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듦에 대한 솔직한 심경 '오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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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여름 요가 수업을 받다가 늘 해오던 아사나 동작이 점점 더 어려워진 듯한 느낌을 받았다. (중략) 지하철의 계단을 내려갈 때면 거의 매달리다시피 난간을 꽉 붙잡아야 했고, 지하철 안에서는 자리를 양보해 주는 사람이 점점 늘어났다. 고마워해야 하는 건지, 모욕을 받았다고 여겨야 하는 건지 몰라 주춤거렸다. 그렇게 지내던 어느 날, 안과 의사는 나에게 백내장 진단을 내렸다."
책은 매사추세츠공대(MIT)가 그의 이름을 따 이자벨 드 쿠르티브롱 상을 제정할 정도로 시대의 지성으로 꼽히는 작가가 노년과 나이 듦에 대해 솔직한 심경을 풀어놓은 에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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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늙어버린 여름 / 이자벨 드 쿠르티브롱 지음 / 양영란 옮김 / 김영사
“그해 여름 요가 수업을 받다가 늘 해오던 아사나 동작이 점점 더 어려워진 듯한 느낌을 받았다. (중략) 지하철의 계단을 내려갈 때면 거의 매달리다시피 난간을 꽉 붙잡아야 했고, 지하철 안에서는 자리를 양보해 주는 사람이 점점 늘어났다. 고마워해야 하는 건지, 모욕을 받았다고 여겨야 하는 건지 몰라 주춤거렸다. 그렇게 지내던 어느 날, 안과 의사는 나에게 백내장 진단을 내렸다.”
프랑스 출신 미국 작가 이자벨 드 쿠르티브롱은 이렇게 소리쳤다. “백내장이라니! 완전히 노인 질환이잖아!” 늘 신체적 심리적 난관을 슬기롭게 극복해왔다고 자부해온 그지만, 이번에는 변화를 받아들일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는 자신에게 놀랐고, 자신에게 실망했다. “지난 70년 동안 그럭저럭 살 생각만 해왔다. 그런데 지금 와서 그 여정의 끝을 상상하려니 상상이 안 된다. 모든 것의 뒤에 공백만 이어질 거라니….”
책은 매사추세츠공대(MIT)가 그의 이름을 따 이자벨 드 쿠르티브롱 상을 제정할 정도로 시대의 지성으로 꼽히는 작가가 노년과 나이 듦에 대해 솔직한 심경을 풀어놓은 에세이다. 하지만 흔히 노년이나 나이 듦을 다룬 다른 에세이처럼 “이렇게 늙어라, 이렇게 노년을 받아들여라”하는 조언이 없다. 작가는 22편의 자기 고백을 통해 결핍과 우울, 후회로 가득한 솔직한 회고를 들려주며 나이 들었다는 이유로 자신이 쌓아온 많은 것이 부정당할 때 어떻게 이를 직시해나갈 거냐고 묻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진실은 “삶의 마지막 지점에도 삶은 여전히 계속된다”는 것이다.“내가 확신하는 한 가지는 우리 앞엔 아직도 순수한 웃음, 끝없이 이어지는 대화 견고한 연대 의식, 늘 함께한다는 암묵적인 동조 의식이 굳건히 버티고 있다는 사실이다.”224쪽, 1만4800원.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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