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What] 에너지값 급등할라..中 '사생결단 베팅' 관측에 세계가 촉각
국영기업에 에너지 확보 지시
넉달새 3배 치솟은 천연가스값
겨울 앞두고 변동성 확대 우려
에너지대란 유럽은 '좌불안석'
中전기료 인상→상품가격 상승
공급망 차질·인플레 심화 예고
최악의 전력난을 겪고 있는 중국 당국이 국영기업에 사생결단식 에너지 확보에 나설 것을 압박했다. 가뜩이나 탈탄소 등과 맞물려 ‘그린 인플레이션’이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의 이번 조치가 국제 에너지 시장의 변동성을 키우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이미 에너지 대란으로 신음하는 유럽에서는 중국발 불안감이라는 대형 암초를 만난 셈이다.
中 “정전 용납 못해” 엄포
1일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정부가 최근 한정 공산당 상무위원 겸 부총리 이름으로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전력 공급을 확보하라”고 국유 에너지 기업에 지시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소식통은 “한 부총리가 이번 주 초 국유자산 당국, 경제정책 당국자들과의 긴급 회의에서 이런 지시를 내렸다”면서 “한 부총리는 ‘어떤 정전 사태도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번 지시는 최악으로 치닫는 중국의 전력난으로 기업들이 잇따라 생산 활동을 멈추고 일반 국민의 생활까지 불편을 겪는 와중에 나왔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내 31개 성·직할시·자치구 가운데 20개 이상의 성·시에서 전력 공급이 제한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달 28일 신바오안 중국 국가전력망공사 회장도 “현재 전력 공급 업무는 가장 중요하고도 긴박한 정치 임무가 됐다”고 말한 바 있다. 중국에서 ‘정치 임무’는 경제성을 따지지 않고 무조건 해야 하는 일을 말한다.
천연가스 선물 가격 7%급등
이번 조치에 에너지 시장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전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천연가스 선물 가격은 7.1%나 치솟았다. 중국의 천연가스 수입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1주일간의 국경절(10월 1일) 황금연휴에 돌입한 중국의 석탄 선물 가격도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전문가들은 국제 에너지 가격이 큰 폭으로 뛸 가능성을 내놓았다. 비얀 시엘드롭 SEB그룹 상품분석가는 “중국이 천연가스와 석탄 입찰전에서 승리하기 위해 무슨 짓이든 할 것”이라며 “에너지 시장의 변동성이 한층 커질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미국 컨설팅 업체 개스비스타의 레슬리 팔티 구스만 대표는 “중국의 움직임은 공급 보장을 최우선에 두는 것”이라며 “겨울 동안 상승한 가스·전기 가격을 감당해야 하는 유럽 정부와 소비자에게는 나쁜 소식”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탄소 배출 제한과 전력 공급 확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중국으로서는 상대적으로 탄소 배출이 적은 천연가스로 몰릴 가능성이 크다. 실제 천연가스 가격은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글로벌 천연가스가격지수는 259로 넉 달 만에 3배 가까이 치솟았다. 콜린 해밀턴 BMO캐피털마켓 분석가는 “중국에 가스는 석탄의 대안”이라고 말했다.
내년 2월 동계 올림픽까지 불안
수급 불일치로 전력난이 계속되자 중국 정부는 결국 전기료 인상을 단행했다. 중국의 최대 제조 기지인 남부 광둥성은 1일부터 한낮 피크 시간의 전기료를 올리는 방식으로 산업용 전기료를 최대 25% 인상했다. 전국적인 전력난을 감안하면 광둥성에서 시작된 이번 전기료 인상은 곧바로 다른 성·시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의 공장인 중국의 전기료 인상은 결국 생산비를 올려 상품 가격에 전이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지 않아도 인플레이션으로 몸살을 앓는 차에 큰 혹까지 붙은 셈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의 전력난은 그동안 낮은 에너지 비용의 중국 상품에 의존했던 글로벌 공급망에 새로운 도전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외신은 중국의 전력난을 ‘제2의 반도체 사태’에 빗대기도 한다. 코로나19 회복 과정에서 급격히 늘어난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는 공통점이 있고 그 여파도 전 세계에 미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문제는 이런 최악의 전력난이 금세 해결될 수 없다는 데 있다. 내년 2월 베이징 동계 올림픽을 앞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탈탄소 드라이브를 통해 대기 질을 끌어올리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올해 말과 내년 초까지는 어떤 식으로든 기업들의 공장 가동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금융 정보 업체인 S&P글로벌은 최근 보고서에서 “이미 국제 원자재 가격이 고공 행진하는 상황에서 중국 정부가 억눌러온 에너지 가격 문제가 한꺼번에 터져 나와 현재의 전력난을 일으켰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베이징=최수문 특파원 chsm@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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