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빈부격차 확대와 차기 정부에 요구되는 대처 방향

2021. 10. 1. 11:4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종윤 < 한국외대 명예교수·前 한일경제협회 부회장 >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를 견디다 못한 자영업자들의 비극적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빈부격차 확대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상태로 치닫고 있음을 상기시켜주는 사례들로, 시급한 대처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러한 사태는 적지 않은 부분이 문재인 정부의 정책 전개와 관련 있다. 하지만 임기가 끝나가는 문 정부에 문제 해결을 기대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최근 들어 왜 빈부격차가 확대됐는지부터 살펴보자. 우선 세계 경제의 흐름에 크게 영향받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1990년대 이후 대두된 주주 자본주의 여파로 미국발 금융위기가 일어났고, 당시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주도로 무제한 통화 발행이 추진됐다. 이 흐름은 여타 선진국 중앙은행들의 보편적 흐름이 되었다. 경기침체 극복에는 어느 정도 기여했으나 주식과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이어져 각국의 빈부격차를 심화시켰다.

게다가 문 정부는 부동산 세율을 인상해 사실상 주택공급 억제 효과를 냈다. 때문에 주택 가격이 폭등하면서 부의 분배구조를 일층 악화시켰다. 뿐만 아니라 청년층까지 ‘영끌·빚투’(영혼까지 끌어모으거나 빚을 내 투자하는 행위)에 몰두하게 함으로써 극히 불안정한 경제구조가 됐다.

작년 초 시작된 코로나19는 현 정부의 최저임금 정책으로 인해 이미 쇠약해져 있던 자영업자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한국은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자영업자 비중이 높아 더욱 피해가 심각하다.

이러한 외부적 요인에다 문 정부는 핵심 경제주체인 기업가 경영활동을 억제하는 제세 인상과 규제 입법화로 기업 활동 위축, 국내 기업의 해외이전, 해외 기업의 국내 진출 억제 같은 결과를 낳았다. 그만큼 안정된 일자리도 줄어들게 됐다.

강성 노조의 불법적 활동을 사실상 방조한 점도 빼놓을 수 없다. 강성 노조 영향 하에 있는 국내 대기업 노동자들 임금 수준은 소득 수준이 높은 선진국 노동자들에 비해 떨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이들 기업에 납품하는 국내 중소기업 임금 수준은 크게 떨어진다. 강성 노조가 불법적 활동으로 기업 생산성을 크게 떨어뜨릴 뿐 아니라 자기 몫을 더 많이 챙겨가면 하청 중소기업의 몫은 적어질 수밖에 없고, 소득 격차가 벌어지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

한국경제의 안정을 위해서는 이상과 같은 문제들에 정면 대응해 빈부격차를 축소하는 정책을 적극 펼쳐야 한다. 그러면 차기 정부가 추진해야 할 경제정책은 무엇인지 짚어보자.

첫째, 민간 기업으로 하여금 시장 수요에 맞춰 주택을 공급할 수 있도록 정책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공급이 증가하면 주택 가격은 자연스레 안정되어갈 것이다. 주택 가격 안정이야말로 빈부격차를 줄이는 확실한 방편 중 하나다.

둘째, 지금과 같은 주주 이익을 극대화하는 주주 자본주의를 약화시키고 주주·근로자·소비자 등 이른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로의 전환을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그렇게 되면 지금과 같은 노사의 극단적 대립을 완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기업의 장기적 발전이 주주 중심 이익 실현이 아니라 근로자에게도 이익이 된다는 것을 확실히 인식시키는 ‘이익 공유 틀’을 만든다면 기업가와 근로자들은 보다 협력해 기업 발전에 매진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4차산업 혁명기로 대폭의 구조조정이 요구된다. 4차산업 혁명은 기존 기술이 불필요해지는 대신 새로운 기술이 요구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노사 간 탄탄한 협력 관계가 구축돼 있다면 불필요해진 기술로 인해 구조조정 대상이 된 기술자들을 새로운 기술로 무장시켜 재배치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되면 노사 간 큰 충돌 없이도 구조조정 추진이 가능해진다.

특정 기업이 새로운 지역에 투자하려 할 때도 마찰을 빚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 역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하에서 관계자들 간 사전 조정이 이뤄진다면 큰 경제적 손실을 초래하지 않고 원만히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요컨대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로 전환해 사전에 이해관계자들을 적정하게 조정하는 시스템을 갖춰놓으면 지금과 같은 격한 노사 대립으로 인해 발생하는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강성 노조의 탈법적 노동행위를 방치하는 것은 우리 기업의 생산성을 크게 떨어뜨린다. 또 강성 노조 조합원인 근로자가 자기 몫을 더 많이 챙겨갈 경우 하청 중소기업 몫은 적어질 수박에 없다.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대기업과 하청기업 간에 원만한 합의를 도출하지 못할 경우 정부가 개입해 적절히 조정하고, 양자 간 임금 격차를 선진국 평균 수준까지 축소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문 정부는 구조조정 등으로 퇴출된 인력에게 세금으로 아르바이트성 잡일을 시켜 고용이 증가한 것처럼 포장하고 있으나, 이렇게 증가한 불안정 고용 및 소득은 소득격차 해소에 큰 도움이 안 된다. 오히려 그 예산으로 퇴출된 근로자들에게 기업이 필요로 하는 기술을 습득시키고 취업을 유도하면 보다 안정된 고용 및 소득 증가로 이어져 소득격차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4차산업 기술을 근로자에게 무장시키는 작업이야말로 차기 정부가 가장 역점을 둬야 할 일이다. 이러한 신기술 활동을 확대·강화해 자영업자 규모를 선진국 수준으로 줄이고, 이들을 일반 기업으로 전입시키는 데 성공하면 소득격차 해소는 물론이고 한국경제를 한층 안정된 상태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한국사회는 경제발전 정도에 비해 갈등과 대립이 심한 불안정한 상태다. 빈부격차 심화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내년 발족할 차기 정부는 이 점을 깊이 인식하고 주주 자본주의를 수정해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를 정립하는 등 한국경제 안정화에 각별한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다.

경제지 네이버 구독 첫 400만, 한국경제 받아보세요
한국경제신문과 WSJ, 모바일한경으로 보세요

Copyright © 한국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