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대유' 김만배-권순일 8차례 만남..실제 재판 거래 가능성은

2021. 10. 1.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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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일 전 대법관이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형사사건 대법원 심리기간에 화천대유 소유주 김만배 씨를 여러 차례 만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특정 기간 둘의 만남이 매우 이례적이어서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 규명해야 하지만 대법원 구조상 권 전 대법관이 재판을 왜곡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2부가 심리하던 사건을 지난해 6월 15일 전원합의체로 회부했는데 그 이튿날 김씨가 대법원에서 1시간 머무르며 권 전 대법관을 만난 기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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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 2019년 7월~지난해 8월 9번 대법원 청사 방문
8번 '권순일 대법관실'로 기재..최소 8차례 만남 가능성
만남과 별개로 권순일 재판 영향 가능성은 크지 않아
권순일 없는 2부 배당, 전합 회부 등 소부 결정 영향 못 미쳐
전합 심리 자체는 토론·논의 과정..주도 무관 설득 거쳐야
방문 목적 관련 김씨 해명은 거짓 가능성..향후 규명 필요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 시행사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의 최대 주주 김만배 씨. [연합]

[헤럴드경제=안대용 기자] 권순일 전 대법관이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형사사건 대법원 심리기간에 화천대유 소유주 김만배 씨를 여러 차례 만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특정 기간 둘의 만남이 매우 이례적이어서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 규명해야 하지만 대법원 구조상 권 전 대법관이 재판을 왜곡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과 국회에 따르면 대장동 개발사업 시행사 화천대유 소유주이자 전직 경제지 기자인 김만배 씨는 2019년 7월 16일 부터 지난해 8월 21일까지 총 9차례에 걸쳐 대법원을 방문했다. 이 가운데 8번은 ‘권순일 대법관실’이라고 방문지를 기재했고, 나머지 한 번은 ‘대법관실’이라고 적었다. 대법원이 국회에 제출한 청사 출입 기록을 살펴보면 김씨는 각각 38~81분 정도 대법원에 머물렀다. 이 기간에 적어도 8차례는 김씨가 권 전 대법관을 만났다는 해석이 가능한 셈이다.

언론사의 법조팀장을 비롯한 기자들이 대법관을 만나는 경우가 있지만 특정 시기에 특정 대법관을 8차례 찾아가 만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때 만남이 더욱 눈에 띄는 이유는 퇴임 후 화천대유 고문을 맡아 1500만원 정도의 월 고문료를 받은 사실이 알려진 권 전 대법관이 이재명 경기지사의 직권남용 및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이 지사 사건을 두고 ‘재판 거래’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는 대목이다. 대법원은 2부가 심리하던 사건을 지난해 6월 15일 전원합의체로 회부했는데 그 이튿날 김씨가 대법원에서 1시간 머무르며 권 전 대법관을 만난 기록도 있다.

하지만 당시 재판 진행 상황을 보면 김씨가 권 전 대법관을 만난 것과 별개로, 권 전 대법관이 이 지사에 대한 대법원의 무죄 취지 판결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 어려운 점이 있다. 우선 애초 대법원이 이 지사 사건을 배당한 재판부가 권 전 대법관이 속해 있던 재판부가 아니었다. 이 지사 사건은 2019년 9월 6일 수원고법의 항소심 선고 후 같은 달 19일 대법원에 접수됐다. 이후 2부에 배당됐는데 이 재판부에는 당시 박상옥·조재연·노정희·김상환 대법관이 있었고, 노 대법관이 주심을 맡았다. 권 전 대법관으로선 전원합의체에 회부할 권한은 물론 사건을 심리할 수도 없었던 셈이다.

이 지사 상고심은 지난해 6월 전원합의체에 회부된 후 7월 항소심에서 유죄였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무죄 취지로 파기 환송된다. 일각에선 전원합의체 무죄 판결을 권 전 대법관이 주도했다며, 이번 사건과 관련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하지만 법원행정처장을 제외하고 대법원장과 대법관 전원이 심리에 참여하는 전원합의체 특성상 법 논리나 의견을 주도했다는 것 자체를 문제 삼긴 어렵다. 전원합의체 심리 과정 자체가 서로 의견이 다른 대법관과의 토론과 설득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당시 대법관들은 7(무죄)대 5(유죄)로 결론을 냈다.

김씨는 권 전 대법관 방문 관련 논란이 불거지자 “방문 목적은 대부분 청사 내에 근무하는 후배 법조팀장들을 만나거나 단골로 다니던 대법원 구내이발소 방문이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대법관을 만나기 위해선 부속실의 확인을 거쳐 실제 방문 여부를 확인한다는 점에서 이러한 해명은 거짓일 가능성이 크다. 대장동 개발 의혹은 물론 화천대유 고문과 자문에 참여한 유력 법조인들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두고 검찰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김씨와 권 전 대법관도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때문에 실제 재판 결과에 대한 영향과 별개로, 김씨가 특정 기간에 권 전 대법관을 방문한 이유 및 대화 내용에 대한 규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dand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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