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백신패스 '만지작'..강요해서 될 일 아니다
[서울=뉴시스] 정성원 기자 =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백신 이상반응에 대한) 억울한 상소는 끊이질 않고, 중증 사망자는 1만명을 돌파한다는 질병관리청 통계도 잘 아실 겁니다. 개인 질환, 체질, 알레르기, 부작용으로 백신 (접종) 완료를 못한 분들도 있는데 백신을 무조건 강제할 수 있습니까."
정부가 최근 코로나19 예방접종 완료자를 대상으로 '백신 패스' 도입을 검토한다고 밝히자 지난달 29일부터 이를 반대하는 청원이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줄지어 올라왔다.
정부는 이달 말 접종 완료율 70%를 달성한 후 이르면 오는 11월 추진하는 '단계적 일상 회복'의 한 방편으로 백신 패스를 검토 중이다.
백신 패스가 도입되면 코로나19 백신 2회(얀센 백신은 1회) 접종 후 14일이 지난 접종 완료자는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사적 모임 인원 제한 등과 무관하게 다중이용시설을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접종자는 PCR 음성 확인서를 지참해야만 시설을 이용하거나 행사에 참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백신 패스 도입을 검토하는 이유로 '미접종자 감염 위험 감소'를 꼽았다. 인센티브를 통해 접종자를 늘려 감염을 차단하고, 감염 위험에서 미접종자를 보호한다는 것이다. 다른 국가에서 미접종자를 중심으로 유행이 확산한 점을 고려했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종료된 미접종자 583만여명의 접종 사전예약률은 8.9%다. 사전예약을 마친 이들을 포함해 전 국민 접종률은 76.6%(1차 접종 기준)로 예상된다. 나머지 23.4% 중 4분기에 접종하는 12~17세, 임신부를 제외하면 백신을 맞지 않는 이상 자의로든 타의로든 미접종자로 남는다.
미접종자들은 백신 패스가 오히려 미접종자들의 자유를 훼손한다며 반대하고 나섰다. 이들은 다수인 접종 완료자 70% 이상에 인센티브가 보편적으로 적용된다면, 소수 미접종자에게 인센티브가 시설 이용을 막는 규제로 작용한다고 봤다.
백신 패스를 앞서 도입한 해외에선 대규모 반발에 직면했다. 지난 8월부터 식당, 기차, 비행기 등 이용 시 보건 패스를 제시하도록 한 프랑스에선 7월 중순부터 반대 시위가 일어났다. 지난달 도입 예정이었던 영국은 일단 가을 이후로 미뤘다.
백신 패스를 도입하면 미접종자의 접종 의향이 줄어든다는 연구도 나왔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의지에 대한 영국과 이스라엘 단면 연구 결과'에 따르면 백신 패스의 일종인 '그린 패스'를 도입한 이스라엘 내 미접종자의 접종 의향은 이를 도입하지 않은 영국보다 낮게 나타났다.
결국 각국에서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간에 접종 '강요' 인식이 생겼다고 볼 수밖에 없다. 국내에서도 백신 패스가 접종률을 끌어올리는 '넛지'가 아니라 강요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일단 도입 여부와 해외 사례 등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손영래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가장 좋은 방법은 접종률이 최대로 오르는 것"이라며 "사실상 모든 분들이 접종을 받으면 이런 고민도 필요 없겠지만, 그렇지는 않기 때문에 백신 패스와 같은 제도를 논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접종 거부자가 발생하는 이유부터 조사한 뒤 그에 맞게 접종을 설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앞서 접종을 빠르게 진행한 해외 각국에선 접종에 대한 잘못된 인식, 이상반응 우려 등으로 접종률 상승세가 정체됐다. 추후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겠지만, 이 같은 현상이 우리나라에서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단계적 일상 회복에서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접종률이다. 값싼 치료제가 개발될 때까지 코로나19 위험성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예방접종밖에 없다. 접종률을 올리겠다면 유일한 방어 수단을 왜 거부하는지부터 제대로 알아야 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jungsw@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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