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노트] 국내 최초 탄소배출권 ETF 4종 상장, 투자 전 살펴볼 4가지

이다비 기자 2021. 10. 1.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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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탄소, 탄소하는데 이번에 탄소배출권 상장지수펀드(ETF)가 국내에 처음으로 출시됐다고 하더라고요. 이전에도 탄소 ETF는 있지 않았나요? 탄소배출권은 뭐고 이 ETF에 투자하면 뭐가 좋나요?” 최근에 탄소배출권 ETF가 출시된다는 소식을 접한 투자자들의 궁금증이 이어지고 있다. 탄소배출권 ETF는 무엇일까.

탄소배출권 ETF 4종이 지난달 30일 국내에서 동시 상장됐다. 삼성자산운용의 ‘KODEX 유럽탄소배출권선물ICE(H)’, 신한자산운용의 ‘SOL 글로벌탄소배출권선물IHS(합성)과 ‘SOL 유럽탄소배출권선물S&P(H)’, NH아문디자산운용의 ‘HANARO 글로벌탄소배출권선물ICE(합성)’가 그 주인공이다. 이날 상장한 탄소배출권 ETF 4종은 하루에만 개인 투자자가 100억원넘게 순매수에 나서면서 기분 좋은 첫발을 뗐다.

EU 탄소배출권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① 탄소배출권이란

우선 이름도 생소한 탄소배출권을 알아보자. 단어 그대로 탄소배출권은 이산화탄소·메탄·아산화질소·과불화탄소·수소불화탄소·육불화황 등 6대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각 기업 등은 일정 기간 발생한 탄소배출량이 할당량보다 많으면 탄소배출량이 넘치는 만큼 탄소배출권을 사들여야 한다.

유럽연합(EU)을 비롯한 미국·한국·중국·뉴질랜드 등에서는 탄소배출권거래제(ETS)를 시행하고 있다. 탄소배출권 선·현물 거래는 최초로 ETS를 도입한 EU 내 유럽기후거래소(ECX)에서 가장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탄소배출권은 보관 비용이 없기 때문에 롤오버 비용이 다른 원자재 선물에 비해 낮은 것이 특징이다. 이정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일반적으로 원자재 ETF 등이 롤오버 비용으로 실제 원자재 가격과 가격 차이를 보이는 것과 달리, 탄소배출권 선물의 경우 연말 만기가 도래해도 롤오버 비용에 따른 가격 차이가 크게 나타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② 국내 첫 탄소배출권 ETF, 다른 탄소 ETF와는 뭐가 달라?

국내에 탄소배출권 ETF가 출시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기존에 탄소 관련 ETF인 삼성자산운용의 ‘KODEX 탄소효율그린뉴딜 ETF’ 등 ‘탄소효율그린뉴딜’이라는 이름이 붙은 ETF가 국내 증시에 상장돼 있긴 했으나, 탄소배출권 선물과는 전혀 다른 상품이다.

기존 ETF들은 탄소배출량이 많은 기업을 제외하고 매출액 대비 탄소배출량이 적은 기업을 편입한 상품이다. 한국거래소가 산출하는 ‘KRX·S&P 탄소효율 그린뉴딜지수’를 기초자산으로 설정하고 있다. 탄소효율그린뉴딜 ETF는 우리나라 대기업 종목을 많이 편입하고 있어 코스피200지수를 추종하는 ETF와 비슷하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이로 인해 국내 투자자들은 이전까지는 탄소배출권에 투자하고 싶으면 ‘서학개미’로 변신해야만 했다. 지난해 7월 미국 시장에 상장된 ‘크레인셰어스 글로벌 카본 ETF(티커명 KRBN)’가 대표적인 탄소배출권 ETF이자 유일한 상품이었다. 탄소배출권 열풍을 타고 KRBN 상승률은 연초 대비 무려 61.26%를 기록했다.

높은 상승률을 바탕으로 국내에서도 탄소배출권 관련 상품에 대한 요구가 높아졌다. 이에 부응해 자산운용사들이 탄소배출권 ETF를 국내 증시에 상장하면서 이제 국내 투자자들은 탄소배출권 ETF에 투자하기 위해 밤잠을 지새우지 않아도 된다.

한국거래소가 출시하는 탄소배출권ETF. /한국거래소

③ 국내 탄소배출권 ETF 4종 비교

국내 탄소배출권 ETF 4종은 상품별로 기초지수, 운용비용 등에서 차이점이 있다.

KODEX 유럽탄소배출권선물ICE(H)은 영국 ICE선물거래소에 상장된 유럽 탄소배출권선물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ICE EUA Carbon Futures Index(Excess Return)’를 추종한다. 총보수는 0.64%다. HANARO 글로벌탄소배출권선물ICE(합성)는 ‘ICE Global Carbon Futures Index(Excess Return)’를 추종한다. 총보수는 0.5%다.

신한자산운용이 출시한 두 ETF 중 하나인 SOL 유럽탄소배출권선물S&P(H)’는 ‘S&P GSCI Carbon Emission Allowances(EUA)(EUR)ER’를 기초지수로 추종한다. 또 다른 SOL 글로벌탄소배출권선물IHS(합성)는 ‘IHS Markit Global Carbon Index(Total Return)’를 추종한다. 두 상품은 모두 총보수가 0.55%다.

이처럼 국내 탄소배출권 ETF 4종은 크게 유럽 시장에 투자하는 ETF와 글로벌 시장에 투자하는 ETF로 나뉜다. 유럽 탄소배출권에 투자하는 ETF 2종은 기초자산인 탄소배출권선물에 대해 환헤지를 하는 상품이다. 기초지수의 변동률만 반영해 성과를 결정한다. 글로벌 탄소배출권에 투자하는 ETF 2종에는 직접 운용이 아닌 합성복제방식이 적용됐다.

④ 탄소배출권은 ‘무적의 트렌드’다?

탄소배출권에 투자할 때는 변동성에 유의해야 한다. 수급에 따라 탄소배출권 가격이 급락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탄소를 급감시키면 자연스레 탄소배출권 수요가 줄게 되고, 관련 상품인 탄소배출권 ETF 가격 또한 급락할 가능성이 있다.

투기적 거래도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이 연구원은 “탄소배출 규제대상 기업들은 (단기간 내 가파른 가격 상승에 대해) 배출권 시장 내 투기적 거래자들이 가격을 왜곡시키고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에 따르면 실제로 올해 들어 투기적 순포지션의 증가와 함께 탄소배출권 가격 상승 흐름이 나타났다. 탄소배출 규제 대상 기업들이 연말까지 부족한 할당량을 구매해야 하는 상황에서 투기적 거래자들은 가격 방향성에 대한 극단적인 베팅으로 가격 왜곡이 가능하다고 이 연구원은 설명했다.

증권가에서는 앞으로 탄소배출권을 긍정적으로 점치지만 탄소배출권은 그 자체로는 내재가치가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엄격히 따지면 탄소배출권은 금과 같이 내재가치가 없는 상품이므로 가격이 계속 우상향만 한다는 보장이 크지 않아서 신중히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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