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부부 "99명은 식사, 100명은 질 낮은 답례품..결혼 정말 힘들다"

정혜민 기자,박재하 기자,이정후 기자 2021. 10. 1.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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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적모임 방역수칙 기존과 대동소이.."정말 버티기 어렵다"
전국신혼부부연합회 대표가 9월23일 오후 국회 본관 계단에서 '코로나 방역 피해 예비부부, 우리 결혼하게 해주세요' 기자회견을 갖고 발언을 하고 있다. 2021.9.23/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서울=뉴스1) 정혜민 기자,박재하 기자,이정후 기자 = 결혼식과 돌잔치, 실외 체육활동의 방역기준이 완화됐다. 백신접종 완료자를 포함해 결혼식장은 종전보다 2배 가까운 하객을 수용할 수 있게 됐고 돌잔치는 최대 4명에서 49명까지 모일 수 있다.

결혼식장 모임허용 인원이 대폭 늘어난데 따른 예비부부의 환영의 목소리도 있지만 여전히 보증인원 계약이나 답례품 문제로 현 코로나19 상황에서 결혼을 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사적모임 허용기준은 큰 변동이 없는 가운데 자영업자들의 고충이 계속되고 있다.

1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수도권 4단계, 비수도권 3단계인 현 사회적 거리두기가 2주 연장된다.

결혼식장은 오는 4일부터 식사를 제공하는 경우, 거리두기 3~4단계에서 접종 완료자 50명을 포함해 최대 99명까지 모임이 허용된다. 식사를 제공하지 않는 경우 접종완료자 100명을 포함해 최대 199명까지 모일 수 있다.

기존 거리두기 3~4단계 상의 식사제공 결혼식 49명, 식사없는 결혼식 99명에서 허용 인원이 약 2배로 늘어난 것이다.

돌잔치의 경우 기존 거리두기 4단계에서는 사적모임 인원제한을 적용받아 최대 4명(식당·카페에서 접종 완료자 2명 포함할 경우 최대 6명)이 참석 가능했다. 하지만 4일부터는 접종 완료자를 포함해 49명까지 모임이 허용된다.

10개월 아들을 키우는 직장인 이소영씨(가명·35)는 "기존 방역지침으로는 양가 부모님도 부르기 힘들었는데 완화되면서 양가 부모님과 형제, 자매까지는 부르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가뜩이나 돌잔치를 하지 않는 추세에 코로나19가 겹치면서 행사 수준의 돌잔치는 다들 하지 않겠지만 가까운 가족들과 모여 함께 식사라도 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덧붙였다.

다만 결혼식장의 모임허용 인원이 약 2배로 늘었지만 만족스럽다는 반응은 드물었다.

웨딩홀 계약의 기본이 되는 '보증인원'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고 거리두기로 결혼식장 내 식사가 어렵게 되면서 웨딩홀이 식사 대신 제공하는 답례품의 품질이 떨어진다는 불만들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2주 뒤 서울 송파에서 결혼식을 한다는 김민아씨(가명)는 "모임인원 제한이 완화되자마자 예식장으로부터 '줄여줬던 보증인원을 다시 늘리겠다'는 연락이 왔다"며 "그러면 저는 돈을 더 내야하고 하객들은 싸구려 답례품을 받아 가게 되는데, 보증인원 문제부터 정부가 중재해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다만 김씨는 "모임 인원을 확대해 달라는 것은 종교시설이나 백화점 등 다중이용시설과의 형평성을 맞춰달라는 취지"였다며 "이번 조치로 형평성이 나아졌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내년 2월 결혼을 앞둔 최진영씨(가명·31)는 "제 입장에서는 기존 방침 때와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며 "모임 인원이 늘어났다지만 99명까지 식사를 할 수 있고 100명은 답례품을 받아가야 하는데 멀리서 오시는 분들에게 식사를 제공 안 할 수 없다"며 푸념했다.

그는 "완화된 대로 하객을 늘리면 보증인원은 인원대로 늘어나고 하객들도 결국 싸구려 답례품을 받아야 하는데 돈이 많이 아깝다"고 푸념했다. 최씨는 10월 초로 예정됐던 결혼식을 한 차례 미룬 바 있다.

보건의료노조와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한국자영업자협의회 관계자들이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위드 코로나' 시행과 공공의료 강화 촉구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2021.9.30/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자영업자, 소상공인들의 기대가 컸던 사적모임과 관련해서 방역수칙은 기존과 대소동이한 수준이다.

수도권의 식당·카페 등 다중이용시설의 이용시간 제한은 오후 10시로 유지된다. 인원제한도 오후 6시 이전까지 4명, 오후 6시 이후에는 미접종자는 2명, 접종완료자 포함 6명까지 식당·카페·가정에 한해 모임이 가능하다.

상인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칼국수집 사장 박승호씨(62)는 "거리두기가 계속 연장하다보니 2년 가까이 됐다"면서 "정말 버텨가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대치동의 한 김밥집 사장 최지영씨(50대)는 "시간제한을 완화해줬으면 좋겠다"면서 "예전에는 학원이 오후 10시에 끝나니까 아이들이 여기서 밥도 먹고 그랬는데 지금은 10시 이후에 영업을 못 하니 수입이 많이 줄었다"고 토로했다.

수도권 거리두기 4단계 이후 매출이 크게 줄었다는 샌드위치 가게 종업원 이경희씨(40대)는 "예전에는 거리두기를 연장한다고 하면 '다음주에 또 연장하려나' 하는 걱정을 했지만 이제는 계속 연장되다 보니 자포자기하게 된다"고 전했다.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hemingwa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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