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널] 30억 보증금 미납 이엘비앤티..커지는 쌍용차 매각 유찰 가능성

김민경 기자 2021. 10. 1.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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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매출 1억 회사가 5,000억 자금 증빙 가능할까
30억 입찰 보증금도 보름 넘은 이날까지 연체
시장·업계, 입찰 신청 배경·기술력 등 의혹 제기
혼자 남을 에디슨도 자금 여력 부족해 유찰 우려↑
[서울경제]

지난달 15일 진행된 쌍용차 매각 본입찰에 3개사 컨소시엄이 참여한 가운데 가장 높은 인수금액을 써낸 이엘비앤티의 자금력에 시장의 의문이 커지고 있다. 이엘비앤티가 인수가로 5,000억 원 대를 제시하면서 에디슨모터스와 사실상 인수전을 주도했지만 자금 동원 능력을 증명하기 어렵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입찰지원서와 함께 납부해야 하는 30억 원의 보증금마저 아직까지 납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엘비앤티가 쌍용차 인수 경쟁에서 좌초하면 에디슨모터스 혼자 남게돼 유효 경쟁이 어려워져 매각 자체가 원점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아진다.

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쌍용차 인수 후보인 에디슨모터스와 이엘비엔티는 전날 오후 매각 주간사인 EY한영회계법인에 법원이 요구한 입찰 보완 서류들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쌍용차 인수 가격으로 5,000억 원 대를 제시한 이엘비엔티는 제시 가격의 절반인 2,500억 원을 증빙해야 한다. 통장 잔고나 투자자들로부터 받은 투자확약서(LOC), 납입 날짜가 명시된 공시 등이 인정된다.

이번 쌍용차 인수 자금은 이엘비엔티가 독자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재무적투자자(FI)로 끌어들인 파빌리온프라이빗에쿼티(PE)는 추후 쌍용차 인수가 완료된 후 운영자금을 증자할 때 참여한다. 자본금이 30억 원이고 매출이 연 1억 원 안팎인 이엘비엔티는 유럽 지역 투자사에서 쌍용차 인수와 관련한 자금을 전액 조달할 계획이다. 인수금 중 자체 자금 없이 모두 빚을 지는 셈이다.

이엘비엔티는 지난 15일 입찰지원서를 제출한 이후 보름이 지난 이날까지 30억 원의 보증금도 납부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입찰 보증금은 부실 사업자의 응찰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추후 계약 체결을 거절하더라도 돌려받을 수 없다. 보증금을 납부하지 않으면 입찰 후보 자격이 박탈되는 만큼 사실상 이엘비엔티가 거래를 완주할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엘비엔티 관계자는 이에 대해 본지에 "납부 시점을 알순 없지만 이미 낸 상태"라고 주장하며 “해외 투자자금 조달에 대해서도 최선을 다해 소명했다”고 말했다.

이엘비앤티가 입찰참가신청서에 회사 주소로 기재한 하남시 산곡동로 75번지. 한 주방기구 업체가 들어서 있다./사진=김민경 기자

입찰 보증금 납부 뿐 아니라 이엘비앤티에 대한 의문은 계속 커지는 상황이다. 이엘비앤티가 법원에 낸 입찰 참가신청서에 밝힌 주소지인 경기도 하남시 산곡동로를 찾아가 보니 이미 3~4년 전 이사해 지금은 한 주방기구업체가 들어서 있다. 사업자번호는 가구와 수납용품 등을 주요 제품으로 하는 건설 전문 스타트업 콘스트라넷이다. 콘스트라넷은 이엘비앤티가 지난 2006년 인수했으며, 현재 개인 사업자로 등록돼 있다.

쌍용차 인수 후 경영 계획에 대해서도 보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엘비앤티는 전기차 전용 7단 트랜스미션과 전기차용 공조장치 시스템 등 핵심 전기차 부품 제조기술을 보유했으며 추후 쌍용차 공장을 플랫폼으로 전기차를 양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특허청 키프리스에 따르면 이엘비엔티가 출원한 특허는 전기차의 모터구조체 등 총 4개인데 현재 등록료를 미납해 권리가 소멸한 상태다. 특허법인의 한 관계자는 "특허권이 소멸됐고 내용이 공개돼 자본이 있으면 누구나 로열티 없이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이라고 말했다.

자료=특허청 키프리스

상황이 이렇다보니 시장에서는 쌍용차 매각 유찰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언급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산업은행과 협상에 나섰던 미국 HAAH오토모티브도 자금 증빙이 충분치 못하다는 이유로 협상이 무산된 바 있다.

이엘비앤티가 자금력을 입증하지 못할 경우 에디슨모터스가 단독 주자로 협상 테이블에 남지만 문제는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에디슨모터스가 제시한 인수가격이 2,000억원대 후반으로 전해져 이엘비앤티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데다 에디슨측 자금력도 신뢰성이 높지 않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딜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당초 매각 주간사에서 3,500억 원을 인수 하한가로 제시해 이보다 가격이 낮을 경우 우협 선정은 어려울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유효 경쟁이 성립되지 않은 측면도 있는데 에디슨모터스의 자금력도 충분치 않다는 목소리 역시 커지고 있다. 에디슨측은 국내외 투자자들을 통해 약 2,700억 원의 자금을 확보했다며 추후 자회사인 쎄미시스코를 통해 유상증자와 전환사채(CB) 발행으로 2,500억 원을 추가 조달할 계획을 전했지만 최근 정관상 기재된 증자 한도보다 더 많은 신주를 발행한다고 공시해 논란이 됐다.

결국 쎄미시스코는 4건의 증자 계획을 철회하고 한국거래소의 불성실공시법인에 지정된 상태다. 조달 규모가 큰 만큼 경영권 희석 우려도 있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법원이 두 곳 다 쌍용차를 인수해 정상적으로 경영하기에 자금력이 충분치 않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쌍용차 매각 본입찰에 참여해 이엘비앤티·에디슨모터스와 경쟁을 벌였던 인디EV는 인수 제안 가격이 너무 낮아 사실상 이미 탈락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민경 기자 mk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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