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전파 '0명'..공연장 거리두기 완화해야"

이향휘 2021. 10. 1.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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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규 신임 뮤지컬협회 이사장 인터뷰
1천만명 다녀갔지만 '안전'
예매 데이터 남아 추적 가능해
고전하는 공연계 숨통 틔워야
'캣츠' 등은 장기 수익 상품
창작 뮤지컬 수출도 늘어나
문화강국 핵심으로 부각
장기적이고 체계적 지원해야
"지난해 1월 코로나19 이후 1000만명이 공연장에 다녀갔지만 확진자가 발생하거나 전파된 사례가 없어요. 20개월 동안 공연장에서 코로나 전파 사례가 '제로'인 거죠. 기적의 방역으로 세계 각국의 모범 사례가 됐습니다."

취임한 지 두 달 된 이종규 신임 한국뮤지컬협회 이사장(52)은 코로나가 남긴 유산에 대한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실제로 배우들이 연습실에서 확진되거나 확진자가 공연장에 다녀간 사실은 있어도 공연장 안에서 2차 감염이 발생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엄격한 관람문화와 공연장·제작사의 철저한 방역이 일궈낸 성과다. K방역의 장점은 예매 데이터가 남는다는 점이다.

"확진자가 다녀갔으면 금방 모든 역학조사가 가능해요. 초기에는 공연에 온 모든 사람에게 검사 문자를 보냈지만 이제는 공연장별 특성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주로 앞뒤 좌우 옆 사람들만 체크합니다."

이종규 이사장은 인터파크 ENT 부문에서 15년간 근무하며 공연 전반의 유통·마케팅·제작·극장운영 등을 맡아왔다. 지난 7월 말 전임 이유리 이사장이 국립단체장으로 가면서 이사회 총회를 거쳐 선출됐다. 임기는 2년으로 연임이 가능하다. 공연 실무, 현장 경험이 많은 만큼 코로나 장기화에 속이 타들어가는 제작사들의 심정을 누구보다 잘 안다.

"원래 공연업의 가장 큰 고민은 제작비는 높은데 단기 수익성이 낮다는 거예요. 영화의 경우 대박이 터지면 몇 배로 벌기도 합니다. 하지만 뮤지컬은 제작비 100억원을 들여서 잘하면 최대 20~30% 수익을 올리고, 망하면 제작사가 빚을 다 떠안아요. 코로나로 수익성이 더 마이너스가 난 상황이죠."

백신 접종으로 '위드 코로나'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그는 "빠른 속도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전파가 '제로'라면 공연장의 경우 거리 두기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가 덮치기 전 국내 공연계는 중국 시장 진출 고삐를 죄고 있었다. 뮤지컬 산업의 낮은 수익성을 돌파하기 위한 시도다.

"수출하면 대본·음악·무대 등 작품의 권리를 수출하는 거죠. 제작비 중에 출연료·대관료·마케팅비는 현지 부담이라 로열티 수입을 가져올 수 있어요. 드라마·게임 콘텐츠에 비해 공연 콘텐츠는 한번 팔면 20~30년 기본으로 갑니다. 생명력이 길다는 것은 무대예술의 장점이죠."

실제 뮤지컬 '캣츠' 등 4대 뮤지컬은 1980년대 초연돼 40년 넘게 로열티 수입을 거두고 있고, 국내에도 '명성황후'처럼 25년을 넘기는 장기 흥행 작품들이 나오고 있다. "영화, 드라마 등 영상 콘텐츠와 달리 공연예술은 캐스팅을 바꿔가며 원전을 계속 소비할 수 있어요. 한국이 문화강국으로 갈 수 있는 좋은 아이템인 거죠." 이 이사장은 "우리는 음악적인 부분, 배우들의 자질, 제작자들의 도전정신, 이런 것들이 확실히 강하다"며 "요즘엔 아시아 시장의 거점으로서 세계적 작품의 배급 역할도 맡고 있다"고 강조했다.

결국 공연산업을 키우기 위해서는 우리가 만든 창작 뮤지컬이 세계로 뻗어나가는 게 중요하다. 임기 중 최대 역점 사업도 이와 관련이 있다.

"우리나라 공연법에서 공연은 음악, 무용, 연극, 국악 등을 일컫는데 뮤지컬은 없어요. 정부에서 더 체계적으로 지원하려면 법적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뮤지컬이라는 규정 자체가 없는 거죠. 그러다 보니 공연 중 가장 파이가 큰 데도 뮤지컬 전담 부서가 없지요. 공연법 2조1항에 연극으로 통칭될 것이 아니라 뮤지컬이라는 독립 장르가 표기돼야 합니다. 관련법이 발의돼 있는데 곧 통과하리라 믿습니다."

그는 "영화진흥위원회처럼 뮤지컬도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이 가능하도록 뮤지컬산업진흥원 같은 것을 둬야 한다"며 "파편적으로 뿌려지는 문화산업 지원에 대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향휘 기자 / 사진 = 김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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