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계적 일상회복 가려면 지속가능한 의료대응체계 마련해야"

이창준 기자 2021. 10. 1.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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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1일 오후 대전시 대덕구 오정동 한남대학교에서 열린 2022학년도 수시모집 미술 실기고사에서 응시생들이 방역수칙을 준수하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연합뉴스

“지속가능한 의료대응체계가 마련돼야 합니다.” “‘확진자가 내 옆집에 살아도 괜찮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필요합니다.”

정부가 다음달 ‘단계적 일상회복 방안’을 추진하기로 한 가운데 이를 위한 전제조건으로 전문가들은 수많은 확진자를 감당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의료대응체계’를 먼저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전문가들은 위험을 수용할 수 있는 국민적인 공감대 형성 역시 중요한 전제 조건으로 꼽았다.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1일 서울 엘타워 오르체홀에서 ‘코로나19 단계적 일상 회복을 위한 공개토론회’를 개최했다. 단계적 일상회복 목표와 실행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정부가 주관한 첫 공개 토론회로 이재갑 한림대 의대 교수,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 윤태호 부산대 의대 교수(전 중수본 방역총괄반장)가 발제자로, 중앙정부·지방자치단체 방역당국 관계자, 경제전문가,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의료체계 버텨줘야 방역 완화 가능…일상 치료 체계 확립해야”

전문가들은 방역 조치를 완화하기 위한 선행 조건으로 ‘지속 가능한 의료체계 확립’을 꼽았다. 윤태호 교수는 한국보다 먼저 방역 체계를 전환한 영국·덴마크 등의 사례를 들며 “이들 국가는 의료체계가 버텨주기 때문에 방역 (완화) 이행이 가능했던 것”이라며 “확진자를 전부 입원시켜서는 방역 전환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재택치료를 포함해 모든 의료기관이 환자의 중증도에 맞게 일상적으로 코로나19 환자를 진료할 수 있을 때 지속가능한 의료체계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봤다. 이재갑 교수는 “의원에서 외래 진료를 하다가 상태가 나빠지면 병원에 입원하고 더 나빠지면 중환자실에 입원하는 기존 의료체계 안에서 코로나19 환자가 진료받는 개념으로 넘어가야 한다”며 “코로나19 병상도 손실 보상 형태로 유지하는 게 아니라 일상적으로 환자를 볼 수 있게 의료보험 체계에 흡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백신 접종완료율이 성인 80%, 60세 이상 고령층 90%로 높아지면 단계적 일상 회복 방안을 추진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는 예방접종확대의 효과로 위중증화율·사망률이 높아지지 않도록 관리할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윤태호 교수는 의료체계의 전환 과정 역시 백신 접종률과 치명률 및 중증환자 수에 따라 3단계로 나눠 순차적으로 이행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접종완료율 80%까지는 재택치료에 중심의 의료체계를 유지하다가 80%를 넘어서면 일상 의료체계에 통합시키는 식이다.

민간 의료기관의 협조를 더 이끌어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박유미 서울시 시민건강국장은 “재택치료를 위한 협력 병원을 선정하고, 생활치료센터나 전담병원을 더 확보하기 위해서는 민간 의료자원을 효율적으로 끌어내고 배분하는 게 중요하다”며 “일상생활에서 코로나19 의료서비스 받을 수 있는 방안을 민간과 공공이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방역체계 전환에 국민적인 공감대 형성 역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임승관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장(경기도 코로나19 홈케어운영단장)은 “감염자가 외래 진료 시 자가용으로 이동해도, 자녀의 옆 학급에서 확진자가 발생해도 아무렇지도 않다는 위험 인식 체계가 형성돼야 한다”며 “클래식을 연주하다가 록앤롤을 연주하는 것 같은 어려운 전환”이라고 말했다.

■“접종률 70% 넘으면 거리 두기 단계 낮출 수 있어”

시민단체 관계자, 경제 전문가들은 지속된 거리 두기로 인해 사회 전반의 경제적 피해가 극심해지고 있다며 대면 활동의 규제를 신속하게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는 “대면 활동의 규제를 풀고 자유로운 경제 활동이 가능한 수준으로 시장을 정상화시키는게 정부도, 민간도 살 수 있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노화봉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센터장은 “다중이용시설의 영업 범위나 상권의 특성을 고려한 거리두기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영국에서 적용 중인 ‘코로나패스’ 제도가 소개됐다. 코로나패스는 백신을 맞지 않았더라도 확진 경험을 통해 면역을 획득한 사람이나 48시간 이내 음성이 확인된 사람에게는 다중이용시설 출입이나 대규모 축제에 참여하는 것을 허용하는 제도다.

전문가들은 코로나패스를 포함한 방역 완화 조치 역시 백신 접종률이나 치명률 등 위험 지표에 따라 단계적으로 확장돼야 한다고 봤다. 윤태호 교수는 “접종완료율 70%를 넘어서면 (코로나패스와 같은 조치로) 미접종자 중심 인원제한을 유지하면서, 확진자 수가 지금과 동일하더라도 현행 거리 두기보다 낮은 단계를 적용할 수 있고, 접종완료율 80% 이상이면서 중증화율·치명률이 (독감 수준까지) 낮아지면 일상회복 과정에서 코로나패스 자체를 해제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준 기자 jch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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