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공포' 덮친 독일.. 9월 물가상승률 4.1%, 29년래 최고

이경은 기자 2021. 10. 1.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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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판 ‘1000원숍’인 달러트리는 앞으로 1달러를 초과하는 물건도 팔기로 했다. 1986년 창업한 달러트리는 이후 30년 이상 1달러 정책을 불문율로 여겨 고수해왔지만 인플레 압력에 백기를 든 것이다./연합뉴스

델타 변이 확산으로 피크아웃(고점 찍고 하강) 우려가 나오는 상황에서 전세계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박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

유럽 최대 경제 대국인 독일은 지난 1990년 동서독 통일 이후 가장 심한 인플레이션에 시달리고 있다. 독일 통계청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독일의 9월 물가 상승률이 전년 대비 4.1%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같은 달 대비 물가 상승률이 4%를 넘어선 것은 29년 만에 처음이다.

파이낸셜타임즈(FT)는 최근 나타나고 있는 독일의 인플레이션이 독일 통일을 이뤄낸 헬무트 콜 전 총리 시대 이후 가장 심각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당시 독일은 동독 발전을 위해 천문학적인 투자를 해야 했고, 막대한 돈을 풀었다.

FT는 코메르쯔뱅크 수석 이코노미스트의 말을 인용해 “아직 최악은 오지 않았다, 내년에 다소 약해지더라도 인플레이션은 앞으로 독일과 유럽 전역에서 계속 문제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독일의 인플레이션(도표1)/독일 통계청

독일 물가는 올 들어 매우 빠른 속도로 상승하고 있다. 작년 말만 해도 마이너스였지만 올 들어서는 7월 3.8%, 8월 3.9%, 9월 4.1%로 점점 높아지고 있다(도표1 참고). 독일 언론들은 조만간 물가 상승률이 5%를 찍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독일에서만 인플레이션 신호가 강해지는 것은 아니다.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라 스페인 역시 9월에 13년 만의 최고인 4%를 기록했고, 이탈리아는 3%, 지난 30일 발표된 프랑스 인플레이션 역시 2.7%로 10년 만의 최고치를 찍었다. 유럽 주요국의 인플레이션이 상승하면서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9월 기준 인플레이션도 지난 2008년 이후 최고치인 3.3%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8월 소비자 물가는 전년 대비 2.6% 올라 5개월째 2%대 상승을 이어가는 중이다. 한국은행은 최근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소비자 물가 상승률을 종전 1.8%에서 2.1%로 올려 잡았다.

연간 물가상승률이 3000%에 달하는 남미 베네수엘라에서 0을 6개 빼는 리디노미네이션(화폐 가치 액면절하)을 단행했다. 전날까지 100만 볼리바르(화폐 단위)짜리였던 지폐가 10월 1일부터는 1볼리바르로 가치가 확 낮아졌다./연합뉴스

FT는 “주요국 정부와 중앙은행은 물가 상승이 일시적이며 내년엔 사라질 것이라고 예상하지만, 일부 경제학자들은 이에 대해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에너지 가격 상승에 물류 대란 변수까지 맞물리면서 들썩이는 물가가 잠잠해질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ING 매크로 리서치 수석 연구원인 카스텐 브제스키는 “과거에는 대다수 기업들이 마진을 줄여서 고비용에 대응했지만, 지금은 그런 비용을 전부 소비자에게 전가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이 지난달 15일(현지시간) 열린 독립기념일 축하 행사에서 국기를 흔들고 있다./연합뉴스

인플레이션은 소비자의 실질 구매력을 약화시키고, 저축한 돈의 가치를 떨어뜨린다. 물가 상승 압박이 심해진 신흥국들은 적극적으로 금리를 올리고 있다. 멕시코 중앙은행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4.5%에서 4.75%로 올렸다. 지난 6월 처음 금리를 올린 뒤, 3차례 연속 인상이다. 멕시코는 연간 물가 상승률 목표치를 3%로 정해두고 있는데, 9월 물가 상승률은 연 5.87%에 달했다. 콜롬비아 중앙은행도 같은 날 금리를 2%로 0.25%포인트 올렸다. 2016년 7월 이후 첫 금리 인상이다.

편득현 NH WM마스터즈 전문위원은 “유럽뿐만 아니라 미국도 생산자 물가가 1981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전세계 인플레이션 상황이 심각해지고 있다”면서 “인플레이션이 심해져 금리를 올리게 되면,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커져서 주식 시장에는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편 위원은 이어 “중국의 전력난이 전세계 인플레이션 장기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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