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만 8달째..대구 '이슬람 사원' 운명은?
대구 경북대학교 인근에서 진행되던 이슬람 사원 공사를 두고 무슬림 유학생과 지역주민, 관할 기관, 시민단체 등의 갈등이 8달째 이어지는 가운데, 오늘(1일) 국가인권위원회가 의견을 냈습니다. 핵심은 공사 재개가 필요하다는 내용입니다.
■ 인권위 "공사 중지 통보 뚜렷한 근거 없어…공사 재개 위한 조치 취해야"
인권위 차별시정위원회는 "대구 북구청장이 공사 중지를 통보한 것은 뚜렷한 근거 없이 무슬림과 이슬람교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견에 기반하고 있는 일방적인 민원을 이유로 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인권위는 "합리적인 이유 없이 종교를 이유로 사원 건축공사를 중단시킨 것이라고 본다"라며 "이슬람 사원 건축 공사가 재개될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표명한다고 밝혔습니다.
■ 관련 기사 : 공사 중단에 욕설까지…'이슬람 사원' 신축 현장 갈등 격화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258064
■ "수년간 향신료 냄새 피해·슬럼화 우려" vs "혐오에 따른 불합리한 차별"
앞서 지난해 9월 '다룰이만 경북엔드 이슬라믹센터'(이하 이슬라믹센터) 는 대구 북구청에서 건축허가를 받고, 경북대에서 유학 중인 무슬림들이 기도처로 쓰던 가정집을 이슬람사원으로 증축하는 공사를 진행했습니다. 이슬라믹센터는 2014년 결성돼 무슬림 신자들의 이슬람 예배 활동을 주목적으로 하는 비영리법인입니다.
인근 주민 3백여 명은 지난 2월 "수년간 기도 소음과 향신료 냄새로 피해를 봤고, 사원이 들어서면 지역이 슬럼화되는 등 치안 불안이 우려된다"면서 탄원서를 냈습니다. 대구 북구청도 주민 민원을 이유로 공사중지를 통보했습니다.
이슬라믹센터 측은 "무슬림에 대한 혐오와 차별적 정서에 따른 주민 민원을 이유로 부당하게 공사 중지를 통보했고, 이는 불합리한 차별"이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습니다.
■ 법원 "공사 중단으로 손해 발생 우려"…주민들 '반대' 국민청원에 13만 명 동의
이슬라믹센터는 지난 7월 북구청이 내린 공사중지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냈고, 소 제기와 함께 집행정지 신청도 냈습니다.
대구지방법원은 "이슬람 사원 공사 중단으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공사중지 행정명령의 집행정지를 결정했습니다. 가처분 신청은 인용됐지만, 본안소송의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 지역에 산다는 한 주민은 지난달 3일 '대한민국을 지켜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와대 국민청원 글에서 "이슬람 복장을 하고 10~20명씩 거리를 떼거리로 몰려다니는데 위압감을 느낄 때가 많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이슬람국가는 종교의 자유 말살, 인권유린, 다양성을 파괴하면서 꼭 민주주의 국가에 와서는 종교의 자유 타령을 한다. 요즘은 우리 주민이 역차별 혐오를 받고 있는 실정"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 청원은 모레(3일) 마감되는데, 오늘 정오 기준 13만여 명이 동의했습니다.
■ 인권위 "주민 게시 현수막 인권침해 우려" 시정권고
인권위는 이슬라믹센터가 낸 공사재개와 관련한 진정은 각하했습니다. 인권위법에 따라 진정의 원인이 된 사실과 관련해 법원 재판이 진행 중인 경우 각하하는 게 원칙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의견을 표명하는 방식으로 힘을 실어줬습니다.
아울러 인권위는 주민들이 게시한 현수막 중 일부는 인권침해 우려가 있다면서 구청이 제거 또는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의견표명과 달리 권고는 해당 기관에 어느 정도 법적 강제력을 가집니다.
공사에 반대하는 일부 주민들은 현장 주변에 "주민 죽이는 이슬람 사원 건축 결사 반대한다”, “거짓말로 시작한 이슬람사원 건축 두 번은 속지 않는다”, "테러의 온상 이슬람 사원 절대 반대" 등의 내용을 담은 현수막 또는 피켓 등을 게시했습니다.
인권위는 유엔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에 있는 " 차별, 적의 또는 폭력의 선동이 될 민족적, 인종적 또는 종교적 증오의 고취는 법률에 의하여 금지된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또 옥외광고물법에 따라 "인종 차별적 또는 성 차별적 내용으로 인권침해의 우려가 있는 것"은 금지광고물로서 이에 해당되는 광고물은 신고된 적법한 집회에서도 게시할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지난달 29일 대구지방법원에서는 행정소송 첫 재판이 열렸는데 이슬라믹센터 측과 주민들 간의 입장 차는 여전했습니다. 갈등만 8개월째인 이슬람 사원 공사, 양쪽이 만족할 수 있는 해결책은 나올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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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성 기자 (ohwh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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