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공급망 충격에..사장단회의 소집한 LG
LG "코로나 특수 약화 대비를"..현대차 9월 판매 22% 뚝
외신들 "中제조업 가파른 침체, 韓기업에 연쇄 타격" 경고
◆ 전세계 공급망 불안 확산 ◆
LG그룹이 구광모 회장 주재로 지난달 30일 개최된 사장단 워크숍에서 공급망 불안과 코로나19 특수 약화를 내년 주요 위험 요인으로 지목하고 긴급 대책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최고경영진은 향후 세계 경제가 저성장 기조에 진입하고 비용 구조 악화로 기업 간 생존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수 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4대 그룹 중 하나인 LG그룹이 긴급 대응에 나서면서 세계 공급망 위기에 대처하려는 대기업들의 움직임이 한층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LG 고위 관계자는 "핵심 부품에 대해 면밀한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부품 수급 등 공급망 역량을 강화해 병목현상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는 데 구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이 공감했다"고 전했다.
현대자동차그룹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으로 상반기 생산 차질 규모가 12만대에 달하는 데다 미국 항만의 물류대란으로 국내에서 생산하는 차량의 대미 수출에도 차질이 우려되는 상태다. 실제로 현대차는 9월 국내외 판매량이 지난해 9월보다 22.3% 감소한 28만여 대에 그쳤다. 9월 한국GM과 쌍용자동차의 내수·수출 판매량도 각각 66%, 39% 감소했다. 현대차는 반도체 수급과 관련해 매주 점검회의를 열면서 공급처 확대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출고 가능한 모델을 우선 생산하는 등 생산 일정을 조정하면서 반도체 수급 문제에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전 업계도 연말 성수기를 앞두고 비상이 걸렸다. 삼성전자는 북미로 수출하는 TV의 생산 차질을 막기 위해 TV 부품을 비행기로 운송하고 있다. LG전자는 북미 시장 냉장고 수요를 맞추기 위해 멕시코 몬테레이 공장을 야간에도 가동한다.
전 세계적인 공급망 위기가 단기 충격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지면서 미국 뉴욕증시가 다시 하락하는 등 전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제조업의 부품 생태계 붕괴에 따른 악영향이 장기화하고 이는 결국 기업의 실적 악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불안감이 증폭됐기 때문이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하원에 출석해 "공급 측면의 제약으로 매우 특이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인플레이션이) 향후 수개월간 점차 완화되겠지만 내년 상반기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미국 경제는 코로나19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과 공급망 위기 등 악재가 연달아 터지면서 위축되고 있다. 미국 연준마저 지난 6월 내놓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7%)를 석 달 만에 5.9%로 대폭 내려 잡으면서 시장에서는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공포가 커지고 있다. 중국 상황도 마찬가지다. 중국의 9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는 49.6으로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지난해 2월 이후 19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들은 중국 제조업 침체가 핵심 교역국인 한국 기업에 연쇄 충격을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처럼 세계적인 공급망 위기로 인해 경기 재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한국 기업들도 '위기 대응체제'로 전환하고 있다.
[뉴욕 = 박용범 특파원 / 서울 = 노현 기자 / 서진우 기자]
현대차 주가 3.25% 떨어져
작년 12월 수준으로 역주행
물류대란 직격탄 HMM -5.6%
해외서 물품수입 차질 우려
이마트·롯데쇼핑도 급락
美유통기업 주가도 곤두박질
美 8월 개인소비지출지수
3.6% 올라 30년來 최고수준
'공급 차질 지속→물가 급등→구매력 위축 및 기업 실적 둔화→기준금리 인상'으로 이어지면 지난해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지속된 유동성 장세가 일시에 끝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엄습하고 있다.
이를 반영해 코스피는 1일 전일 대비 1.62% 하락해 3019.18로 장을 마쳤다. 코스닥지수는 더욱 큰 폭으로 떨어져 2.0% 하락해 983.20으로 장을 마쳤다. 코스닥지수가 1000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 8월 이후 한 달 만이다.
이처럼 한국 증시가 폭락세를 보인 것은 최근 시작된 글로벌 공급망과 물류 산업이 난관에 봉착했기 때문이다.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 경제가 전력난으로 생산에 차질을 빚으면서 공급난이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공포를 더하고 있다.
