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취급 안해줘.." 극단 선택 공무원이 친구에게 남긴 카톡엔
올해 임용된 대전시 9급 공무원이 휴직 신청을 하루 앞두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 고인의 친구는 직장 내 괴롭힘과 부당한 업무 지시가 사망 원인이라며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1일 대전시 등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대전의 한 아파트에서 공무원 A씨(20대)가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지난 1월 대전시 9급 공무원으로 임용됐다.
이와 관련 A씨 지인은 지난달 30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A씨가 평소 직장 내 괴롭힘에 시달렸다고 주장하는 글을 올렸다. 작성자는 “친구는 주변 사람들과의 연락도 다 끊고 많은 노력과 외로움을 이겨내고 자신의 꿈을 위해 노력해 1년 만에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다”며 “꿈을 펼친 지 1년이 지나지 않아 친구는 먼저 하늘나라로 떠났다”고 운을 뗐다.
작성자는 “평소 주변 사람들을 누구보다 챙기고, 자신의 가족, 친구를 제일 (먼저) 생각하던 사람이었는데 그 주변을 돌아보기도 힘들 만큼 많은 괴로움이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누구보다 밝은 힘을 주던 아이가 갑자기 하늘나라로 떠났다는 이 현실이 아직도 꿈만 같고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
작성자와 매일 연락을 주고 받던 A씨는 지난 7월부터 연락이 뜸해졌다고 한다. 작성자가 안부를 물을 때마다 A씨는 “야근을 한다”고 답했다.
그러던 중 작성자는 9월쯤 A씨에게 연락해 근황을 물었다. 그러자 A씨는 작성자에게 전화해 “7월에 부서 이동을 했고, 그 이후로 많이 힘들다”는 식의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A씨가 털어놓은 내용은 ▲어리다는 이유로 무시를 당한다 ▲혼자만 행정직 공무원이라 나머지 사람들이 협조를 안 해준다 ▲인사를 해도 받아주지 않는다 ▲직원 취급도 안 해준다 ▲업무를 물어봐도 혼자 알아보고 해결하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따돌림을 당해 밥 먹으러 가자는 말도 못한다 등이었다. 작성자는 “친구가 이러한 일들을 겪고 ‘자존감이 낮아지고 우울함에 휩싸인다, 안 좋은 생각도 든다’고 말했던 목소리가 아직도 귀에 맴돈다”고 했다.
A씨의 고충을 들은 작성자는 A씨에게 병원 치료와 휴직을 권유했다. A씨는 병원 진단과 처방을 받았으나 휴직 신청을 하루 앞두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
작성자는 A씨 병원 진료 기록에 “비웃고 무시한다” “커피를 타오라고 한다”는 식의 이야기가 담겼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구가 직장 내 괴롭힘, 따돌림, 부당한 업무 지시를 받은 것 아니냐”며 “출근 1시간 전 일찍 출근해 물을 떠 놓고 커피를 타오라는 지시는 부당한 게 아닌 거냐”고 했다.
A씨는 가족들에게도 비슷한 고충을 털어놨다고 한다. 이에 유족 측은 A씨 사망 원인이 부당한 업무 지시와 직장 내 따돌림이라고 주장했지만 A씨가 일한 부서 직원들은 이를 부인했다는 보도가 전해지기도 했다.
작성자는 “친구는 휴직을 내기 전에도 팀장, 과장님께 뭐라고 말해야 좋을지 고민했고 주변의 시선과 인수인계, 팀 내의 분위기를 걱정했다”며 “힘든데도 내색을 못하는 분위기도 화가 나지만 사실무근이라고 하는 그들의 태도에 더 화가 난다”고 했다. 그러면서 A씨 사망의 진상규명을 위해 힘을 모아 달라고 호소했다.
이와 관련 대전시는 내부 조사에 착수했다. 대전시 관계자는 조선닷컴에 “아직 조사 착수 단계라 내용을 파악하는 중”이라며 “관련자들이 직장 내 괴롭힘과 부당 업무 지시 등을 부인했다는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이어 “관련 자료와 관련자를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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