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이 사라져 가는 시대.. 神의 존재 통해 '희망' 찾기

박동미 기자 2021. 10. 1.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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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에 대한 믿음이 사라져 가는 시대.

'믿음 없는' 시대라지만, 여전히 누군가는 신의 존재를 통해 내일의 희망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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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는 인간에 대하여 / 한동일 지음 / 흐름출판

신에 대한 믿음이 사라져 가는 시대. 코로나19 이후, 종교에 관해서라면 온통 어둡고 무거운 이야기다. ‘라틴어 수업’으로 30만 독자에게 울림을 줬던 저자가, 새로운 질문을 들고 돌아왔다. “오늘날의 종교는 인간에게 어떤 기다림과 기대감을 줄 수 있을까? 어떤 기쁨과 희망을 줄 수 있을까?” 국내 최초 바티칸 변호사로 그동안 대학에서 라틴어와 로마법 강의를 해 온 그는, 사실 가톨릭 신부다. 신작은 신을 믿는 한 명의 인간이자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오랜 세월 탐구해 얻어낸 결과물. “불완전한” 한 인간의 긴 고민의 흔적이자 나름의 답이다. ‘믿음 없는’ 시대라지만, 여전히 누군가는 신의 존재를 통해 내일의 희망을 찾는다. 아직 발견할 수 있는 게 남아 있지 않을까. 이런 믿음에서, 책은 출발한다.

사실 ‘불신의 시대’보다 신을 믿어 온 인간의 역사가 훨씬 길다. 유럽사에서 종교가 법과 정치로부터 분리된 것도 불과 몇 세기 지나지 않았다. 저자는 역사는 조금씩 다르게 되풀이되지만, 종교와 인간이 함께 걸어온 그 흔적을 살피면 ‘오늘’을 읽을 수 있다고 말한다. 단적으로 흑사병으로 고통을 겪었던 중세의 풍경을 보라. “중세에 끊이지 않았던 종말론에 대한 생각은 기근과 감염병, 전쟁이라는 삼중고에서 비롯된 현격한 인구 감소에 대한 불안감의 표출이었습니다. 공존이라는 질서가 무능력한 정치가와 종교 지도자들에 의해 붕괴되고 가속화된 상황에서 나타난 사회적, 종교적 현상이기도 했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는 어떨까요? (…) 바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출현을 기점으로 인류는 현대를 마감하고, 초현대 시대로 나아가게 될 것이라고 봅니다.” 그러면서 책은 지금의 종교인들을 일갈한다. “지켜야 할 교리에 매여서 내적으로 자기 자신과 자기의 신앙을 깊이 들여다볼 수 없었던 사람에게는 지금 이 시간이 진정한 신앙에 초대된 시간이 아니었을까요?”

책은 그리스도교, 이슬람, 유대교의 성지가 모두 모여 있는 예루살렘에서 한 달간 머문 저자의 경험이 담겨 있어 더욱 특별해진다. 각자의 종교와 신앙을 지키기 위해 분리장벽을 세우고 전쟁도 불사하는 인간의 모습을 마주하며, 가톨릭 신부인 저자조차 신의 존재와 신의 뜻이 어디에 있는지 고민하게 된다. “인간이 그토록 전쟁과 죽음을 불사하면서까지 지키고자 하는 종교적 신념이 결국 동일한 신에 대한 믿음과 영광을 드러내기 위한 것이라는 사실에는 어딘지 모르게 허무한 비애가 있습니다.” ‘신이 우리를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신을 필요로 한다’ ‘신을 거룩하게 만드는 것도, 신을 옹졸하게 만드는 것도 모두 인간에게 달려있다’ 등 저자의 예리하고 사려 깊은 사유의 말들은, 믿는다는 것과 종교의 역할을 숙고하게 한다. 무엇보다, ‘믿지 않는’ 인간에게도 필요한 삶의 중요한 원동력, 즉 희망과 기대감을 다시 품게 한다. 288쪽, 1만6000원.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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