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에 대한 성찰..'내가 늙어버린 여름' 번역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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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버스나 지하철에서, 점점 더 자주 그녀에게 자리를 양보했다. 날이면 날마다 온 사방의 젊은이들이 그녀의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녀에게 무슨 일이 생겼냐고? 나이를 먹었을 뿐이다."
"세상을 이해하지 못하게 되고, 그 세상 밖으로 조금씩 밀려나게 되리라는 것을 상상하지 못했"지만 이제 그런 나이가 갑자기 찾아온 것이다.
나이 듦에 따른 삶의 여유도 저자의 인생에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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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사람들은 버스나 지하철에서, 점점 더 자주 그녀에게 자리를 양보했다. 날이면 날마다 온 사방의 젊은이들이 그녀의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녀에게 무슨 일이 생겼냐고? 나이를 먹었을 뿐이다."
프랑스의 저널리스트이자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교수를 역임한 이자벨 드 쿠르티브롱이 쓴 '내가 늙어버린 여름'(김영사)은 노화에 대한 쓸쓸한 에세이다.
지식인으로, 페미니스트로, 사회운동가로 활발한 활동을 하던 저자는 어느 날 갑자기 나이가 들었음을 깨닫는다.
집을 나선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가스 불을 잠갔는지 신경 쓰이기 시작했고, 청바지에 흰 티셔츠만 입고 나가기가 부담스러워졌으며 꼬리에 꼬리를 무는 비밀번호의 악몽은 디지털 시대에 대한 혐오감을 키웠다.
"세상을 이해하지 못하게 되고, 그 세상 밖으로 조금씩 밀려나게 되리라는 것을 상상하지 못했"지만 이제 그런 나이가 갑자기 찾아온 것이다.
저자는 자신을 지워나가는 데 익숙한 삶을 살았다. 사진도 거의 남기지 않았고, 가족과도 헐거운 인연의 끈만을 유지했으며 자식처럼 애정을 줬던 조카와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모르지만, 연락 없이 지내고 있다.
대신 새로운 것으로 충만한 삶을 살았다. 시간이 날 때마다 히피처럼 세계 곳곳을 주유했고, 보부아르, 콜레트, 오스틴, 울프, 레싱, 모리슨 등을 읽으며 여성성에 대한 자각을 키워나갔으며 각종 사회 현안을 놓고 친구들과 토론하는 걸 즐겼다.
그러나 나이를 먹은 지금은 "여행자의 욕망이 떠나기 시작"했고, 친구들과의 수다는 건강 문제로 결론이 나며 몸에 대한 자신감마저 뚝 떨어졌다.
"늙는다는 건 결국 이런 걸까? 다른 사람들, 그러니까 남자들이나 젊은 사람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존재, 투명 인간이 되었음을 인정해야 할 뿐 아니라 더 나아가 스스로를 숨김으로써, 자신의 몸과 주름을 감춤으로써, 이 보이지 않음이라는 특성을 한층 더 완벽하게 만드는 것이 늙음인 걸까?"
저자는 노화의 시계추를 되돌리고, 프랑스의 미래를 개혁하기 위해 에마뉘엘 마크롱 선거 캠프에서 일하기도 한다.
그러나 미디어, 커뮤니케이션, 금융, 인사 업무, 정치 등의 분야에서 호흡해온 젊은이들의 세계와 지적이고, 대학 중심적이며 문학과 이중문화 지향적인 저자의 세계 사이에 놓인 간극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저자가 느낀 건 두 세계의 충돌과 균열뿐이었다.
이렇게 나이가 들면 우울한 일들이 일어나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나이 듦에 따른 삶의 여유도 저자의 인생에 찾아온다. 저자는 책을 읽고 사유하며, 이제는 조금 편안해진 마음으로 과거를 회상할 수 있게 되고, 머리가 한 움큼 빠진 전 남편의 정수리를 바라보면서 연민의 감정을 느끼기도 한다.
"우리는 너나없이 모두 고통과 도를 넘는 쇠락은 거부하는 입장이지만, 십중팔구, 바라는 대로 거기서 완전히 벗어나는 건 불가능하리라는 걸 잘 안다. 그렇지만 우리 앞에 아직도 순수한 웃음, 끝없이 이어지는 대화, 아무도 쓰러뜨릴 수 없을 정도로 견고한 연대 의식, 늘 함께한다는 암묵적인 동조 의식이 굳건히 버티고 있다는 사실이다."
양영란 옮김. 224쪽. 1만4천800원.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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