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물류대란에 아이폰 배송 한달..'1인당 휴지 한 팩' 구매 제한도"

이용성 기자 2021. 10. 1.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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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마트와 타깃 등 미국의 대형 유통매장에서 생필품들이 한번 동 나면 물건이 채워지지 않고 매대가 며칠씩 텅텅 비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고 조선일보가 미국 뉴욕 현지발로 보도했다.

물류대란으로 미국 캘리포니아주 롱비치 항구에 컨테이너들이 쌓여있는 모습. /트위터 캡처

조선일보 뉴욕 특파원은 지난 29일 오전(현지 시각) “미국 뉴욕시의 창고형 할인 매장 코스트코. 평소 두루마리 화장지와 키친타월이 진열돼있던 매대가 텅텅 비어 있었고 고객 1인당 휴지 한 팩만 사갈 수 있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지만 남아 있는 물건은 아무것도 없었다”며 “당황한 고객들은 두리번거리다 몇 개 남지 않은 갑티슈를 집어들거나 발길을 돌렸다”고 전했다. 애플 공식 홈페이지에는 신형 스마트폰인 ‘아이폰 13프로’의 배송 기간이 3~4주 소요된다는 알림 문구가 뜬 사실도 확인했다.

해당 기자는 최근 약 2달러(2300원)짜리 유치원생용 그림 일기장을 사려고 뉴욕 시내 일대 대형 매장과 문구점을 뒤지다 수소문 끝에 30여㎞ 떨어진 뉴욕 롱아일랜드 문구점까지 가기도 했다는 경험을 공유하기도 했다. 또 거주 중인 아파트 앞집에 지난 8월 이사 온 이웃은 “플로리다주에서 이삿짐을 부쳤는데 중간 단계에서 화물차 배정이 안 돼 이삿짐이 못 오고 있다”며 한 달 넘게 텅 빈 집에서 각종 일회용품으로 생활하고 있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앞서 지난달 26일 미국이 수입하는 물품의 4분의 1 이상이 통과하는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항과 롱비치항에 컨테이너 수만 개가 쌓여있고, 60척 이상의 화물선이 바다에서 줄지어 입항을 기다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코로나19 사태로부터 미 경제가 빠르게 회복하면서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해운회사, 항만, 트럭 운송, 창고, 철도, 소매업체 등 각 분야의 인력이 모두 모자란 탓에 물류대란이 벌어진 것. 선박이 항구에 정박할 때까지 대기 시간은 3주에 이를 정도로 물류 이동이 지연되면서 나이키와 코스트코 등 글로벌 기업들도 추수감사절과 크리스마스, 새해로 이어지는 ‘대목’을 앞두고 비상이 걸렸다.

WSJ에 따르면 나이키는 연휴 대목에 팔 운동화 재고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고, 코스트코는 키친타월 판매 수량 제한 조치를 재도입했다. 인조 크리스마스트리 가격은 예년보다 25% 이상 비싸졌다.

나이키는 아시아 지역 공장들로부터 북미 지역으로 화물 컨테이너를 옮기는 데 약 80일이 걸린다고 밝혔다. 코로나19 대유행 이전의 2배에 해당하는 기간이다.코스트코는 제품을 실어나를 트럭 또는 기사를 구하는 데 애를 먹으면서 키친타월 외에 휴지와 생수 판매 수량까지 제한하기로 했다.

물류 배송이 지연되는 와중에도 LA·롱비치항은 평일에도 몇 시간씩 문을 닫는 데다 일요일에는 아예 쉬고 있다. 아시아와 유럽의 주요 항구들이 24시간 내내 운영되는 것과는 대조를 이룬다.독일 해운회사 하팍로이드의 북미지역 사장 우페 오스터가드는 WSJ에 “현재 이들 2개 항구의 업무 스케줄은 전체 수용능력의 60∼70%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항만 적체 현상을 둘러싸고 물류망에 참여하는 각자가 서로를 비난하기 바쁘다고 WSJ는 지적했다.해운회사와 항만 관계자들은 트럭 기사들이 약속한 시간에 나타나지 않아 화물을 빨리 옮기지 못한다고 불만을 털어놓고 있지만, 트럭 기사들은 화물터미널 혼잡 탓에 다음 약속 장소로 이동하는 시간이 지연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해운회사들이 항구에서 빈 컨테이너를 빨리빨리 치우지 않는다는 비판도 제기된다.국제항만창고노동자조합(ILWU)은 앞으로 3교대 근무와 주말 근무에 나서겠다면서도 항구에 쌓여있는 컨테이너부터 치울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올해 들어 LA항에서 처리하는 컨테이너 양은 작년보다 30% 증가했으나, 화물트럭 운행은 단 8%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동부쪽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LA·롱비치에 이어 미국에서 두 번째 규모인 뉴욕·뉴저지항에도 20척 이상의 화물선과 유조선이 항구에 들어가지 못해 롱아일랜드 앞바다에서 대기 중이라고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이 전했다.

물류대란은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영국은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의 부메랑을 맞고 있다. 그동안 대형 트럭 운전은 주로 동유럽 출신들이 맡았는데, 이들이 브렉시트로 영국을 떠나면서 휘발유와 각종 물품 수송이 큰 차질을 빚고 있다. 주유 대란으로 암 환자 등 응급 환자를 이송할 구급차 운행이 지연되자 치료를 연기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영국 정부는 급히 군 운전병 150명을 훈련시켜 연료 수송 등에 투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말레이시아⋅필리핀⋅인도네시아⋅베트남 등 동남아 지역에서는 코로나 확산으로 공장 문을 닫으면서 차량용 반도체와 각종 소비재 등의 생산 일정에 큰 차질을 빚고 있다. 이 여파로 미국과 유럽, 아시아 각국이 연쇄적으로 생산과 소비에 타격을 입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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