 압수수색 당시 휴대전화를 “창 밖에 던졌다”면서 휴대전화를 제출하지 않았다. 전날 검찰의 소환 통보에도 뚜렷한 이유 없이 불응했다. 유 전 본부장은 검찰에 출석하기로 한 이날 아침 복통을 호소하며 병원 응급실을 찾는 등 조사 시점을 재차 늦추려 했다. 검찰은 통상 세 차례 출석 요구에 불응한 경우 피의자 인신 구속을 검토하는데 이에 비해 발빠른 대응인 셈이다.

범죄 혐의점이 비교적 뚜렷한 점도 신병 확보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유 전 본부장은 대장동의 민관 합동 개발 계획을 설계한 인물로, 화천대유 등이 포함된 ‘성남의뜰 컨소시엄’이 민간사업자로 선정될 당시 공사의 사장 직무대리를 맡았다. 그는 수사의 주요 갈래인 사업자 선정·인허가 특혜 의혹 등을 규명할 수 있는 키를 쥔 인물이다.

성남도시개발공사는 민관 합작 특수목적법인(SPC) ‘성남의뜰’ 지분 50%를 갖고도 1830억원의 배당을 받는데 그쳤다. 반면 지분 7%를 가진 화천대유와 천화동인 1~7호는 3년간 4000억원이 넘는 배당을 받았다. 화천대유가 아닌 다른 사업자를 선정했을 경우 성남시에 더 많은 이익이 보장된다는 사실을 알고도 화천대유를 선정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입증될 경우 업무상 배임 혐의가 적용될 소지가 있다.

검찰은 지난 이틀간 유 전 본부장이 성남도시개발공사에서 사용한 컴퓨터 등을 압수수색해 민간사업자 선정 당시의 자료를 확보했다. 수사팀은 이날 유 전 본부장을 상대로 수익 분배 구조 설계 배경, 민간사업자 선정 당시 심의위원 선정 과정, 성남의뜰 컨소시엄을 선정한 배경 등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경기도 제공


유 전 본부장은 화천대유의 이익 분배 과정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경향신문 취재 결과, 민간사업자에 대한 배당이 이뤄지던 당시 화천대유 대주주인 언론인 출신 김만배씨와 유 전 본부장은 700억원의 수익 분배 문제를 두고 입장이 충돌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9년부터 대장동 민간개발사업을 추진해온 사업의 실질적 ‘설계자’ 정영학 회계사가 이 과정을 중재하면서 대화 내용을 녹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계사는 최근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19개의 녹취록과 돈다발 사진 등을 검찰에 제출했다.

녹취록에는 유 전 본부장의 요구에 따라 화천대유 측의 배당 수익 일부가 유 전 본부장에 전달된 정황도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유 전 본부장은 지난해 12월 경기관광공사 사장직을 그만두기 한 달 전에 유원오가닉(현 유원홀딩스)라는 회사를 차렸다. 천화동인 4호의 소유주 남욱 변호사의 대학 후배인 정민용 변호사가 이 업체의 대표를 맡고 있다. 정 변호사는 성남도시개발공사 팀장으로 있으면서 2015년 2월 대장동 개발 입찰 공모지침서를 작성한 인물로, 민간사업자 심사에도 참여해 성남의뜰 컨소시엄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도 관여했다.

검찰은 유원홀딩스가 뒷돈을 접수하는 창구로 자금세탁에 사용됐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자금흐름을 추적하고 있다. 유 전 본부장은 전날 “돈을 받았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라며 금품 수수 의혹을 부인한 바 있다.

검찰은 정 회계사가 제출한 녹취록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는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해당 녹취록에는 정치권과 법조계 인사들에 거액의 금품이 흘러간 정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김만배씨가 화천대유 법인에서 빌려, 현금화한 자금의 요청에 대해서도 추적중이다. 김씨는 지난해까지 473억원을 회사에서 빌려 이중 상당수를 현금으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만배씨는 이날 입장문에서 “350억원 로비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개발 이익이 예상보다 증가하게 되자 투자자들 간에 이익의 배분비율에 있어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예상비용을 부풀려 주장하는 과정에서 과장된 사실들이 녹취된 것에 불과하다”고 해명했다.

이효상·허진무 기자 h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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