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동혁 "오징어 게임 속 현실, 지금 사회보다 가혹하지 않아"

이현용 2021. 10. 1.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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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대와 사회 잇는 '알레고리'… "'서바이벌 이야기' 어울리는 세상"
- "기훈, 평범한 한국 남자… 주변에 흔히 있는 사람들"
- '세계적 호응' 이유, '서바이벌 게임 장르이자 휴먼 드라마'
'오징어 게임' 황동혁 감독은 요즘 사회에 대해 "'오징어 게임'보다 덜 가혹하다고 말 할 수 있겠는가"라고 밝혔다.(사진=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의 연출자 황동혁 감독은 "10여 년 전 이 작품을 처음 기획했을 때보다 지금이 훨씬 더 이 작품과 어울리는 세상이 되어버렸다"고 말했습니다.

황동혁 감독은 오늘 채널A와 서면 인터뷰에서 "자살률이 폭등하고 출산율은 곤두박질치는 지금 이 사회가 '오징어 게임'보다 덜 가혹하다고 말 할 수 있겠는가"라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이어 "다시 10년 후에는 이 작품이 오히려 현실보다 약하다고 말하는 세상이 오진 않을까" 걱정하며 "이 작품은 이 시대와 사회의 알레고리(allegory. 추상적 관념을 드러내기 위하여 구체적인 사물에 비유해 표현하는 방법)"라고 덧붙였습니다.

황 감독이 바라본 사회는 '코로나 19로 더 힘든 세상', '부의 불균형이 심화돼 가상화폐나 주식 등 천금을 노리는 풍조가 더 많아진 세상'입니다. 그래서 일확 천금을 노리며 경쟁에 뛰어드는 얘기가 공감대를 형성하고 충분히 현실성 있는 이야기가 됐다는 진단입니다.

등장 인물들에 대해서는 "지금 뉴스에서 그리고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들이고, 그것이 곧 우리 자신의 모습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주인공 기훈에 대해서는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해오다가 사회 구조적 모순이나 경제적인 문제 때문에 나락으로 몰리는 평범한 한국 사회의 한 남자로 설정하고 싶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배우 이정재 씨가 연기한 이혼 당한 중년 남성 '기훈'의 인물 설정은 지난 2009년 쌍용자동차 대량 해고 사건을 참고로 그려졌습니다. 황 감독은 "(기훈이) 처음에는 어딘가 부족해 보이고 철이 안 난 것 같기도 하고 대책이 없어 보이지만, 회를 거듭하면서 조금씩 변해가고 마지막에는 조금은 다른 사람이 되어 버린다"고 소개했습니다.

또 "이정재 씨가 여지껏 보여준 연기 스펙트럼에서 그런 것들을 보여줄 수 있는 부분이 있었다"며 '인간적이면서도 조금 모자란 것 같은 연기', '카리스마 있는 역할'까지 해온 만큼 한 인물의 변화 과정을 다 표현할 수 있는 배우라고 평했습니다.

오징어 게임은 오늘 OTT 콘텐츠의 순위 집계 사이트(플릭스 패트롤)에서 집계 대상 83개 국 가운데 인도(2위)를 제외한 82개국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황 감독은 다른 서바이벌 게임 장르 작품들과의 차별점으로 "게임보다 사람에 집중하는 작품", "전 세계 남녀노소 30초 안에 이해할 수 있는 룰"을 꼽았습니다. 특히 "영웅도 위너도 천재도 없는 루저들의 이야기"라며 "한 명의 승자가 존재하기 위해 앞서 존재해야 하는 수많은 루저들을 기억해 주십사하는 마음으로 만들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래서 인물들의 서사가 더 자세하고, 게임을 하는 인물들의 감정에 이입해 응원하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게임을 그리지만, 휴먼 드라마처럼 볼 수 있었던 것." 황 감독 스스로 평가한 오징어 게임의 인기 요인입니다.

이현용 기자 hy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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