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술로 탐구한 'DMZ 자유의 마을'

전지현 2021. 10. 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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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문경원·전준호展
배우 박정민·진영 무료 출연
과거·현재·미래 혼재 영상 작품
"이념 충돌로 생긴 기형적 세계
지구촌 곳곳에 퍼져 있어"
문경원과 전준호 영상작품 `미지에서 온 소식: 자유의 마을`에서 배우 박정민이 연기하는 남자 A(위)와 배우 진영이 연기하는 남자 B(아래).
경기도 파주시 대성동 '자유의 마을'은 남측 비무장지대(DMZ) 내 유일한 민간인 거주지다. 1953년 정전협정 이후 남한도 북한도 아닌 유엔이 관리하며 내비게이션에 표시되지 않는 곳이다. 이름은 자유의 마을이지만 통행 금지와 주거 제한이 있으며 아무나 들어갈 수 없다. 이곳 주민들은 32세가 되면 대성동에 남을지 떠날지 결정해야 한다. 52세 동갑내기 작가 문경원과 전준호가 이념 충돌로 기형적인 세계가 된 자유의 마을을 현대미술 '미지에서 온 소식: 자유의 마을'로 탐구했다. 올해 'MMCA 현대차 시리즈' 전시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 대형 영상 작품과 회화, 국가기록원 자료에 상상을 더한 사진을 펼쳤다.

전시장에는 대형 화면 2개가 등진 채 각자 다른 영상을 보여준다. 한 화면에서는 자유의 마을에 사는 남자 A(배우 박정민)가 채집한 식물 표본에 풍선을 달아 하늘로 보낸다. 32세에 마을에 남기로 결정한 그는 바깥 세상에 못 나가는 자신을 대신해 풍선을 날려 보낸다.

다른 화면에서는 남자 B(배우 진영)가 미래의 고립된 공간에서 자고 일어나 물을 마시고 컴퓨터 작업을 하는 일상을 반복한다. 어느 날 우연히 남자 A가 보낸 식물 표본을 받게 된 그는 바깥 세계가 있다는 것을 깨닫고 집을 나선다. 전시장에서 만난 전준호 작가는 "남자 A가 사는 과거 또는 현재, 남자 B가 사는 미래가 서로 연결되고 소통되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우리가 느끼는 시간적 흐름을 따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데올로기로 갈라진 남한이나 북한을 선택하지 않고 중립지대에서 머문 자유의 마을을 시대의 흐름을 거부한 채 과거와 현재, 미래가 혼재하는 곳으로 표현했다. 두 작가는 자유의 마을 상황에만 한정하지 않고 코로나19로 수많은 단절을 경험하며 살아가는 오늘날과 지구촌 갈등 지역으로 담론을 확장시킨다. 자유의 마을이 지닌 특수 상황을 자극적으로 보여주는 게 아니라, 이를 세계를 보는 창(窓)으로 만들려 했다.

전시를 기획한 박주원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는 "한반도의 정치적 특수성만 부각시키지 않고 지구촌 갈등 지역에 대한 성찰을 담았다"며 "이상한 제도와 구조들이 계속 오류를 만들어내는 마을이 세계 곳곳에 있다. 자유의 마을은 그 의문점을 던지는 출발점일 뿐"이라고 설명한다.

문경원 작가는 "예술은 답을 주는 게 아니라 좋은 질문을 줄 수 있다"며 "여러 다양한 곳을 볼 수 있게 하는 게 예술"이라고 말했다.

대형 회화 '풍경'은 남자 A가 헤매던 자유의 마을 겨울 산을 그렸다. 남북 관계가 경색돼 실제로 자유의 마을에 들어가지 못한 두 작가는 현실과 비현실 경계에 있는 자유의 마을을 표현했다고 한다. 영상에 나오는 배경은 국가기록원이 보유하고 있는 자유의 마을 사진과 비슷한 풍경을 지닌 파주시 어느 지역이다.

이번 서울 전시 영상 작품에 나오는 배우 박정민과 진영은 출연료를 받지 않았다고 한다. 전시는 내년 2월 20일까지.

[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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