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없는 청년 이미지 도둑질".. 대학가 번진 청년들의 분노

박지원 2021. 10. 1.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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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상도 아들 '힘없는 청년' 이미지마저 도둑질"
50억원 퇴직금 수령에 대학생들 분노·허무함 토로
대학가 곳곳 대자보 붙고 커뮤니티엔 연일 비판글
“곽상도 의원 아들이 흙수저 청년들의 눈에서 피눈물이 나게 한 것도 모자라 ‘힘없는 청년’ 이미지마저 도둑질하려 한 것 같아 화가 납니다.”
 
서울의 한 4년제 대학에 재학 중인 이모(22)씨는 특혜 의혹을 받는 경기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개발 사업의 시행사인 화천대유에서 근무하며 퇴직금 등 명목으로 50억원을 받은 곽상도 의원 아들 뉴스를 볼 때마다 우울해진다고 말했다. 부모로부터 아무런 지원도 받지 못한 채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벌어가며 대학에 다니고 취업 준비를 하는 자신의 처지가 더 비참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씨는 “50억원은 일반적인 청년으로선 감히 상상도 안 되는 큰돈인데 업무가 과중했다는 등 아무리 해명해도 그만큼 큰 돈을 한 번에 받은 건 납득이 안 된다”며 “화천대유 입사부터 아버지 덕을 본 곽 의원 아들이 자신을 힘없는 ‘오징어 게임의 말’처럼 표현한 게 진짜 힘없는 다른 청년들을 우롱하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청년단체 '2022 대선대응 청년행동(청년행동)'에 따르면 이 단체 관계자들은 지난달 30일 연세대학교, 이화여자대학교, 건국대학교, 홍익대학교 등 4개 대학 캠퍼스에 퇴직금으로 50억원을 받은 곽 의원의 불공정 특혜를 비판하는 대자보를 부착했다.청년행동 제공
화천대유로부터 퇴직금과 성과금 등으로 거액을 받은 곽상도 의원 아들에 대한 분노가 대학가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서울 시내 대학 캠퍼스 여러 곳에는 관련 내용이 담긴 대자보가 붙었고 대학생 커뮤니티에는 연일 비판글이 올라왔다.

1일 대학생 등으로 구성된 청년단체 ‘2022 대선대응 청년행동’에 따르면 이들은 전날 연세대·이화여대·홍익대·건국대 등 4개 대학 캠퍼스에 곽 의원 아들의 50억원 퇴직금 수령을 비판하는 대자보를 내걸었다. 

연세대 캠퍼스에는 ‘당신이 50억 게임을 즐기는 동안 청년들은 죽어가고 있다’는 제목의 익명 대자보가 붙었다. 대자보 작성자는 “곽 의원의 아들이 자신은 ‘오징어 게임의 말’에 불과했다는 발언을 했는데 누군가 50억원을 챙겨가는 동안 다른 청년들은 첫 출근 현장에서 사망하거나 경제난에 시달려 고독사를 당했다”며 “청년실업률 증가 등의 이유로 청년들은 타인과의 교류나 취미생활 없이 취업을 준비하다 더는 참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생을 마감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매년 증가하는 청년들의 죽음은 지옥 같은 고독한 생활 속에서 어쩔 수 없이 선택한 마지막 몸부림이었을 것”이라며 “곽 의원은 오징어 게임처럼 살기 위해 목숨을 걸고 생명을 다하는 청년들의 죽음 앞에 깊게 사죄해야 한다. 지독한 오징어 게임을 끝내기 위해 국회의원으로서 마지막 책임을 다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화여대에서는 인문대 소속 학생이 대자보를 붙였다. ‘표 필요할 때만 대학생을 찾는 내로남불 곽상도 의원은 즉각 사퇴하라’라는 제목의 대자보 작성자는 “지난해 대학생들의 등록금 반환 요구 당시 본인은 한 치의 비리도 없는 것처럼 저격수로 나섰던 곽 의원의 아들이 ‘아빠의 힘’으로 50억원을 받아갔다는 사실이 가장 실망스러웠다”며 “아들이 쓴 해명에는 억울함이 가득했지만 정작 미래가 보이지 않아 열심히 살아온 것이 맞는지 하루하루 의심을 해야 하는 저와 제 가족과 친구들의 삶이 더 억울하다”고 썼다. 이어 “국민을 대표해야 할 국회의원이 명백한 비리를 저질렀음에도 사퇴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이냐”라며 “퇴직금 50억원이 합당하다고 거짓말을 반복하는 뻔뻔함에 치가 떨린다. 곽 의원은 지금 당장 사퇴하고 이번 일을 계기로 국민이 정치권에 실망하는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비리를 뿌리 뽑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29일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중앙당사 앞에서 2022 대선대응 청년행동 관계자가 곽상도 의원 아들의 50억 퇴직금을 비판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뉴스1
건국대와 홍대에서도 “곽 의원 아들이 받은 50억원은 누군가에게는 ‘공정’일지 모르지만 평범한 청년들의 눈에는 뇌물이고 특혜”라며 곽 의원의 사퇴를 요구하는 비판 대자보가 붙었다.

청년행동 측은 이들 4개 대학을 시작으로 곽 의원이 석사 과정을 밟은 성균관대 등 더 많은 대학 캠퍼스에 곽의원과 아들의 불공정 특혜를 규탄하는 대자보를 부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청년단체뿐 아니라 일반 대학생들도 다수가 이 같은 비판에 동조했다. 대학생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의 각 대학 게시판에는 곽 의원 아들의 50억원 퇴직금 수령 사실과 해명에 대한 비판글이 연일 올라왔다. 

한 대학생은 “곽 의원 아들은 그냥 가만히 있는 게 나을 것 같은데 ‘열심히 일해서 받은 퇴직금’이라는 말로 오히려 분노를 샀다. 어떻게 일개 대리 퇴직금이 50억원이 될 수 있나”라며 “그만큼 현실감각이 없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대학생은 “회사의 결정으로 개인에게 많은 보상을 준 게 잘못이냐는 식의 해명을 청년들이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나”라며 “이게 ‘공정’인가. 이런 식이면 앞으로 고위직 자녀가 비정상적으로 많은 특혜를 받은 의혹이 나와도 모두 ‘개인의 능력’으로 믿어줘야 하는 건가”라고 비판했다.

박지원 기자 g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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