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리유저블 컵' 행사에 환경단체는 '못마땅'
텀블러 콜렉터·당근마켓에 올리는 리셀러도 등장
돌연 개인 텀블러 허용키로 한 스타벅스..'오락가락' 텀블러 정책
28일 전국 스타벅스는 개점과 동시에 찾아온 고객들로 북새통을 이뤘습니다. ‘글로벌 스타벅스 50주년’을 기념해 일회용 컵 대신 '리유저블 컵'에 음료를 제공하는 행사 때문이었습니다.
이날 행사로 인해 일부 스타벅스 매장은 문이 열리자마자 카운터로 뛰어가는 '오픈런' 광경이 연출됐습니다. 여기에 사이렌 오더(비대면 주문)까지 폭주하면서 한때 앱 접속이 차질을 빚을 정도였습니다.
한 누리꾼은 "사이렌 오더로 음료를 주문했더니 222번째 메뉴로 준비 중이라는 메시지를 받았다. 주문하고 나서 1시간 20분 만에 화이트 모카를 마실 수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리유저블 컵' 행사는 그야말로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습니다.
스타벅스 측은 이번 행사가 일회용 컵 사용 절감에 대한 친환경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기획됐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작 일부 환경단체는 스타벅스의 이번 행사는 대표적인 ‘그린워싱’(greenwashing)이라며 지적했습니다. 그린워싱은 실제로 환경에 도움이 되지 않지만 친환경으로 과장하거나 속이는 기업 마케팅을 이르는 말입니다.
환경운동연합은 스타벅스 행사 이후 논평을 내 “리유저블 컵의 재질은 대부분 ‘폴리프로필렌(PP)’으로 일회용 포장재와 배달 용기로 사용하는 일반 플라스틱”이라며 “스타벅스는 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해 또 다른 플라스틱 쓰레기를 양산하는 모순된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텀블러를 비롯한 다회용 컵이 친환경 제품이 되기 위해선 '지속성'을 갖춰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KBS가 기후변화행동연구소와 진행한 실험 결과에 따르면 300㎖ 용량 텀블러 하나를 만드는 데 배출되는 온실가스 양은 일회용 플라스틱 컵과 종이컵보다 각 13배, 24배 높습니다. 친환경 제품으로 알고 있던 텀블러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압도적으로 높은 셈입니다.
하지만 텀블러를 꾸준히 사용할수록 온실가스 배출량은 줄어들게 됩니다. 매일 커피 한 잔씩을 마신다고 가정할 때 플라스틱 컵은 2주, 종이컵은 한 달 만에 텀블러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따라잡습니다. 또 6개월 뒤에는 플라스틱 컵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텀블러의 11.9배, 1년 후에는 21배가 됩니다. 다회용 컵은 반복해서 사용해야 친환경 제품이 될 수 있다는 계산입니다.
한정판 컵을 받은 고객 중에는 다회용 컵을 이미 가진 경우가 많았다는 것도 기획의도와 달리 친환경에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지적을 낳고 있습니다. 28일 여러 SNS에는 "텀블러가 이미 집에 많이 쌓여있지만 예뻐서 행사에 참여했다", "컵이 탐나서 커피를 세 잔 시켰다"는 글이 다수 올라왔습니다.
또 리셀러(판매 목적으로 물건을 받아 되파는 사람)들이 판매를 목적으로 구매 제한 수량(20개)까지 구매하기도 했습니다. 행사 당일부터 당근마켓 등 중고거래 사이트에는 해당 컵의 판매 글이 이어지고 있으며, 개당 4000∼8000원 정도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스타벅스가 계절이 바뀌거나 기념일마다 새로운 MD를 출시하면서 소비자들의 수집 욕구를 부추겨 텀블러 같은 다회용 컵의 꾸준한 사용을 어렵게 한다는 비난도 나옵니다. 환경운동연합은 "스타벅스는 매 시즌과 계절, 기념일별로 재활용도 잘 안 되는 복합 재질의 플라스틱 소재 MD를 쏟아내며 자원을 낭비하고 새로운 쓰레기를 양산하고 있다. 스타벅스는 그린 워싱 마케팅을 중단하고 실제적인 탄소 감축과 환경을 위한 진정성 있는 경영을 펼칠 것을 촉구한다"고 쓴소리를 남겼습니다.
백나윤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친환경을 강조하는 커피 전문점들이 MD 상품을 자주 출시하고 시즌제 한정판을 계속 내는 것은 모순적인 행동”이라며 “다회용 컵을 팔기보다 매장 내에서 일회용 컵을 금지하거나 버려지는 일회용·다회용 컵을 직접 수거해 재활용에 나서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스타벅스는 코로나 감염 방지 등을 이유로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지역에서는 개인 텀블러에 음료 제공을 금지해왔습니다. 기존 방침을 고수하게 되면 리유저블 컵에 음료를 담지 못하게 돼 지침을 바꾼 것으로 보입니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바이러스의 비말 전파 우려 때문에 고객과 파트너들의 안전을 위해 거리두기 4단계 아래에서는 개인 컵을 받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들어 백신 접종 증가로 위험도가 낮아진다는 얘기가 나오고 고객들의 다회용컵 이용 동참을 이끌어내기 위해 종합적인 상황을 고려해 텀블러 사용 정책을 변경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은진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xxxeunjinxxxx@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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