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 장기화로 피해 있어.. 단계적 일상 회복 위해 의료체계 정리해야"
정부가 다음달부터 ‘단계적 일상 회복’으로 방역 전략을 바꾸겠다고 밝힌 가운데 전문가들은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 장기화로 인한 피해가 크다며 위중증과 치명률 중심 관리로 넘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는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단계적 일상 회복을 위한 공개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발제자로 참여한 윤태호 부산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지금까지의 대응은 위기 대응이었고, 위기상황에서는 사회적 거리두기 외 별다른 해법이 없다”며 “하지만 백신과 치료제가 만들어지면 지속가능한 방역 의료대응 전략으로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이같은 전환을 위해 방역전략을 고려할때는 백신 접종률과 치료제 개발, 코로나19 치명률 수준, 국민 수용성 등을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체 인구 대비 70%가 접종을 마치고 위중증 환자 수가 400명 이내로 관리돼야 한다는 것이다.
단계적 일상 회복 방안으로는 3단계 모델을 제안했다. 백신 접종 완료율 70%를 1단계, 80%를 2단계, 2단계에서 중증 환자 발생률과 치명률이 낮아지면 3단계 수준으로 갈 수 있다고 제시했다. 1단계에서는 접종완료자에 대해 규제를 해제하고 현행 거리두기 2~3단계 조치가 적용된다. 2단계는 1~2단계 조치를 한다. 3단계는 접종자 인센티브를 위한 백신패스도 해제된다.
단계적 일상 회복을 위해서는 의료대응 수준을 더욱 효율적으로 구축할 필요도 있다는 지적이다. 윤 교수는 “현재는 재택치료가 극히 일부인 형태인데 재택치료를 늘려 1차 의료 수준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1차 의료기관은 지역 보건소처럼 지역에서 발생하는 질병을 다루는 기관이다. 윤 교수는 “1차 대응을 정비하면서 중증은 2차 3차로 넘어가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재갑 한림대 감염내과 교수도 델타 변이가 유행하는 상황이 오히려 의료체계를 정비할 기회라고 제안했다. 이 교수는 “델타 변이는 무섭지만 새로운 변이가 오랜 기간 발생하지 않는 시간을 번 것”이라며 “다른 변이가 늦게 나올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졌으니 델타에서 안전할 정도로 의료체계를 정비하면 추후 어떤 변이가 오더라도 위험한 상황을 피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단계적 일상 회복을 위해서는 현재 진단과 치료가 분리된 구조를 진단과 치료를 동시에 하는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모든 환자를 격리하는 구조는 의료체계 부담이 늘 수밖에 없는 만큼 생활치료센터를 조금씩 없애고 호흡기전담클리닉에서 진단과 환자 치료를 하는 구조로 점차 넘어가야 한다”며 “궁극적으로는 병의원에서 일반 환자를 치료하듯 코로나19도 치료하는 체제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윤 서울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단계적 일상 회복의 시점에 대해 “전 국민이 70% 접종을 마치고 2주가 지난 11월 중순에는 시작해야 한다”며 “12월 이후 올 수 있는 5차 유행과 맞물리면 단계적 일상 회복이 되지 않는 만큼 너무 늦게 시작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최근 4차 유행에서는 이동량 변화와 확진자 수 사이에 아무런 관계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사회적 거리두기의 효과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사회적 거리두기가 오히려 다른 피해도 불러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과도한 사회적 거리두기의 피해가 사회적 약자에 집중되고 있다”며 “지난 3~5년과 지난해를 비교하면 코로나 이외 추가 사망자가 3200명으로 코로나19 사망자의 4배인데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사회적 거리두기에 의존하는 방역은 이제 불가능하다며 진단과 역학조사, 격리로 감염 확산을 막고 의료체계를 강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김 교수는 “델타 변이의 감염재생산지수(R) 값을 백신과 마스크, 역학조사 등을 동원해도 사회적 거리두기 없이 1 이하로 관리할 수 있다”며 “한국처럼 확진자 수가 적은 상황에는 진단과 역학조사, 격리 방식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조승한 기자 shinj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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