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성장력 추락과 사이비 공약

조해동 기자 2021. 10. 1.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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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융단 폭격을 맞은 현재 한국 경제가 직면한 가장 심각한 과제는 무엇일까.

이와 관련,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8월 26일 "올해와 내년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은 2% 수준으로 낮아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해 모두에게 큰 충격을 줬다.

우리나라 잠재성장률 하락에서 가장 우려되는 점은 속도다.

이런 구조적 변화에 더해 지난해와 올해 코로나19 악재까지 겹치면서 잠재성장률이 급락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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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동 경제부 부장

코로나19 융단 폭격을 맞은 현재 한국 경제가 직면한 가장 심각한 과제는 무엇일까. 사람마다 의견이 다소 다르겠지만, 잠재성장률 하락을 꼽는 전문가가 많다. 이와 관련,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8월 26일 “올해와 내년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은 2% 수준으로 낮아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해 모두에게 큰 충격을 줬다. 잠재성장률은 ‘한 나라 경제의 기초체력’이라고 표현된다. ‘물가상승을 유발하지 않는 최대 성장률’이라고도 한다.

우리나라 잠재성장률 하락에서 가장 우려되는 점은 속도다. 한은에 따르면,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은 2001∼2005년까지만 해도 5.1%에 달했다. 2011∼2015년 3.2%로 낮아졌고,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2021∼2022년에는 2.0%로 추락했다. 20여 년 만에 절반 이하로 뚝 떨어진 것이다. 세계 주요국 중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울 만큼 빠른 추락이다. 전망은 더욱 암울하다. 잠재성장률은 자본투입, 노동투입, 총요소생산성 등 3가지 요인으로 구성돼 있다.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의 자본투입 기여도는 2011∼2015년 1.7%포인트에서 올해와 내년 1.4%포인트로 하락했다. 자본이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저출산·고령화로 노동투입은 잠재성장률을 높이기는커녕 갉아먹고 있다. 노동투입 기여도는 2011∼2015년 0.7%포인트였지만 2019∼2020년 0.1%포인트로 추락했고, 올해와 내년에는 마이너스(-0.1%포인트)로 돌아섰다. 통계청 추계 결과, 우리나라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2017년 3757만 명에서 2067년에는 1784만 명으로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노동투입은 앞으로도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을 끌어내리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우리나라 잠재성장률 하락을 그나마 늦출 수 있는 것은 총요소생산성밖에 없다. 총요소생산성은 기술 개발이나 경영 혁신 등의 영향을 받는 효율성 지표다. 우리나라는 2011∼2015년 0.8%포인트였던 총요소생산성 기여도를 2019∼2020년에는 1.0%포인트로 높이는 데 성공한 적이 있다. 그러나 올해와 내년에는 다시 0.9%포인트로 낮아진다. 한국 경제가 생산성 향상을 위해 쏟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방증이다. 이런 구조적 변화에 더해 지난해와 올해 코로나19 악재까지 겹치면서 잠재성장률이 급락한 것이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내년 3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각 당 후보들이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을 높이기 위한 공약을 내놓고 치열하게 경쟁할 법도 하다. 그러나 현실은 전혀 다르다. 최근 대선 후보들이 내놓는 공약을 보면, 대학 미진학자에 대한 세계여행비 1000만 원 지원, 군 복무를 마친 남성에게 3000만 원 사회출발자금 지급, 청년 원가주택 30만 가구 공급 등 돈 쓸 궁리만 하는 것 같다. 차기 정부 5년은 한국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인지, 성장을 멈출 것인지를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다. 따라서 다가오는 대선에서는 허황한 성장 구호를 외치는 후보가 아니라, 현실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성장 공약을 내놓는 후보를 뽑아야 한다. 그래야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 같은 사이비 성장론이 또다시 횡행하는 일은 피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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