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서 끊이지 않는 가정폭력..유죄 판결 비웃고 '악행' 되풀이
5년간 가정폭력 사범 25만여명.."확실한 제재로 재범 막아야"
(전국종합=연합뉴스) 임채두 기자 = 수없이 이어진 가정 폭력. 늘 불안에 떨어야 했던 보금자리. 시퍼런 멍과 함께한 세월.
2차례의 유죄 판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A(53)씨는 이번엔 '목검'을 들었다.
상대는 반평생을 함께한 아내였다.
지난해 12월 31일 오후 7시께.
A씨는 술에 취해 전북 전주시 자택으로 들어와 아내와 말다툼을 벌였다.
그러다 눈에 띈 65㎝ 길이 목검을 들어 아내를 향해 휘둘렀다.
맞은 부위를 감싼 채 쓰러진 아내의 몸에는 '익숙한' 멍이 새겨졌다.
A씨는 아내 일상에도 사사건건 간섭했다.
아내가 일하던 주점에 찾아가 다짜고짜 업주에게 욕설하고 영업에 훼방을 놓았다.
이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A씨는 결국 징역 8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전주지법 제3형사부(고상교 부장판사)는 '과거 2차례의 유죄 판결', '집행유예 기간 중 범행'을 이유로 들었다.
처음이 아니라는 말이다.
2018년 6월에는 자택에서 가로 50㎝, 세로 11㎝, 높이 14㎝의 나무상자로 아내의 얼굴, 가슴, 팔, 다리를 사정없이 때렸다.
퍼렇게 멍들고 피부가 찢기고 까져 전치 3주의 진단이 나왔다.
이로 인해 A씨는 징역 1년 2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2016년 3월에도 같은 일을 반복해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받았다.
매번 A씨는 법정에서 "반성한다"고 했다.
아내도 그때마다 남편의 말을 믿고 합의서, 탄원서를 냈다.
그러나 A씨는 조금의 주저 없이 이 믿음을 처참하게 깼다.
이렇듯 가정폭력은 일상을 천천히 잠식해 안식처를 생지옥으로 바꿔놓았다.
유사한 사례는 차고 넘친다.
지난 추석 연휴에는 50대 남성 B씨가 대전 서구 한 건물 외벽에 사다리를 대고 2층 배우자 주거지로 침입, 배우자와 미성년 자녀를 "죽이겠다"며 겁을 줬다.
과거 가정 내 폭력 행위를 저지른 B씨에 대해 접근금지 등 임시조처가 신청된 상태였다.
지난 8월에는 배우자를 폭행하던 60대 남성 C씨가 서울 종로구의 한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숨지는 비극이 발생했다.
가정폭력 신고를 받은 경찰과 소방당국이 만일에 대비해 아파트 지상에 에어매트를 설치했으나, C씨는 에어매트가 깔리지 않은 방향으로 몸을 던졌다.
폭행을 당한 아내는 딸과 함께 병원으로 이송됐다.
1일 정의당 이은주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폭력, 감금, 협박·모욕 등 유형의 가정폭력 사건은 모두 22만843건이다.
검거 인원은 25만4천254명이다.
연도별로 보면 2018년 4만3천576명, 2019년 5만9천472명, 2020년 5만2천431명 등으로 한해에 5만명이 넘는 사람이 가정폭력을 저지른다.
범죄 유형별로는 폭행이 가장 많았다.
범죄 유형이 5개에서 8개로 세분화한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전체 가정폭력 사범 20만743명 중 12만7천759명(64%)이 폭행·존속폭행으로 붙잡혔다.
상해·폭력행위(18.2%), 재물손괴(7.9%), 기타(5.5%), 협박·존속협박(3.5%), 강간·강제추행(0.4%) 등이 뒤를 이었다.
가정폭력처벌법 개정을 촉구하고 있는 시민사회단체는 이러한 가정폭력이 끊이지 않는 주된 이유를 '낮은 범죄 인식'으로 꼽았다.
임미정 전주여성의전화 대표는 "가정 내에서 벌어지는 폭력은 가정 폭력으로 신고가 되고 대부분 일반 형사 사건이 아닌 '보호사건'으로 처리된다"며 "피의자 다수가 검사의 정식 기소에 따라 재판에 넘겨지지 않고 보호처분을 받다 보니 가정 폭력이 범죄라는 인식을 하지 못한다"고 진단했다.
이어 "가정폭력의 가해자를 제대로 형사 처벌해야 높은 재범률이 낮아질 것"이라며 "법이 실효성을 가지려면 행위자에게 확실한 제재가 가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정폭력의 피해자가 가해자를 용서하는 이유로는 이 사회에 뿌리 깊은 '정식 가족 이데올로기'를 들었다.
임 대표는 "피해자는 가정을 유지하고 싶은 마음 가해자를 용서한다"며 "이 사회의 구성원이 되려면 자신이 가정의 울타리 안에 머물러야 한다는 성 역할을 교육받은 사람에게는 이런 마음을 더 강하게 갖는다"고 분석했다.
d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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