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기 방문수리 중 감전사.."실적 압박에 위험 내몰려"
[앵커]
얼마 전 고객의 집에서 고장난 세탁기를 수리하던 40대 수리기사가 감전돼 숨지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동료 기사들은 사측의 지속적인 실적 압박으로 위험한 노동 환경에 내몰렸다고 주장했습니다.
방준혁 기자입니다.
[기자]
삼성전자서비스 수리 기사 윤승환 씨는 지난 화요일 세탁기에서 전기가 느껴진다는 접수를 받고 고객의 집으로 향했습니다.
작업에 들어간 지 불과 10분 만에 감전돼 쓰러졌고,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습니다.
사고가 난 곳은 세탁기 한 대가 겨우 들어가는 비좁은 베란다.
윤 씨는 전선을 빼기 위해 세탁기를 옮기다가 급수 밸브가 파손돼 물이 튀면서 참변을 당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동료 기사들은 도저히 안전하게 작업할 수 없는 환경이었다고 말합니다.
<김문석 / 삼성전자서비스서울지회 양천분회장> "(노후 아파트라) 차단기 내리면 냉장고 고장나, TV 고장나, 다른 제품 고장 났다고 연락와요. 세탁기 고쳐야 하는데 (사고난 곳은) 코드를 뺄 수가 없다고요. 누군가 앞에서 끌어주고 잡아주고 했으면 이런 일 없었습니다."
노조는 회사의 실적 압박에 윤 씨를 비롯한 수리 기사들이 위험한 작업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하루 몇 건을 처리했는지, 첫 방문에 수리를 완료했는지 등을 따져 등급을 매기는 상황에서 위험한 작업 환경은 뒷전이 됐다는 것입니다.
윤 씨는 사고 바로 전날에도 실적 미달에 따른 경위서 제출을 요구받았습니다.
<노은진 / 유족> "손에 상처가 너무 많아요. 손 뿐만 아니라 다리에도…이렇게 되고 나서 남편 휴대폰을 보니까 밥 먹을 시간이 없을 정도로 매 시간 시간 계속 일이…"
삼성전자서비스 측은 "직원이 불의의 안타까운 사고를 당해 황망하고 비통한 심정"이라며 "고인과 유족에게 깊은 애도를 전한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사고 원인과 관련해선 경찰 수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며 향후 대책을 수립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연합뉴스TV 방준혁입니다. (b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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