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게임' 정호연 "대선배 이정재, 동네 오빠 같았다"[EN:인터뷰②]

이민지 2021. 10. 1.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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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넷플릭스

[뉴스엔 이민지 기자]

(인터뷰①에 이어)

※스포일러가 일부 포함돼 있습니다

지난 9월 17일 첫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게임'은 456억원의 상금이 걸린 의문의 서바이벌에 참가한 사람들이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 목숨을 걸고 극한 게임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정호연은 소매치기까지 하며 거칠게 살아온 새터민 새벽 역을 맡았다. 새벽은 보육원에 혼자 남겨진 남동생과 북에 있는 부모님을 탈북시켜 함께 살고 싶다는 생각 하나로 죽기 살기로 돈을 벌었지만 브로커에게 사기 당해 모든 것을 잃었다. 가족이 모일 수 있는 마지막 희망으로 게임에 모든 것을 건 인물이다.

2013년 '도전! 수퍼모델 코리아4' 공동 준우승으로 처음 대중에 얼굴을 알린 정호연은 세계 무대를 누비며 모델로 활약해왔다. 그는 첫 연기 도전작 '오징어게임'을 통해 안정적인 연기력과 매력적인 캐릭터로 전세계 시청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 황동혁 감독이 '정호연이 뉴욕에서 보낸 영상을 보자마자 새벽에 딱이라 생각했다'고 밝혔다. 어떤 영상을 보냈나 ▲ 당시 지금 있는 엔터테인먼트와 계약한지 한달이 채 안됐을 때다. 멕시코에 스케줄이 있어서 촬영 갔다가 뉴욕 패션위크는 내가 해오던 일이라 릴렉스 하고 있어야겠다 했는데 단톡방이 열리면서 '오징어게임' 오디션 대본과 영상을 보내달라고 했다. 최대한 빨리 보내달라 써있더라. '최대한 빨리'가 어느 정도인줄 모르고 오디션 영상을 내가 직접 찍어본 적이 한번도 없어서 그냥 모든 에너지를 그 대본에 쏟아부었던 기억이 있다. 그들에게는 '바로 내일'이었을 수 있는데 그렇게 보내는건 아니라 생각해서 3일 정도의 시간을 들여서 밥먹는 시간을 제외하고 대본을 봤다. 나는 연기에 접근하는 방법이 뭔지를 몰랐기 때문에 그냥 계속 찾았다. 이 아이가 왜 이 말을 했을까 이유를 생각하고 시간을 정말 많이 들이다 보니까 짧은 시간이었지만 새벽이와 가까워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디션 영상이 내 마음에 완벽히 들지는 않았다. '이게 최선이다'라고 생각하고 보냈지만 '그게 최선이었을까' 했다. 그리고 잊어버렸다. 3일간의 시간이 너무 고통스러웠고 잠도 제대로 못자서 '맛있는거 먹고 자야겠다' 했다. 근데 갑자기 실물을 보고 싶다고 하셔서 '무슨 일인가' 했다. 3일 동안 새벽이만 바라보고 산 시간이 나에게 너무 소중했고 그걸 가치있게 봐주신다면 당장이라도 달려가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래서 한국으로 달려와 실물 오디션을 봤다. 그날은 너무 떨었다. 누군가 앞에서 내 연기를 보여주는게. 의문이다. 모델로 카메라와 사람 앞에 많이 서봤는데 심각하게 떨리더라. '오징어게임' 촬영 이후로 카페인들어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끊었다. 심장이 너무 떨려서. 초반 신 오디션은 잘 못 본 것 같은데 마지막 신에 왔을 때 '내가 이 사람들 앞에서 연기를 보여줄 수 있는 마지막 순간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에이미 아담스를 좋아하는데 자기는 오디션을 볼 때 자기가 그 역할을 할 수 있는 마지막 순간이라 생각한다고 했는데 그 말이 몸으로 느껴졌다. 마지막 신에서 개인적으로 후회없는 연기를 해서 오디션이 끝난 후에는 후련했다. 고통스럽고 스트레스를 받고 잠도 못자고 밥도 제대로 안 넘어갔는데 마지막 신을 한 후 '그래도 나 정말 열심히 했다'는 생각으로 후련했다. 집에 가서 하루종일 잤던 기억이 난다. 그 후에 잊어버렸다.

