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방지 아닌 부패방패?..ISO 인증 받고 불법 리베이트 저지른 22개 제약사들

김명지 기자 2021. 10. 1.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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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간 불법 리베이트 35건 중 22건
부패방지경영시스템 ISO 인증 제약사
조선DB

정부가 최근 5년 동안 적발한 의약품 불법 리베이트 10건 중 6건은 부패방지 국제표준 ISO 인증을 받은 국내 제약사가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불법 리베이트로 적발돼 행정처분을 받은 직후 ISO 인증을 받고, 1년여 만에 또 불법 리베이트를 저지른 제약사도 있었다. ESG(환경· 사회적책임· 지배구조) 경영 바람을 타고 제약업계에 부패방지 ISO 인증이 확대되고 있지만, 리베이트는 끊이지 않으면서 인증의 신뢰성과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더불어민주당 김원이 의원(보건복지위원회, 목포시)이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제출받은 ‘최근 5년간 제약업계 리베이트 현황’ 자료에 따르면, 식약처가 최근 5년 동안 불법 리베이트로 적발한 총 35건 사례 가운데, 22건(62.8%)은 부패방지경영시스템 ISO 인증을 받은 제약사가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리베이트’는 자기 회사의 의약품을 팔기 위해 의사나 약사 등 의료인에게 음성적으로 뒷돈을 주는 행위를 뜻한다. 보건복지부는 불법 리베이트를 근절하기 위해 뒷돈을 준 제약사는 물론 돈을 받은 의료인도 함께 처벌하는 ‘쌍벌제’와 리베이트가 적발되면 최대 40%까지 약값을 낮추는 ‘약가 인하 연동제’를 운영하고 있지만 뒷돈 거래는 끊이지 않고 있다.

식약처 최근 5년 자료에 따르면 국내 일부 제약사는 불법 리베이트로 적발돼 행정처분을 받은 직후 ISO 인증을 신청해 인증을 받고, 또 2년도 지나지 않아 불법 리베이트를 저질러 행정 처분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7월 판매정지 및 과징금 처분을 받은 동아에스티는 그해 7월 ISO 인증을 받고, 1년 7개월 만인 2020년 2월에 리베이트로 적발됐다. 동아에스티는 지난 5월 다시 ISO 인증 갱신을 받았다.

더불어민주당 김원이 의원실

지난 2018년 5월 ISO 인증을 받은 일동제약은 ISO 인증 2년여 만인 지난해 9월 리베이트로 적발돼 판매정지 3개월 처분을 받았다. 일동제약은 지난 6월 인증을 갱신했다. ISO 인증을 신청해 인증까지 받는 데 6개월 정도 걸리는 것을 고려하면 일동제약은 행정처분 직후인 지난해 연말 인증을 신청한 것으로 보인다.

2017년 10월 리베이트로 판매정지 처분을 받은 GC녹십자는 행정처분 7개월 이후인 2018년 5월 ISO 인증을 받았고, 2018년 9월 ISO 인증을 받은 명인제약은 1년여 후인 2019년 8월과 9월 리베이트에 적발돼 업무정지 3개월 처분을 받았다.

ISO37001은 국제표준화 기구인 ISO가 뇌물(부패)방지를 위하여 제정한 국제 표준으로 ISO가 자격을 부여한 민간기구가 임직원 교육과 현장실사 등을 통해 각 사에 인증하는 지표다. ESG 경영이 화두가 되면서 ISO 인증을 받는 제약사가 늘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국내 제약사 55곳이 ISO 인증을 받았다.

업계에서는 일부 제약사가 리베이트로 적발된 후에 ISO 인증을 신청해 인증을 받고, 또 얼마 지나지 않아 리베이트로 적발되고, 그리고 또 인증을 받는 일을 반복한 것을 두고, 제약사들이 ISO 인증을 반대로 악용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한다. 인증 단체들은 기업에 이런 ISO 인증을 받으면 법을 위반했을 때 비용이나 벌칙을 줄일 수 있고, 각종 정부 입찰에 근거 자료로 사용할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김원이 의원은 “불법 리베이트로 적발돼 행정처분을 받은 제약사들이 ISO 인증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것은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다”라며 “제약사들은 리베이트나 담합 등 불법행위로 적발되거나 관련된 법적 분쟁시 사측에 유리한 근거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ISO 인증을 받는 것이 아닌지 의심된다”고 했다.

김 의원은 “보건복지부는 업계의 자율참여라는 이유로 현황 파악조차 하지 않고 있다”며 “국가기술표준원 등 관계부처는 ESG 경영의 지표가 되는 인증제도 및 ISO의 신뢰성 제고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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