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는 왜 굴착기에 치어 숨졌나

신다은 2021. 10. 1.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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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가 작업을 마치고 이동하다가 굴착기에 치여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사고 현장이 평소에도 차량 충돌 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큰 장소였는데도 그 동안 별다른 안전 장치가 마련되지 않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일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은 전날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발생한 노동자 사망 사고와 관련해 고용노동부 울산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망자가 건너편 휴게공간으로 가려면 약 4m 정도의 길을 건너가야 했다"며 "모든 작업자들이 작업장에서 휴게공간으로 이동하는 통로임에도 산업안전보건법상 노동자들이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안전조치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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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크레인 등 수시로 오가는 길..안전통로 없어"
현대중 "굴착기에 보행자가 치인 사고로 추정"
현대중공업 하청 직원 최아무개씨가 사고를 당한 장소. 최씨는 배가 있는 작업 장소(왼쪽)에서 길을 건너 반대편(오른쪽)으로 이동하던 중에 굴착기를 보지 못해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 노조 제공

현대중공업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가 작업을 마치고 이동하다가 굴착기에 치여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사고 현장이 평소에도 차량 충돌 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큰 장소였는데도 그 동안 별다른 안전 장치가 마련되지 않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일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은 전날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발생한 노동자 사망 사고와 관련해 고용노동부 울산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망자가 건너편 휴게공간으로 가려면 약 4m 정도의 길을 건너가야 했다”며 “모든 작업자들이 작업장에서 휴게공간으로 이동하는 통로임에도 산업안전보건법상 노동자들이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안전조치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앞서 현대중공업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 최아무개(69)씨는 지난 30일 오후 3시께 울산 현대중공업 조선소 2야드에서 작업을 마치고 휴식을 취하려고 맞은편으로 건너가다가 마주 오던 굴착기(포크레인)에 치여 숨졌다. 당시 굴착기 운전자는 작업을 마치고 이동하던 중이었는데, 기계 앞부분에 설치된 붐대 때문에 시야가 가려 최씨를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울산 동부경찰서는 굴착기 운전자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이에 현대중공업은 피해자 최씨를 ‘보행자’로 지칭하며 교통사고에 무게를 싣고 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관계 기관에서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면서도 “사내 도로에서 이동 중인 굴착기에 보행자가 치인 사고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노조는 최씨의 죽음이 단순 교통사고가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 탓에 발생한 죽음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는 “오토바이와 지게차, 건설기계 등이 수시로 오가는데도 작업자들이 이용할 통로가 별도로 확보돼 있지 않았고 차량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조처도 없었다”며 “누구나 언제 충돌할지 모르는 위험한 길을 건너야만 짧은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사고 현장에 작업자들이 다니도록 마련된 통로가 초록색으로 칠해져 있지만, 너비가 작업자 한 사람의 보폭보다 좁은 40㎝에 불과해 사실상 이 통로를 이용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길을 건너는 건널목도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아 평소 작업자들이 대형 크레인이 오가는 길을 무단으로 건너 공구를 가지러 가거나 휴게공간으로 이동해야 했다고 덧붙였다.

작업자가 따로 다닐 수 있는 보행통로가 노란색과 초록색으로 그려져 있다. 성인 한 명이 서면 꽉 차는 너비다. 현대중공업 노조 제공.

굴착기가 이동한 동선 주위에는 노란색 빗금이 그려져 있었지만, 노조는 이 역시 출입을 제한하는 조처로 여겨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회사가 관련 구역에 들어가지 않도록 공지하거나 사람의 출입을 막는 경고판, 알림 장치 등을 설치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형균 현대중공업노조 정책실장은 “크레인 통행에 방해되지 않도록 빗금 안으로 공구 박스를 들이지 말라는 뜻으로 이해해 거기에만 신경 썼다”며 “재해가 발생한 장소는 작업자들이 늘 일하는 작업구역이어서 특정 공간이 출입 금지라는 생각은 안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현대중공업 쪽은 “직원 안전교육 때 관련 사실을 전달했다”고 반박했다.

이 같은 현대중공업 쪽의 조처는 산업안전보건법의 하위 법령인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위반이 될 가능성이 있다. 산업안전보건규칙은 ‘작업장 내에 근로자가 사용할 안전한 통로를 설치하고 항상 사용할 수 있는 상태로 유지할 것’을 사업주 의무로 정해 뒀다. 이에 따라 사업주는 작업장에 작업자만 다닐 수 있는 공간을 따로 확보해야 한다. 작업장 안을 수시로 다니는 여러 건설기계 차량과 구조물로 인해 작업자 안전이 위협받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고용노동부 울산지청은 사업주의 안전조처 위반 여부를 포함해 사고 전반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신다은 기자, 울산/신동명 기자 downy@hani.co.kr

굴착기가 이동하는 동선 양 옆으로 노란색 빗금이 그려져 있다. 현대중공업 쪽은 이 빗금 안으로 들어오지 않도록 직원들에게 전달했다는 입장이나, 노조는 현장 노동자들이 장비의 진로를 방해하지 않도록 공구를 밖으로 치우라는 뜻으로 이해했다고 반박했다. 현대중공업 노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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