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수수색 이틀 만에 유동규 체포..대장동 의혹 수사 탄력(종합)

사후 수뢰·업무방해 혐의 가능성..김만배 화천대유 대주주 등 줄소환 전망
계좌 추적·자금 흐름 쫓으며 비리 단서 추적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기자 = 검찰이 1일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전격 체포하면서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 수사에 속도가 붙고 있다. 지난달 29일 대대적인 압수수색에 나서며 본격 수사에 착수한 지 이틀 만이다.

서울중앙지검 수사전담팀은 이날 오전 9시 26분께 병원 응급실에서 나오는 유 전 본부장을 체포했다. 애초 그는 이날 오전 출석할 예정이었는데 직접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검찰은 법원에서 미리 체포영장을 발부받았다.

검찰이 이처럼 신속히 움직인 데에는 의혹의 중심인물인 유 전 본부장에서부터 사건을 풀어나가겠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유 전 본부장은 대장동 개발 사업이 민관 합작으로 추진될 때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지내며 공사 사장 직무대리도 맡았다. 화천대유가 포함된 하나은행컨소시엄이 우선 협상대상자로 선정될 때 유 전 본부장이 사장 직무대리였다.

이후 시행사 '성남의뜰'의 주주 구성, 수익금 배당 방식을 설계한 것도 유 전 본부장으로 지목되고 있다.

특히 성남의뜰에 투자한 천화동인 4호 남욱 변호사, 5호 정영학 회계사 등과 얽히고설킨 인맥 관계가 드러나며 사실상 이들이 동업 관계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검찰도 유 전 본부장을 상대로 화천대유 측에 특혜를 줄 목적으로 사업 설계를 했는지 집중 추궁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의혹은 유 전 본부장이 화천대유 측에서 거액의 돈을 받았다는 얘기가 흘러나오면서 힘을 얻고 있다.

정영학 변호사가 검찰에 제출했다는 녹취 파일에는 유 전 본부장이 화천대유 측에 수익 분배를 요청해 돈을 받아 갔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진다. 화천대유 자회사인 천화동인 1호의 실소유주가 유 전 본부장이란 설도 있다.

유 전 본부장이 실소유주로 지목된 유원홀딩스라는 회사도 개발 수익을 나눠 갖기 위한 유령 회사라는 의심을 받고 있다.

유 전 본부장은 이 사건의 핵심 인물인데다 개발 사업에 깊숙이 관여한 만큼 한 차례 조사로 끝나진 않을 전망이다. 체포 시한 내에 최대한 조사하고 이후엔 구속 영장을 청구해 추가 조사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만약 유 전 본부장이 화천대유 측에 유리하게 수익 배당 구조를 설계하고 그 이익금을 챙겼다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사후 수뢰 혐의가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공사 관계자들의 정당한 사업자 선정 업무를 방해한 혐의도 적용될 소지가 있다.

검찰은 이 같은 의혹의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대장동 개발 사업을 주관한 공사 담당자들 조사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전날엔 수익 배당 구조를 설계할 때 유 전 본부장과 이견을 보인 것으로 알려진 이모 현 개발2처장을 불러 조사했다. 내주 초 화천대유가 참여한 하나은행 컨소시엄을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할 때 심사에 참여한 김모 개발1처장도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검찰이 대규모 인력으로 조기에 의혹 실체를 규명하겠다는 입장인 만큼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사업자 심사 과정에 참여하고 이후 유 전 본부장과 유원홀딩스를 세운 정민용 변호사 등에 대한 소환도 빠르게 진행될 전망이다.

검찰은 화천대유 설립 자금의 출처, 대장동 개발 수익금, 분양 수익금의 흐름도 쫓고 있다. 이 과정에서 화천대유 경영진의 횡령이나 배임 단서가 드러날 가능성도 있다.

일각에선 화천대유 측의 로비 리스트까지 언급되고 있는 만큼 화천대유 측에서 현금화한 돈의 종착지가 어디인지도 추적할 예정이다.

s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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