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없는 청년 이미지 도둑질".. 대학가 번진 청년들의 분노
50억원 퇴직금 수령에 대학생들 분노·허무함 토로
대학가 곳곳 대자보 붙고 커뮤니티엔 연일 비판글
서울의 한 4년제 대학에 재학 중인 이모(22)씨는 특혜 의혹을 받는 경기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개발 사업의 시행사인 화천대유에서 근무하며 퇴직금 등 명목으로 50억원을 받은 곽상도 의원 아들 뉴스를 볼 때마다 우울해진다고 말했다. 부모로부터 아무런 지원도 받지 못한 채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벌어가며 대학에 다니고 취업 준비를 하는 자신의 처지가 더 비참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씨는 “50억원은 일반적인 청년으로선 감히 상상도 안 되는 큰돈인데 업무가 과중했다는 등 아무리 해명해도 그만큼 큰 돈을 한 번에 받은 건 납득이 안 된다”며 “화천대유 입사부터 아버지 덕을 본 곽 의원 아들이 자신을 힘없는 ‘오징어 게임의 말’처럼 표현한 게 진짜 힘없는 다른 청년들을 우롱하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1일 대학생 등으로 구성된 청년단체 ‘2022 대선대응 청년행동’에 따르면 이들은 전날 연세대·이화여대·홍익대·건국대 등 4개 대학 캠퍼스에 곽 의원 아들의 50억원 퇴직금 수령을 비판하는 대자보를 내걸었다.
연세대 캠퍼스에는 ‘당신이 50억 게임을 즐기는 동안 청년들은 죽어가고 있다’는 제목의 익명 대자보가 붙었다. 대자보 작성자는 “곽 의원의 아들이 자신은 ‘오징어 게임의 말’에 불과했다는 발언을 했는데 누군가 50억원을 챙겨가는 동안 다른 청년들은 첫 출근 현장에서 사망하거나 경제난에 시달려 고독사를 당했다”며 “청년실업률 증가 등의 이유로 청년들은 타인과의 교류나 취미생활 없이 취업을 준비하다 더는 참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생을 마감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매년 증가하는 청년들의 죽음은 지옥 같은 고독한 생활 속에서 어쩔 수 없이 선택한 마지막 몸부림이었을 것”이라며 “곽 의원은 오징어 게임처럼 살기 위해 목숨을 걸고 생명을 다하는 청년들의 죽음 앞에 깊게 사죄해야 한다. 지독한 오징어 게임을 끝내기 위해 국회의원으로서 마지막 책임을 다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청년행동 측은 이들 4개 대학을 시작으로 곽 의원이 석사 과정을 밟은 성균관대 등 더 많은 대학 캠퍼스에 곽의원과 아들의 불공정 특혜를 규탄하는 대자보를 부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청년단체뿐 아니라 일반 대학생들도 다수가 이 같은 비판에 동조했다. 대학생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의 각 대학 게시판에는 곽 의원 아들의 50억원 퇴직금 수령 사실과 해명에 대한 비판글이 연일 올라왔다.
한 대학생은 “곽 의원 아들은 그냥 가만히 있는 게 나을 것 같은데 ‘열심히 일해서 받은 퇴직금’이라는 말로 오히려 분노를 샀다. 어떻게 일개 대리 퇴직금이 50억원이 될 수 있나”라며 “그만큼 현실감각이 없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대학생은 “회사의 결정으로 개인에게 많은 보상을 준 게 잘못이냐는 식의 해명을 청년들이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나”라며 “이게 ‘공정’인가. 이런 식이면 앞으로 고위직 자녀가 비정상적으로 많은 특혜를 받은 의혹이 나와도 모두 ‘개인의 능력’으로 믿어줘야 하는 건가”라고 비판했다.
박지원 기자 g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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