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출구 없는 오징어게임 된 주식시장

권유정 기자 2021. 10. 1.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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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게임'이라는 넷플릭스 드라마가 인기다.

수백억원 상금이 걸린 서바이벌에 참가한 사람들이 마지막 승자가 되기 위해 목숨을 걸고 게임에 참가한다는 내용이다.

오징어게임에서도 게임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참가자는 게임을 중단할 수 없다', '게임을 거부하면 탈락으로 간주한다', '참가자 과반수가 동의하면 멈출 수 없다' 등 몇 가지 규칙에 동의해야 한다고 안내했다.

물론 드라마에서도 게임 규칙을 제대로 읽는 참가자가 많지 않았지만 주식시장은 드라마도, 게임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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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게임’이라는 넷플릭스 드라마가 인기다. 수백억원 상금이 걸린 서바이벌에 참가한 사람들이 마지막 승자가 되기 위해 목숨을 걸고 게임에 참가한다는 내용이다. 영화나 드라마에나 나올 법한 다소 무모한 전개라고 넘길 수도 있겠지만,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과 빚투(빚내서 투자)가 당연해진 요즘 주식시장이 자주 겹쳐 보였다.

2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3일 기준 국내 개인투자자의 주식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25조7000억원으로 지난해 3월 말(6조6000억원)보다 약 3.9배 증가했다. 신용거래융자는 증권사가 투자자가 보유한 주식을 담보로 잡고 돈을 빌려주는 서비스다. 은행 대출과 달리 별도의 심사 없이 돈을 빌릴 수 있는 만큼, 신용대출 한도까지 끌어쓴 다음 증권사 신용융자를 받는 경우도 있다.

물론 국내 전체 주식시장 시가총액을 고려하면 지금의 신용거래융자 규모가 심각한 수준이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금감원을 비롯한 금융당국의 구두개입 등 조치가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의미다. 특히 대부분 증권사의 신용공여 한도가 턱 끝까지 차오른 상황이기 때문에 향후 신용거래융자 증가 속도는 점차 둔화할 것으로 예상됐다. 현재 증권사들의 법정 신용융자 한도는 자기자본의 100%까지다.

문제는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반대매매(주식 처분) 규모가 불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반대매매 금액은 일평균 84억8000만원으로 연중 최대치를 기록했다. 반대매매는 고객이 증권사에 돈을 빌려 주식을 산 뒤, 만기까지 대출금을 갚지 못하거나 주가가 일정 수준 미만으로 떨어지면 고객 의지와는 관계없이 증권사가 기계적으로 주식을 매도하는 것을 말한다.

투자자 손실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얼마 전 금감원은 주식 신용거래에 대해 처음으로 소비자 경보를 발령했다. 주의·경고·위험 순서로 강도가 높아지는 경보 중에서 가장 낮은 ‘주의’ 단계이긴 하지만, 2012년 제도 도입 이후 주식 신용거래에 경보가 발령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증권사에 시중은행과 제2금융권처럼 보다 적극적인 대출 한도 관리 주문이 들어올 가능성도 점쳐졌다.

하지만 당사자인 개미들이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는진 의문이다. 지난해 이례적인 수익률을 경험한 탓인지 각종 경고음이 쏟아지는 와중에도 이들은 양손으로 방망이를 세게 쥔 상태다. 국내외 증시가 휘청대는 28일부터 개인은 꿋꿋이 홀로 순매수에 나섰다. 뉴욕 증시 폭락 여파로 코스피지수가 1% 넘게 빠진 29일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6625억원, 3126억원을 순매도한 반면 개인은 1조원에 가까운 주식을 사들였다.

단기간에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모습이다. 레버리지, 곱버스, 테마주, 밈주식 심지어는 상장폐지 위기에서 기사회생한 종목까지 골라 투자하고 있다. 올해 초 상폐 사유가 발생해 매매가 중지됐다가 반년 만에 거래가 재개된 흥아해운(003280)의 경우 일주일 동안 주가가 270% 넘게 올랐다. 실적이나 업황과 전혀 상관없는 자금 쏠림에 증권가에서는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하이리스크 하이리턴’(고위험 고수익)이라는 공식을 잊어서는 안 되겠다. 오징어게임에서도 게임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참가자는 게임을 중단할 수 없다’, ‘게임을 거부하면 탈락으로 간주한다’, ‘참가자 과반수가 동의하면 멈출 수 없다’ 등 몇 가지 규칙에 동의해야 한다고 안내했다. 물론 드라마에서도 게임 규칙을 제대로 읽는 참가자가 많지 않았지만 주식시장은 드라마도, 게임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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