- '오징어게임' 최종 합류 소식을 들었을 때 어땠나 ▲ 제일 친한 친구가 오디션 일화를 듣고 '오징어 게임되면 할 수 있어?' 라고 해서 '내가 어떻게 해'라고 대답할 정도로 될거라 생각 안했다. 근데 대표님이 전화로 '새벽아 축하해' 하시는데 소름 끼치더라. 그러면서도 실감이 안났다. 당일엔 '이게 뭐지? 무슨 일이지?' 라는 생각이 있었다. 하루하루 지나갈수록 '큰일났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 갑자기 부담과 공포가 몰려오면서 그때부터 심장이 빨리 뛰는게 느껴졌고 디카페인 커피나 따뜻한 티를 마시기 시작했다.

- 첫 연기 도전인데 어렵지는 않았나, 부담감은 어떻게 떨쳐냈나 ▲ 초반에는 두려움을 못 떨쳐냈다. 스스로 이해가 안 갈 정도로. 세계 무대에서 런웨이도 해봤던 사람인데 첫 전체 리딩을 가는 날 앞이 뿌옇고 손과 목소리가 너무 떨렸다. 모델 하면서도 그런 경험을 해본 적이 없다. 그만큼 심리적으로 부담을 느꼈고 촬영 초반에도 그 부담을 떨치지 못했다. 이러다 뽑아주신 감독님께도 실례고 아무것도 안되겠다 생각이 들어서 감독님께 '나랑 밥 한번만 먹어달라'고 해서 1대1로 만났다. 무슨 말을 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게 그냥 질렀다. 감독님과 만나서 연기와 작품 이야기보다 사는 이야기를 했다. 결과적으로는 나를 왜 뽑으셨는지 스스로 확신을 갖고 싶었던 것 같다고 말씀드렸다. 감독님이 '너는 이미 새벽이고 이미 충분하기 때문에 뽑았다'고 한마디를 해주셨는데 그걸로 긴장을 많이 내려놓게 됐다. '엄청 연기를 잘 하지 못해도 최선을 다해 연기해야겠다, 긴장감 때문에 할 수 있는 것도 못 하면 안되겠다' 생각이 들어서 조금 극복했다. 감독님 만나기 전에 주령 언니, 해수 선배님, 정재 선배님께 계속 '내가 잘하고 있는걸까. 연기란 무엇인가' 질문했는데 선배님들이 '감독님과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눠야 고민이 해소될거다'라고 팁을 주셨다. 그 후에는 선배님들과 진짜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촬영했다. 많은 대화와 고민들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모두가 열심히 하고 있다는 신뢰도가 있으니까 어느 순간부터 불안하지 않았다. 그냥 정말 열심히 몰입해 최선을 다했던 것 같다.

- 언제부터 배우의 꿈을 꿨나 ▲ 모델 일을 하면서 '다음에 뭐할꺼야' 라는 질문을 받았는데 예전에는 연기가 머릿 속 한편에만 있었던 존재다. 해외에 나가서 생활하면서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졌고 그때 가장 많이 했던 것들이 영화, 드라마 보고 책 읽는 것이었다. 개인적으로 해외에서 커리어가 정점을 찍은 순간도 있었고 내려오는 순간도 있었다. 내려오는 순간에 시간이 많이 생기니까 자꾸 할 것을 찾게 되더라. 해외에서 액팅 클래스를 한번 나가봤는데 영어가 부족하고 부끄럽기도 해서 안되겠더라. 배우더라도 한국에서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외 모델들으 여름과 겨울에 한번씩 휴가로 한국에 온다. 그때마다 한달씩 와서 개인레슨을 받았다. 그러면서 나도 그런 표현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 첫 작품에서 이정재 등 대선배들과 호흡을 맞췄다. 촬영 전에 긴장과 부담이 많았을 것 같은데 같이 호흡을 맞춰본 소감은? ▲ 이정재 선배님이 너무 잘해주셨다. 처음 전체 리딩 때 너무 떨렸다. 앞에는 정재 선배님 옆에는 박해수 선배님. 그나마 옆에 유미가 있어서 기대고 위로받았다. 정재 선배님이 처음 리딩 하는 날 저녁식사 자리에서부터 엄청 잘 해주셨다. '우리는 동료야' 그렇게 해주시고 '하고 싶은거 다 하라'고 해주셨다. 감독님께 OK가 나도 내가 살짝 아쉬워하면 선배님이 먼저 '아쉬우면 한 번 더 해'라고 해주셨다. 대선배라 긴장되고 불편한 느낌보다 동네 오빠들, 동네 언니들 같은 느낌이 더 많았다.

