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판 D.P.? "헌병대장, 진급 걸렸다며 가혹행위 은폐 시도"

군사경찰 로고./페이스북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

경기도 한 사단 헌병(군사경찰)대장이 부대 내 가혹행위를 보고받고도 은폐를 시도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달 30일 페이스북 페이지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에는 ‘경기도 모 사단 헌병대장 실태 고발’이란 제보 글이 올라왔다. 제보자는 해당 헌병대장이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벌어진 부대 내 가혹행위를 보고 받고도 은폐를 시도했다며 “현실판 ‘D.P.’”라고 주장했다. 드라마 ‘D.P.’는 탈영병들을 잡는 헌병 내 군무 이탈 체포조(D.P.)의 이야기로, 군대 내 부조리에 관한 내용을 다뤘다.

제보 내용에 따르면 피해 병사는 부대 내 악성 부조리를 지휘계통에 보고했다. 부대 내에서는 ▲폭행(수술한 발목 부위 포함) ▲폭언 ▲욕설 ▲얼굴 및 입 안에 락스가 든 분무기 분사 등의 가혹행위가 벌어졌다고 한다.

그러나 피해 병사는 헌병대장으로부터 “헌병대는 이미지가 중요한데, 이런 사건이 헌병대에서 나왔다면 어떻게 보겠느냐” “징계는 줄 수 있으니 형사처벌 쪽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좋게 끝내보도록 하자” “이런 사건이 밝혀지면 내 진급은 어떻겠냐” 등의 발언을 들었다고 한다.

이후 피해 병사 부모는 헌병대장과의 전화 통화에서 “말하는 뉘앙스가 사건을 덮으려는 것 아니냐”고 항의했다. 이에 헌병대장은 피해 병사를 불러 “사건을 덮으려고 했었다” “큰 사안이 아니라 생각했다” “청원 휴가 보내줄 테니 부모님과 얘기 잘 하고 오해를 풀어 달라”는 식의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이 뿐 아니라 헌병대장은 해당 사건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피해 병사가 자해 및 정신과 상담을 받았다고 밝히자 “왜 옛날부터 쌓아 놨던 일을 이제 와서 보고하냐” “자해를 한 건 너의 잘못도 있다” “군인은 국가의 몸이고 국가의 것이라 자해를 하면 군법에 어긋나는 것” 등의 발언을 했다.

제보자는 “사건 가해자는 적법한 절차대로 조사 및 징계를 받았고 이미 전역 후 검찰청으로 이송된 상태”라며 “하지만 해당 피해자는 지금도 당시 지휘관의 은폐 시도와 언행을 떠올리며 눈치를 보면서 힘겹게 군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잘못된 지휘관 때문에 군인으로서의 자부심을 잃어가고 있다”며 “부디 피해자에게 피해가 없도록 공정하고 투명한 조치가 취해졌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이와 관련 해당 부대는 “관련 사안 인지 즉시 해당 간부를 직무 배제하고 타 부대로 분리 조치했다”고 밝혔다. 이어 “군단 차원에서 감찰 조사 결과 일부가 사실로 확인되어 상급 부대에서 추가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결과에 따라 관련 법규 및 절차에 의거해 엄정 조치할 예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