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만 설치 저조? 비수도권 노선 절반, 객실 CCTV '전무'

최은서 2021. 10. 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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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여성 김모씨는 지난해 여름 늦저녁 지하철 9호선 전동차에서 성추행을 당했다.

1일 한국일보가 전국 도시철도공사와 한국철도공사(코레일) 등에서 자료를 받아 분석한 결과, 인천 대전 대구 광주 부산 등 5개 지역 지하철 객실의 CCTV 설치율은 평균 32.7%로 집계됐다.

지하철 객실 CCTV 설치율이 전국적으로 저조한 이유는 관련법의 사각지대가 넓기 때문이다.

전문가들도 지역 격차 없이 지하철 객실 내 CCTV 설치율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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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 지역 13개 노선 중 6개 CCTV 없어
평균 설치율 32.7%.. 서울 28%와 비등
'CCTV 의무 설치' 법규도 사각지대 넓어
지난달 24일 오전 마스크를 쓴 출근길 시민들이 서울 지하철 2호선 시청역을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20대 여성 김모씨는 지난해 여름 늦저녁 지하철 9호선 전동차에서 성추행을 당했다. 김씨는 곧장 112에 신고했고 가해 남성은 붙잡혔다. 하지만 사건이 일어난 지하철 객실엔 폐쇄회로(CC)TV가 설치돼 있지 않았고 목격자도 찾을 수 없어 남성은 그대로 풀려났다. 김씨는 "객실에 CCTV가 없어서 범죄자를 놔줘야 하는 상황이 이해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전국 CCTV 설치율 31% 불과

서울 지하철 객실 중 CCTV가 설치된 칸이 30%에도 못 미치는 가운데, 비수도권 지하철 역시 CCTV 설치율이 30%대 초반인 것으로 확인됐다.(관련기사: 서울 지하철 객실 CCTV 설치율 28%… 일부는 실시간 관제 불가)

1일 한국일보가 전국 도시철도공사와 한국철도공사(코레일) 등에서 자료를 받아 분석한 결과, 인천 대전 대구 광주 부산 등 5개 지역 지하철 객실의 CCTV 설치율은 평균 32.7%로 집계됐다. 서울 지하철까지 포함한 전국 지하철의 설치율은 31.8%였다.

비수도권 지하철 13개 노선 가운데 6개는 CCTV가 아예 없었다. 부산 지하철 4개 노선은 1호선(33.3%)과 4호선(100%)에만 CCTV가 설치됐다. 대구 지하철(3개 노선)의 경우 3호선은 모든 객실에 CCTV가 있지만 1・2호선은 전혀 없었다. 각각 1개 노선을 운영하는 대전 지하철과 광주 지하철 역시 '설치율 0%'였다. 반면 인천 지하철(2개 노선)의 설치율은 1호선 55.9%, 2호선 100%로 비교적 양호했다.

작업자들이 군자동 차량기지에서 서울 지하철 2호선 차량에 폐쇄회로(CC)TV 설치 작업을 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의무 설치 예외 차량 많아… 팔 걷은 국토부

지하철 객실 CCTV 설치율이 전국적으로 저조한 이유는 관련법의 사각지대가 넓기 때문이다. 도시철도법과 철도안전법은 각각 차량 내 CCTV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하지만 도시철도법은 소급적용이 안 돼 2014년 이전 도입된 지하철엔 설치를 강제할 수 없다. 지난해 개정된 철도안전법은 법 시행 이전 도입된 지하철도 예외 없이 CCTV 의무 설치 대상으로 삼았지만, 적용 대상이 공항철도·신분당선·코레일·SR로 한정돼 있다. 도시철도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2014년 이전 도입 차량은 이래저래 CCTV 설치 의무 대상에서 빠진 것이다. 부산·대전·광주 도시철도공사에선 "CCTV를 즉각 설치하고 싶어도 법과 예산이 걸림돌"이라는 호소도 나온다.

이에 지난달 22일 국토부는 내년까지 광역철도를 포함한 도시철도 객실 내부에 CCTV를 설치하도록 코레일과 지자체 등 운영기관에 시정명령을 내렸다. 각 기관들은 "국토부와 공동으로 제도 개선과 예산 확보에 노력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전문가들도 지역 격차 없이 지하철 객실 내 CCTV 설치율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성범죄가 자주 일어나는 지하철에 CCTV가 있으면 범죄 입증이 훨씬 쉬워지고 불법 촬영 등 범죄를 예방하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CCTV를 관리할 인력 투입도 시급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CCTV 설치와 함께 상시 모니터링 및 출동을 담당할 팀을 구성하는 등 인프라를 갖춰 나가야 범죄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최은서 기자 silver@hankookilbo.com
박준규 견습기자 ssangkka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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