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 '고객' 평판 관리하는 청소놀래기, '전략적 속임수'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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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물고기나 가오리의 몸에서 기생충이나 죽은 조직을 떼어먹는 청소물고기가 상대의 마음을 읽어 전략적 속임수를 쓰는 인지능력을 보유한다는 사실이 새롭게 밝혀졌다.
청줄청소놀래기는 인도양과 태평양, 우리나라에서는 제주 연안에 분포하는 바닷물고기로 큰 물고기 등의 피부와 아가미에 붙은 기생충과 낡은 피부를 떼어먹는 공생 행동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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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장류 수준 '마음 읽는' 능력 확인..장기 기억, 거울 테스트 이어 마음 이론까지 통과
큰 물고기나 가오리의 몸에서 기생충이나 죽은 조직을 떼어먹는 청소물고기가 상대의 마음을 읽어 전략적 속임수를 쓰는 인지능력을 보유한다는 사실이 새롭게 밝혀졌다.
청줄청소놀래기는 ‘거울 테스트’를 통과해 침팬지 등 영장류와 코끼리, 돌고래, 까치 등과 함께 자기 인식 능력이 있으며 11달 전 일을 장기 기억한다는 사실도 밝혀진 바 있다(▶붕어 기억력? 놀래기는 11달 전 기억한다).
청줄청소놀래기는 인도양과 태평양, 우리나라에서는 제주 연안에 분포하는 바닷물고기로 큰 물고기 등의 피부와 아가미에 붙은 기생충과 낡은 피부를 떼어먹는 공생 행동을 한다. 이 물고기가 유명한 것은 단순한 공생을 넘어 속임수와 화해 등 정교한 인지능력을 바탕으로 한 고도의 사회성을 보인다는 점이다.
어류학자 조너선 밸컴의 책 ‘물고기는 알고 있다’를 보면 청소 놀래기는 100마리가 넘는 ‘고객’을 상대하면서 이들을 구별하고 기억하며 기생충보다 영양가가 풍부한 점막을 떼어먹다가 평판이 나빠지지 않도록 조심한다. 그는 청소부 물고기와 고객의 공생관계를 “신뢰에 기반을 둔 장기적 관계, 범죄와 처벌, 까다로움, 관중 의식, 평판, 아첨을 포함한 복잡한 시스템”이라고 평가했다.
남의 눈을 의식하는 이런 행동을 실험으로 확인한 연구결과가 나왔다. 캐서린 매컬리프 미국 보스턴대 동물행동학자 등은 이 물고기가 고객 피부의 기생충보다는 맛있는 점막을 떼어먹는 걸 좋아하지만 그러다가는 고객이 중간에 가버린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암·수 물고기가 함께 청소할 때 일종의 ‘죄수의 딜레마’ 상황이 펼쳐진다.
둘 다 자제하면 맛은 덜하지만 기생충을 충분히 먹을 수 있다. 그러나 맛있는 점막을 먹으려면 상대보다 먼저 먹어야 한다. 고객이 떠나면 기회가 사라진다.
청소물고기는 이 딜레마를 위계적으로 푼다. 덩치 큰 수컷은 암컷이 기생충 대신 점막을 떼어먹으면 쫓아가서 무는 공격적인 행동으로 응징한다. 감시 눈초리를 느끼면 암컷은 속임수를 쓰지 않는다.
연구자들은 실험실의 통제된 수조에서 다량의 부스러기 먹이(기생충에 해당)와 소량의 통 새우(점막 해당), 투명한 가림 판과 불투명한 가림 판을 이용해 암컷의 행동을 조사했다. 통 새우를 먹으면 바로 먹이통을 치워 버리고(고객 떠남), 이 모습을 본 수컷이 암컷을 응징한다.
그 결과 암컷 청소물고기는 수컷이 안 볼 때 더 자주 속임수(통 새우 먹기)를 썼다. 또 수컷의 응징을 자주 받은 암컷일수록 더 협력적으로 행동했다.
연구자들은 “청소물고기가 영장류의 마음 이론 능력 가운데 몇 가지 특징을 보여주었다”며 “자신의 속임수가 들키지 않도록 불투명한 가림막 뒤를 전략적으로 이용했고, 엄격한 수컷과 함께 있는 암컷일수록 그런 전략적 속임수를 자주 썼다”고 논문에서 밝혔다.
마음 이론이란 감정, 욕구, 믿음, 지식 등 자신과 상대의 마음 상태를 이해하는 사회적 인지능력을 가리킨다. 연구자들은 “청소물고기는 자기 짝이 무얼 볼 수 있고 볼 수 없는지를 알아챘는데 이는 사람의 마음 이론에서 중요한 능력”이라며 “전략적 속임수를 쓰도록 하는 생태적 압력이 인간과 먼 물고기에게도 놀랄 만큼 복잡한 인간 비슷한 인지능력을 발달하게 했다”고 밝혔다.
인용 논문: Communication Biology, DOI: 10.1038/s42003-021-02584-2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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