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01일 18시 02] '남욱-정영학팀' 먹잇감 됐나..수도권 공영개발사업 곳곳 개입

성남 위례·대장과 안양 박달에선 '선수', 의왕 장안에선 '심판'으로 관여

[뉴스 스크립트]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의 막후 설계자로 알려진 남욱 변호사와 정영학 회계사가 수도권 공영개발사업 곳곳에 투자자 또는 사업자 선정 심사위원으로 개입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경기지역 지자체 등에 따르면 이들은 2013년 11월 위례신도시 공동주택 신축사업에 가족 명의로 투자했는데요.

대장동 개발의 축소판으로 불린 위례 사업의 이익 배당금은 301억5천만 원으로, 이 중 150억7천만 원가량이 자산관리회사와 투자사에 지급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들은 대장동 사업에도 투자사 천화동인 4∼5호로 참여해 남 변호사는 1천7억 원을, 정 회계사는 644억 원의 배당금을 각각 챙긴 것으로 드러났고요.

정 회계사의 경우 2014년 2월 의왕시 장안지구 도시개발사업의 민간사업자 선정 과정에 심사위원으로도 참여해 이들이 사업 구조를 꿰뚫고 있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jiwon6162@yna.co.kr

[기사 전문]

'남욱-정영학팀' 먹잇감 됐나…수도권 공영개발사업 곳곳 개입

성남 위례·대장과 안양 박달에선 '선수', 의왕 장안에선 '심판'으로 관여

(성남=연합뉴스) 최찬흥 기자 =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의 막후 설계자로 알려진 남욱 변호사와 정영학 회계사가 민관 합동으로 추진된 경기지역 공영개발사업 곳곳에 투자자인 '선수' 또는 사업자를 선정하는 '심판'으로 개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1일 경기지역 지자체 등에 따르면 이들은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설립 후 2013년 11월 첫 공영개발사업으로 추진한 위례신도시 공동주택 신축사업에 가족 명의로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업의 자산관리회사와 투자사 법인 등기부등본에는 남 변호사의 아내와 정 회계사의 가족이 이사로 등재돼 있다.

대장동 개발의 축소판으로 불린 위례 사업의 이익 배당금은 301억5천만원으로, 이 중 성남도시개발공사 몫 150억7천500만원 외에 나머지 150억7천500만원이 자산관리회사와 투자사에 지급된 것으로 추정됐다.

이어 남 변호사와 정 회계사는 대장동 사업에 투자사 천화동인 4∼5호로 참여해 각각 1천7억원과 644억원의 배당금을 챙겼다.

남 변호사의 대학 과 후배인 정민용 변호사, 정 회계사와 같은 회계사무소에 근무했던 김모 회계사가 대장동 개발 민간사업자 선정(2015년 3월) 4개월 전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입사해 민간사업자 공모지침서를 만든 전략사업실의 실장과 팀장을 지낸다.

정 변호사의 경우 민간사업자 선정 당시 평가위원으로도 참여했다.

앞서 정 회계사는 위례 사업과 대장동 사업 중간 시점인 2014년 2월 의왕시 장안지구 도시개발사업 민간사업자 선정 과정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한다.

이 사업도 의왕도시공사 50%+1주, 민간사업자 50%-1주의 지분율로 사업시행자(특수목적법인)를 꾸리게 돼 대장동 개발과 사업 방식이 동일하다.

올해 8월 안양도시공사가 박달스마트밸리 조성사업의 민간사업자 공모를 할 때는 엔에스제이홀딩스라는 업체가 참여 의사를 밝혔는데, 엔에스제이홀딩스는 대장동 개발 당시 남 변호사가 만든 천화동인 4호가 사명을 바꾼 업체다.

안양도시공사는 지난달 16일 민간사업자 공모 절차를 취소했는데 대장동 개발과 유사한 사업방식을 택한 탓에 뒤탈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얘기가 돌았다.

이에 대해 안양도시공사는 "대장동 개발과 같은 과다 배당 문제 때문이 아니라 금융기관 실적 배점에 신중을 기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남 변호사와 정 회계사는 2009∼2010년 대장동 민간개발 사업에도 자문단 등으로 관여한 것으로 나와 10여년 전부터 관계를 맺은 것으로 추정된다.

남 변호사의 경우 당시 LH의 공영개발을 민간개발로 바꿀 수 있게 도와달라는 부동산개발 시행사 측의 부탁과 함께 돈을 받았다가 기소됐으며 무죄 판결을 받았다.

그는 LH가 공영개발을 포기한 뒤엔 민간 개발을 위해 대장동 일대 토지를 사들이고 토지주들을 직접 설득하기도 했다.

한 부동산개발 시행업체 관계자는 "남 변호사와 정 회계사는 지자체의 도시개발공사가 자본금과 경험이 부족해 민간사업자가 공영개발을 주도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꿰뚫고 있던 것으로 보인다"며 "공영개발 별로 직접 투자하는 선수 또는 민간사업자를 선정하는 심판 역할을 두루 하며 이런 허술한 구조를 간파한 것 같다"고 말했다.

ch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