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이 앞당긴 집단도태 시대..덩치 큰 코끼리들만 살아남는다
이 기업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코로나19 사태 이후 미국에서 파산당한 기업 명단이다. 이들만이 아니다. 아마존과 애플 등 거대 테크기업들이 몸집을 불리는 사이 한쪽에선 무자비한 집단 도태가 벌어지고 있다. 그냥 뒤처지는 정도가 아니라 잔인하게 학살당하고 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변화는 '속도'에 있다. 누군가 이렇게 말했다. "몇 십 년 동안 아무 일도 없다가 몇 주 사이에 수십 년 동안 일어날 법한 사건이 벌어질 수도 있다."
전자상거래는 좋은 사례다. 2000년대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 전자상거래는 2010년 초 소매업에서 16%를 차지했다. 매년 1%씩 비중을 늘려온 결과다. 그런데 코로나가 미국을 덮친 지 8주 만에 이 비중은 16%에서 27%로 껑충 뛰었다. 단 8주 만에 10년 치 성장을 일군 셈이다. 애플의 기업가치가 1조달러가 되기까지는 42년이 걸렸지만 1조달러에서 2조달러로 늘어나는 데는 고작 20주가 걸렸다. 실로 거대한 가속이 벌어진다는 얘기다. 저자는 "팬데믹(코로나 대유행)은 몇 가지 변화를 일으키고 일부 흐름의 방향을 바꾸기도 했지만, 가장 주된 영향은 사회에 이미 존재하는 역학 관계를 가속화한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도태 과정이 끝나고 다시 하늘에서 단비가 내리면 이전보다 개체 수가 적어진 코끼리들에 돌아갈 먹이는 더 많아진다. 현금과 부채 담보가 있고 주식가치가 높은 기업은 곤경에 처한 경쟁사의 자산을 인수하고 시장을 통합할 수 있는 위치에 올라서게 된다는 얘기다.
따라서 변수가 많은 팬데믹 시대에는 버티고 살아남게 해주는 현금이 왕이다. 현금이 있고 부채가 적거나 고정비용이 낮은 기업은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다. 달리 말하면 가장 큰 타격을 입는 곳은 재무제표가 부실하고 직원 수가 많은 대기업이라는 말이다.
기존 불평등 구조도 심화된다. 저소득 노동자는 고소득 노동자에 비해 해고 가능성이 4배나 높다. 원격근무 역시 불평등과 삶의 질 격차를 팽창시킨다. 연봉 10만달러(약 1억1800만원) 이상을 받는 일자리의 60%는 집에서도 일할 수 있는 반면 연봉 4만달러 미만의 일자리 중 재택근무가 가능한 것은 10%에 불과하다. 미국의 경우 상급 관리자들은 대도시 교외의 큰 집 전용 사무실에서 편안하게 근무하고 있지만, 하급 직원들은 비좁은 집에서 아이들을 뒤치다꺼리하며 악전고투한다.
브랜드 시대도 빠르게 막을 내렸다. 저자는 보여주기식 브랜드 시대가 2020년 여름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과 함께 사라졌고 가성비 중심의 제품 시대가 왔다고 분석한다. 광고대행사에 의뢰해 소셜 미디어에 사람들을 감동시키는 말과 시선을 사로잡는 이미지를 올리는 건 더 이상 먹히지 않는다. 기업들이 그간 보여줬던 행동과 말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밝혀져 공분을 살 뿐이다.
미국 대학 역시 팬데믹으로 기로에 서 있다. 지난 40년 동안 미국 대학 등록금은 1400%나 인상됐다. 저자는 "1980년대부터 1990년대 초까지 학부 5년과 2년의 경영대학원에 다니면서 7년간 수업료로 낸 돈이 총 1만달러"라며 "하지만 이 돈으로는 지금 MBA 강의 2개도 못 듣는다"고 지적한다. 실제 그가 온라인 줌으로 가르치는 브랜드 전략을 들으려면 1명당 7000달러 수업료를 내야 한다. 저자가 근무하는 뉴욕대를 비롯한 엘리트 교육 기관들은 '희소성'으로 먹고 산다. 지망생 중 90% 이상을 떨어트리는 방식으로 과잉 수요를 창출하는 것이다. 하버드대도 코로나로 재정 위기를 겪었지만 명문대들은 이 폭풍우를 헤치고 더 강하게 부상할 것이다. 반면 비명문대는 재정 위기에 도태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마존과 애플, 구글, 페이스북 등 플랫폼 제국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이들은 혁신, 모호화, 착취라는 알고리즘으로 독점적 지위를 누려왔다. 팬데믹은 이들에 다시 한번 기회를 줬다. 당일 배송 서비스로 2년 만에 시장의 20%를 차지한 아마존은 헬스케어에도 진출하며 초강력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저자는 2023년 말께 아마존이 최초로 시가총액 3조달러를 달성하는 기업이 될 것으로 예측한다. 결국 약육강식의 시대는 더 가속화된다는 게 저자의 진단이다. 강한 자만이 살아남을 것이라는 경고가 섬뜩하게 다가온다.
[이향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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