물가가 급등하면 매출이 떨어지는 유통주 또한 이날 직격탄을 맞았다. 물가는 올라가는데 경기 둔화로 지갑이 얇아지는 이른바 '스태그플레이션'이 오면 유통업체 실적은 급격히 감소한다. 또한 유통망 위기로 제때 해외에서 물품을 조달받지 못하면 유통업체는 매출 하락이 불가피하다.
이를 반영해 유가증권시장에서 이날 신세계 주가는 3.42% 떨어졌고, 이마트(-3.65%)와 롯데쇼핑(-1.95%)도 칼날을 피해가지 못했다. 지난달 30일 뉴욕증시에서 시작된 유통주의 급락세가 한국으로 전이되는 모양새다.
대부분 미국 유통기업들은 주가가 지수 하락폭 이상으로 미끄러졌는데, 콜스(-12.24%), 노드스트롬(-8.98%), 메이시스(-8.5%) 등 주요 백화점 체인은 바닥이 뚫린 것처럼 주가가 폭락했다. 공급망 위기가 단기간에 그치지 않아 이들 기업의 실적이 3분기에 악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대형 유통체인인 타깃 주가도 3.0% 하락했다.
분야별 유통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베스트바이(전자제품 유통·-3.4%), 웨이페어(온라인 가구 유통·-5.66%), 풋 라커(신발 유통·-7.55%) 등 대표업종들에 대한 매도세가 강하게 나타났다. 크리스 허세이 골드만삭스 매니징디렉터는 "가을을 지나 4분기로 향해 가는 시점에서 저성장, 긴축적 통화정책, 중국발 역풍, 재정부양책 감소, 공급망 병목현상 지속이 투자자 심리를 짓눌렀다"고 말했다.
배런스는 9월 기준 2011년 이후 최악을 기록한 뉴욕증시가 10월에는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2011년은 유럽재정위기가 있었던 시기였다. 배런스에 따르면 역사적으로 보면 다우지수, S&P500지수는 9월에 하락 시 10월까지 연이어 하락하는 경우가 많았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지난달 30일 공급망 위기가 쉽게 끝나지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파월 의장은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에 참석해 "(공급망 마비는) 시간이 가면 완화될 것이지만 언제 이렇게 될 것인지 정확히 말하기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미국 물가 상승세는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다.
1일(현지시간) 미 상무부 발표에 따르면 8월 근원 PCE(개인소비지출)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3.6% 상승했다. 30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근원 PCE지수는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인플레이션을 판단하는 지표로 연준이 통화 정책에 참고하고 있다.
이달 지수는 다우존스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보다 0.1%포인트 높았다. 지난 7월에는 전년 동월 대비 3.6% 상승해 1991년 5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이 같은 높은 수준이 지속되고 있다.
이날 아시아 증시는 이 같은 우려를 반영해 일제히 한파를 맞았다.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전일 대비 2.31%, 대만 자취엔지수는 2.15% 폭락했다. 중국과 홍콩 증시는 이날 국경절을 맞아 휴장했다.
[뉴욕 = 박용범 특파원 / 서울 = 김규식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백신 맞으셨죠? 언제 저녁이라도?"…8월 법인카드 사용 20% 늘었다
- "역대 최대 수출이라더니 흑자는 반토막?"…원자재 가격 급등 직격탄 맞았다
- "아 그때 팔았어야 하나"…코스피 3천도 불안하다, 동학개미 대응 전략은?
- "끊기기 전에 빌리고 보자"…고강도 규제에도 가계대출 4조 늘었다
- 오락가락 세금 부과에…오피스텔·고시원 신음
- 강경준, 상간남 피소…사랑꾼 이미지 타격 [MK픽] - 스타투데이
- 총선은 끝났지만…부동산 ‘폭풍전야’ [COVER STORY]
- “유영재가 언니 강제추행”…선우은숙, 이혼 결심한 결정적 계기(종합)[MK★이슈] - MK스포츠
- 이찬원, 이태원 참사에 "노래 못해요" 했다가 봉변 당했다 - 스타투데이
- 양희은·양희경 자매, 오늘(4일) 모친상 - 스타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