- 이정재가 새벽과의 경마장신 비하인드를 공개했다. 이정재 애드리브 때문에 실제로 웃었다던데? 촬영 중 실제로 빵 터질 만큼 재미있었던 순간들이 있는지 궁금하다 ▲ 나랑 부딪히고 엎어져서 '괜찮아요 학생?' 하는거였다. 선배님이 즉흥적으로 커피를 주워주시는데 그 행위 자체보다 빨대를 어떻게든 꽂아주려고 하셨다. 급박한 상황에서 빨대를 어떻게든 꽂아주려고 애쓰는 모습이 너무 기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웃으면 안됐는데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졌다. 촬영하며 즐거운 순간이 많았다. 대사 가지고 많이 놀았는데 현장에서 실제 그 대사를 하면 뒤에서 장난치던 생각이 나서 웃음을 참지 못했던 경우도 있다. 울음을 참지 못한 신도 있다. 지영이와의 신에서 울면 안되고 앉아서 그냥 대화를 나누는 신이었다. 내가 새벽이 공부를 하며 일기를 썼기 때문에 갑자기 눈물을 흘렸다. 그때 유미가 웃긴 표정을 지으면서 울음을 멈춰주려 했던 기억이 있다.

- 극중 새벽이 사망했지만 시즌1을 함께 한 배우로서 시즌2도 기대되실 것 같은데 어떤 스토리가 펼쳐졌으면 하나? ▲ 생각을 안 해봤다. 난 죽었다.(웃음) 나의 상상력보다는 넷플릭스와 감독님, 제작사 대표님의 상상력이 훨씬 더 좋으실 것 같아 그분들에게 믿고 맡기고 기다려보겠다.

- 새벽과 지영이 우정을 나누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 첫 리딩 상대가 유미였다. 굉장히 떨렸는데 유미도 떨렸다고 하더라. 유미가 경력있는 친구라는 걸 알고 있었고 그래서 많이 의지하려 했다. 유미가 동갑인데 잘 받아줬다.내 연기 고민을 이미 겪었을텐데 소중하게 들어주고 같이 고민해줬다. 유미와의 모든 신은 그 전부터 대화를 많이 나누면서 만든 신이다. 첫 연기 파트너로 이런 친구를 만났다는게 큰 행운이라 생각한다. 좋은 선배님이자 좋은 친구이자 좋은 동료였다.

- 극중 새벽은 북한사투리를 많이 쓰지 않는 인물이었다. 감독의 요청이었나? 짧게 등장하긴 했지만 북한 사투리가 어렵진 않았나 ▲ 사투리에 관한 피드백을 잘 알고 있다. 개인적으로 많이 아쉬웠다. 이 친구가 남한에 넘어온지 시간이 꽤 경과했고 어린 나이에 넘어왔다. 남한 사람들 앞에서 북한말을 쓰는게 이점이 없다고 판단해서 남한 사람들과 있을 때는 남한말을 쓰는 걸로, 어린 나이에 넘어와 빨리 고쳤을 것이다'라고 판단했다. 사투리는 동생과 있을 때, 순간 화가 확 났을 때 사용했다. 새터민 선생님들과 함경북도 사투리를 연습했다. 개인적으로 사투리뿐 아니라 연기적으로 부족한 점이 있었다 생각한다. 앞으로는 더 열심히 하겠다. 발전하겠다. '오징어게임'에서는 감독님, 스태프들, 선배님들 덕분이었고 내 개인 역량은 부족하다. 열심히 역량을 키우겠다.

(인터뷰③에 계속)

뉴스엔 이민지 o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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