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망치고 富의 약탈 도구로 전락.. 비대해진 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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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남서부에 위치한 앙골라는 석유·천연가스·다이아몬드 등 광물자원이 풍부하지만, 여전히 빈국(貧國)에 속한다.
자원의 저주, 즉 풍부한 천연자원 탓에 오히려 경제성장이 늦어지고 있다.
다만 앙골라는 "자원의 저주" 때문이지만, 영국은 "금융의 저주"가 원인이다.
저자에 따르면 영국의 금융화는 1970년대 이후 본격화됐는데, "금융과 관련한 시장과 기술, 동기와 사고방식이 우리 경제와 사회, 심지어 문화에까지 깊숙이 침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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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의 흑역사 / 니컬러스 색슨 지음 / 김진원 옮김 / 부키
JP모건, 美정부 군사자원 이용
세계요충지에 요금소세워 사업
1990년대부터 자산신탁 부상
부자들의 재산 형성에 큰 기여
금융의 역할 줄이는 게 해결책
유권자들이 힘 합쳐 개혁해야
아프리카 남서부에 위치한 앙골라는 석유·천연가스·다이아몬드 등 광물자원이 풍부하지만, 여전히 빈국(貧國)에 속한다. 자원의 저주, 즉 풍부한 천연자원 탓에 오히려 경제성장이 늦어지고 있다. “권력을 쥔 사기꾼”들은 부패를 일삼고 갈등을 조장했고, 부를 가로채 해외로 빼돌렸다. 대개 언론과 세간의 관심은 여기서 멈춘다. 하지만 “천연자원 자산에서 흘러나오는 돈 때문에 풍부한 자원을 발견하지 못한 때보다 사람들이 ‘훨씬 더 궁핍해질’ 수 있다”는 사실이 더 중요하다.
영국의 경제·정치 저널리스트 니컬러스 색슨은 ‘부의 흑역사’에서 앙골라의 어두운 현실이 영국에서도 되풀이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다만 앙골라는 “자원의 저주” 때문이지만, 영국은 “금융의 저주”가 원인이다. 금융의 저주란 한마디로 “금융 부문이 확장해 합당한 규모에서 벗어나 유용한 역할을 수행할 수 없다면, 이 금융 부문을 지탱하는 국가에 해를 끼친다”는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영국의 금융화는 1970년대 이후 본격화됐는데, “금융과 관련한 시장과 기술, 동기와 사고방식이 우리 경제와 사회, 심지어 문화에까지 깊숙이 침투”했다. 비단 영국뿐 아니다. 세계 각국은 가난하건 부유하건 관계없이 지금 금융의 저주에 빠져 있다.
금융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은행과 보험은 서민들의 살림살이에 적잖은 도움을 주고, 증권사는 각종 산업의 가치를 돋운다. 저자가 저어하는 금융은 “규모가 ‘너무 큰’ 금융이며 권력이 ‘너무 강한’ 금융이며 민주주의로 검증받지 않은 ‘빗나간’ 금융”이다. 너무 크고 강한, 심지어 빗나간 금융은 19세기 말부터 활개를 쳤다. 콜롬비아의 한 주였던 파나마는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과 JP 모건이 “작당해 분리주의자를 무장시키고 지원”하면서 분리됐다. 분리주의자들은 남북 아메리카를 잇는 철도 수익을 독차지하고 싶었고, 운하를 만들어 큰 수익을 얻으려고 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파나마는 콜롬비아에서 독립했지만 “사실상 미국의 지배하에” 들어갔다. 미국이 지정한 공식 재무대리인은 JP 모건이었다. “요지는 월스트리트 일파가 정부의 군사자원을 이용해 교역의 중추 역할을 하는 세계적 요충지에 거대한 요금소를 세우고 사업을 벌였다는 것이다.” 운하에 대한 전권을 파나마 정부가 갖게 된 것은 2000년의 일이다.
중세 기사들이 십자군 원정을 떠나면서 토지와 부동산을 관리할 사람을 둔 것에서 기인한 ‘신탁’은 부자를 더 부자로 만드는 마법을 부린다. 1990년대부터 자산관리가 하나의 산업으로 부상하면서 신탁은 부자들의 재산 형성에 막대한 기여를 하고 있다. 저자는 오늘날 금융이 “경제를 망치는 악당”이 된 이유로 “가치창출”이 아닌 “가치수탈”의 도구로 전락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그 흐름에 경제학자와 언론이 동참하며 “부의 약탈”을 옹호하고 있다. 경제 스캔들 하나에 고구마 줄기처럼 재계, 정계, 관계는 물론 이름 깨나 유명한 사람들이 나오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해결책은 “금융의 역할을 축소”하는 것이다. 우리 경제와 사회에 과세하고 규제하고 감시할 수 있는 민주적 공간을 광활하게 열어 놓는 것이 그 시작이 될 수 있다. 금융의 저주가 초래할 거대한 폭풍에 맞서 “유권자를 개혁으로 결집”해내는 일은 상식을 가진 시민이라면 누구라도 할 수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장동석 출판도시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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