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공공임대 빈집, 정책 실패의 단면이다

기자 2021. 10. 1.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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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는 "주택은 부족하지 않은데, 다주택자의 탐욕이 문제다"라는 고집으로 4년을 허송하다가 결국은 공급 확대 정책으로 선회했다.

지난해 말 대통령이 방문했던 동탄 신도시 공공임대주택이 아직도 빈집인 사실이 이를 잘 말해 준다.

그보다는 전체 주택시장과 정책에서 공공임대주택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근본 문제부터 다시 생각해야 한다.

공공임대주택의 절대 부족 상태를 벗어났으니 공공에서 꼭 새로 집을 지어야 하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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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재영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문재인 정부는 “주택은 부족하지 않은데, 다주택자의 탐욕이 문제다”라는 고집으로 4년을 허송하다가 결국은 공급 확대 정책으로 선회했다. 그렇지만 어디에 어떤 집을 어떻게 지어서 공급하느냐 하는 문제는 여전히 풀지 못했다. 지난해 말 대통령이 방문했던 동탄 신도시 공공임대주택이 아직도 빈집인 사실이 이를 잘 말해 준다. 당시 대통령은 그 단지에서 가장 큰 집(전용면적 44㎡)을 돌아보면서 “신혼부부 중 선호하는 사람이 많겠다”고 호평했다.

언론에서는 공공임대주택이 너무 작다, 소비자들이 분양주택을 원한다, 공공이 건설하는 주택의 질이 낮다는 등의 문제를 지적한다. 상당 부분 맞는 말이다. 국회에 제출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입주가 시작됐으나 6월 기준 빈집인 공공임대주택 중 98%가 전용 50㎡ 미만의 소형이다. 국토교통부는 2025년까지 임차가구의 25%가 공공임대주택에서 거주하게 한다는 목표를 추진 중이다. 그러나 새 임대주택이 여전히 인기가 없다면 엄청난 사회적 낭비가 초래될 것이다.

물론, 소비자들의 욕구를 모두 충족시킬 순 없다. 소비자 선호가 몰리는 주택의 키워드는 ‘서울·역세권·중형·신축·아파트’ 등이다. 외곽에 조밀하게 짓는 임대주택 건설비만 해도 호당 1억 원 안팎인데, 소비자들의 선호에 맞추기 위해 정부 예산이나 공공기관 부채를 한없이 늘릴 수는 없다. 재원의 한계를 감안하면 중산층이 원하는 만큼 공공임대주택의 크기를 키우자는 제안에 동의하기 힘들다. 소수에게 로또 당첨 행운을 주는 데 과다한 혈세가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전체 주택시장과 정책에서 공공임대주택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근본 문제부터 다시 생각해야 한다.

주택시장은 지역별·유형별·규모별·가격대별 하위 시장들로 나뉘고, 이 하위 시장들이 전후좌우로 연결되는 복잡한 그물망이다. 소비자들도 능력과 선호가 수없이 다양하다. 이 복잡한 시장을 약 2000만 호의 가구와 거의 같은 수의 주택이 서로 짝을 찾아가는 거대한 댄스 파티라고 생각해 볼 수 있다. 가격 신호에 맞춰 돌아가는 이 댄스는 엄청난 정보 처리 기구다. 누가 어디서 어떤 집에 살아야 하는지 스스로 답을 찾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경제력이 부족한 사람들도 건강하고 안전한 주거생활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하지만, 댄스가 멈출 정도로 간섭한다면 온갖 부작용이 생긴다.

현 정부는 다주택자 때리기로 민간임대주택 시장을 위축시키면서, 공급자 역할을 정부가 대신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 결과 소비자들이 원하는 집은 줄어들고 원하지 않는 집이 많이 지어졌다. 시장의 신호를 무시한 또 다른 예는 재건축·재개발 억제 정책이다. 소비자들은 신축 아파트에 살고 싶은데 그 통로를 차단하니 새 아파트 값이 한없이 올라가서 가격 급등의 뇌관이 됐다.

정부가 시장(市場)을 대신할 수 없다. 서울 강남을 잡으려 하지 말고, 저소득층의 주거 안정에 초점을 맞춰 실용적인 정책을 개발해야 한다. 공공임대주택의 절대 부족 상태를 벗어났으니 공공에서 꼭 새로 집을 지어야 하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적절한 규제와 지원으로써 민간의 공급 능력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또, 개발제한구역을 일부 해제하는 문제도 이제는 고려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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