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결혼 반댈세" 美·中이 'NO'하면 못 합치는 대한항공-아시아나
[편집자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이 1년 가까이 미뤄지고 있다. 우리나라 공정거래위원회와 해외 경쟁당국의 승인이 늦어지면서다. 대한민국 국적 '메가 항공사'의 탄생은 현실이 될까? 그 가능성을 짚어본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 계획이 1년 가까이 표류하고 있다. 우리나라 공정거래위원회를 비롯해 주요국 경쟁당국들의 기업결합 심사가 더디게 진행되고 있어서다. 경쟁당국들은 M&A 승인시 특정 항공노선에서 독과점이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신중하게 접근 중이다.
매출액 등이 일정 수준 이상인 기업은 M&A를 추진할 때 경쟁당국 신고를 거쳐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은 올해 1월 공정위를 비롯해 총 14개 국가 경쟁당국에 신고서를 제출했다. 대한항공은 이 가운데 터키·태국·대만·필리핀·말레이시아 등 5개 국가에서 심사를 통과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EU·중국·일본·베트남·영국·호주·싱가포르 등 9개 국가는 아직 심사를 진행 중이다.
만약 남은 9개국 경쟁당국 가운데 한 곳이라도 '불허' 결정을 내린다면 사실상 M&A가 어려워진다. 그 지역의 노선 사업권을 포기할 경우엔 통합이 가능하지만, 그 곳이 미국·EU·중국·일본 등 핵심 시장이라면 현실적으로 이 역시 쉽지 않다.
종전까지 업계에선 아시아나항공이 '회생 불가 항변' 제도를 적용받아 기업결합 심사를 통과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는 피인수 기업이 회생 불가 상태일 때 경쟁당국이 독과점 우려를 인정하면서도 예외적으로 M&A를 승인하는 제도다.
그러나 이 제도는 적용 요건이 까다롭고, 자칫 '특혜'라는 지적을 받을 수 있어 현실적 대안이 되기 어렵다는 것이 업계와 경쟁법 전문가의 공통된 평가다. 공정위는 지난 1999년 회생 불가 항변을 적용해 현대자동차의 기아자동차(현재의 기아) 인수를 허용했는데, 이후 지금까지 "경쟁당국이 국내 자동차 시장의 독과점을 자초했다"는 원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공정위가 다시 이런 예외 조항을 꺼내들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노선 독과점' 문제를 중심으로 이번 M&A의 경쟁제한성을 심도 있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운항하는 총 143개 국제노선 가운데 양사 통합 시 점유율이 50% 이상이 되는 노선은 32개에 달한다. 일례로 인천에서 출발해 LA·뉴욕·시카고·바르셀로나·시드니·팔라우·프놈펜을 향하는 7개 노선의 경우 양사 점유율이 100%에 달하게 되는 등 독과점 우려가 크다.
일각에선 경쟁당국이 '노선'이 아닌 '슬롯(slot)'의 점유율 변화를 중심으로 심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슬롯은 항공사별로 배분된 공항의 이·착륙 시간이다. 다시 말해 슬롯은 항공기가 특정 시간대에 공항을 이용할 수 있는 권리이기 때문에 항공사들은 효율적인 스케줄 관리를 위해 되도록 많은 슬롯을 확보하고자 한다.
대한항공은 인천국제공항에서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의 여객 슬롯 점유율이 38.5%에 불과해 독과점 우려가 없다고 주장한다. 다만 해외 다른 공항에선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의 슬롯이 독과점을 형성할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슬롯 점유율이 비교적 낮은 경우에도 노선 독과점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공정위가 조건부 승인을 추진한다면 독과점이 발생하는 노선이나 슬롯의 사업권 매각 등을 명령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이런 시정명령을 내릴 경우 공정위는 실제로 해당 사업권을 넘겨 받아 경쟁제한성을 완화할 수 있는 항공사가 있는지 여부까지 사전에 검토해야 한다. 한 경쟁법 전문가는 "이는 한국 뿐 아니라 항공 노선이 연결된 상대국에까지 해당되는 문제"라며 "한국에 노선 사업권을 넘겨 받을 '적절한 사업자'가 있더라도 상대국에는 없다면 사실상 무의미한 시정명령이 될 수 있어 양국 경쟁당국 간 합의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공정위가 대한항공이 일정 기간 동안 항공 요금을 인상하지 못하도록 하거나,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연동해 요금 인상을 최소화할 것을 명령할 가능성도 있다. 독과점에 따른 소비자 후생 저하를 막기 위해서다. 같은 차원에서 대한항공이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각종 서비스를 축소하지 않도록 시정명령을 함께 부과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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