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온조절 본능이 인류번영 이끌었다

서정원 입력 2021. 10. 1.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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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인간의 탄생 / 한스 이저맨 지음 / 이경식 옮김 / 머스트리드북 펴냄 / 1만9800원
남극의 추위를 이기기 위해 펭귄은 서로의 체온을 이용해 견디는 `허들링`을 사용한다. [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집을 팔고 싶다면 추운 날을 선택하라."

책 '따뜻한 인간의 탄생' 저자 한스 이저맨이 건네는 조언이다. 지금에 와서 집은 장식의 대상, 투자의 수단 등 여러 기능을 갖게 됐지만 본질적으로는 체온 유지 도구로서 역할이 크기 때문이다. 기온이 내려가면 사람들은 매물로 나온 집을 한층 더 집다운 집으로 따뜻하게 바라보게 되며, 이런 이유로 기꺼이 매매 계약서에 서명한다는 사실이 실험에서 밝혀졌다고 저자는 말한다. 책은 또 호주의 온라인 부동산 잡지 '도메인'에 실린 부동산업자 인터뷰를 인용해 주장을 강화한다. 집의 난방 온도를 높여두고 조명등을 켜는 등 바깥의 차가운 겨울 환경과 대비되는 따뜻한 실내 환경을 조성했을 때 집이 전보다 더 높은 가격에 팔렸다고 한다.

프랑스 그르노블알프대의 사회심리학 교수인 저자는 체온 조절 과정이 인간관계의 기본을 이룬다는 사회적 체온 조절 분야 권위자다. '뉴욕타임스' '허핑턴포스트'에 기고해왔으며 '실험사회심리학저널'과 '사회심리학' 편집장을 맡고 있다. 그는 인간이 체온을 따뜻하게 유지하기 위해 오랫동안 서로에게 의존해왔으며, 이런 사회적 체온 조절 본능이 사회와 문화를 형성하고 지탱해왔다고 주장한다. 진화론적 관점에서 체온 조절이 인간에게 끼친 영향을 다각도로 분석해 책에서 소개한다.

물리적 온도는 감정의 온도, 사회적 온도를 인지하는 데 영향을 주고, 반대로 사회적 온도도 물리적 온도를 느끼는 데 영향을 끼침을 저자는 실험으로 보인다. 그는 폴란드 해변 도시 소포트에서 학생 80명을 모아놓고 실내 온도를 추정하는 실험을 했다. 따뜻하고 다정한 사람과, 유능하고 냉철한 사람을 묘사한 글을 읽고 각각 현재 실내 온도를 맞춰보도록 했는데, 그 결과 따뜻하고 다정한 사람을 묘사한 글을 읽은 학생들이 유능하고 냉철한 사람을 묘사한 글을 읽은 학생보다 실내 온도를 평균적으로 2도 높게 추정했다. 물리적 온도가 사회적 온도로 이어지는 역방향 흐름도 가능하다. 온라인 게임 속에서 배척돼 소외감을 느낀 사람들 체온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평균 0.4도 낮았는데, 소외감을 느낀 사람들에게 뜨거운 차를 제공했더니 긴장이 풀리고 한결 기분이 좋아지는 반응이 나왔다고 한다.

체온 유지에 대한 욕구는 곧 사회성 발달로 이어진다. 추운 남극 지방에서 서로 몸을 밀착하는 '허들링'을 통해 체온을 나누고 혹한을 견뎌내는 펭귄들처럼, 체온 조절의 절박함이 인간에게 따뜻한 사람과 함께 있고 싶다는 열망, 따돌림을 당해 쓸쓸하게 버림받고 싶지 않다는 열망을 불어 넣어줬다고 저자는 말한다. 다른 사람과 물리적으로 혹은 사회적으로 접촉해 온기를 나누며 체온을 조절하는 사회적 체온 조절이 인간의 생존과 번영에 꼭 필요한 조건이라는 것이다.

가혹한 추위는 인간에게 시련을 안겨주지만 문명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기후를 극복하기 위해 인간은 다양한 조합으로 뭉쳐 지혜를 짜낸다. 모두의 지성이 모여 중앙난방장치 등 다양한 기술이 발명되고 활용된다. 엉성하게 조직된 사회나 결정적으로 중요한 자원이 부족한 사회에서는 극단적으로 높거나 낮은 온도가 엄청난 불행과 질병 그리고 죽음을 몰고 올 수 있지만, 선진사회나 전략적 자원에 접근할 수 있는 사회에서는 혹독한 기후가 기술 발전을 촉진시키고 상업을 증진하고 부를 축적하는 추동력으로 작용한다는 게 책의 설명이다.

인간 삶을 크게 변화시킬 지구온난화 등 기후 변화에 대해서 저자는 긍정적 전망 쪽에 조금 더 손을 들어준다. 그는 "과학과 기술은 기후 변화가 몰고 올 최악의 결과를 완화하는 조치를 마련할 뿐만 아니라, 우리가 적어도 금방 바꿀 수 없는 것에 적응하는 능력을 키워줄 수 있다"며 겸손한 마음으로 적응하자고 말한다.

[서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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