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써야 이기는 게임' 버린 엔씨..글로벌 영토 넓히려는 '빅픽처'

장도민 기자 2021. 10. 1.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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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택진 '변화' 의지 드러낸지 2주만에 리니지W 과금 요소 대폭 축소 발표
"국내 소수 고과금러에 집중된 수익구조, 전세계 다수 이용자에게 분산"
이성구 엔씨소프트 리니지 그룹장이 리니지W 2차 쇼케이스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캡처) © 뉴스1

(서울=뉴스1) 장도민 기자 = 엔씨소프트가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서 야심차게 개발한 '리니지W'에 기존 리니지식(式) 비즈니스 모델(BM)을 대부분 적용하지 않기로 하며 사업 전략에 일대 변화를 단행했다.

그간 엔씨소프트는 국내 소수의 '헤비유저(고과금 이용자)'에게 초점 맞춘 BM으로 성장해 왔으나, 올해 '트릭스터M'과 '블레이드&소울2(블소2)' 등 리니지식 BM을 적용한 신작이 잇따라 혹평을 받으면서 주가가 급락하는 등 위기론에 휩싸였다.

이에따라 이번 BM 변경 결단으로 엔씨소프트는 국내와 달리 고과금 BM이 통하기 어려운 해외시장 이용자들의 성향에 맞춰 과금 부담을 낮추는 동시에 기존 비난 여론을 잠재우는 효과까지 노릴 수 있게 됐다.

◇엔씨 과금부담 줄인 파격 BM 발표…수익성 약화에도 주가 급등

지난 30일 엔씨소프트는 '리니지W' 2차 쇼케이스를 통해 오는 11월 4일부터 서비스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과도한 과금 유도로 혹평을 받았던 기존 BM의 대부분을 적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론칭 시점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비슷한 BM조차 적용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이날 발표자로 나선 이성구 엔씨소프트 리니지 그룹장은 "변신과 마법인형을 제외한 다른 메인 BM은 전혀 기획하지 않았다"며 "패키지의 경우에도 변신이나 마법인형, 일부 소모품에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는 정도로만 구성했고, BM액세서리 슬롯 자체도 만들지 않았으며, 아인하사드의 축복 시스템이나 용옥 같은 월정액 상품도 도입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어 "리니지W를 서비스 종료하는 그날까지 아인하사드의 축복 같은 시스템과 유사한 어떤 콘텐츠도 내놓지 않을 것을 약속한다"고 강조했다. 기존 리니지 시리즈에서는 아인하사드의 축복을 구매해야 아데나, 경험치 획득률을 높이고 비각인(거래 가능) 아이템을 얻을 수 있었다.

이와 함께 개인 간 거래 시스템을 부활시키기로 했다. 현재 리니지 시리즈에서 거래를 하기 위해서는 게임사가 제공하는 거래 전용 재화를 구입한 뒤 다른 판매자가 거래소에 올려둔 아이템을 구입해야 해 실제 거래 비용 이외에도 게임사로부터 거래용 재화를 사는 추가 비용이 들었다. 또 거래소를 통해야 하다 보니 수수료도 추가로 들어가 고가의 아이템을 거래하기 위한 부담이 컸다. 엔씨소프트는 이런 거래시스템 없이 게임 속에서 번 돈으로 개인 간 자유롭게 아이템을 거래하면서 시장가격이 형성되는 초기 리니지 형태로 돌아가기로 했다.

이번 파격적인 발표는 지난 17일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전 직원들에게 "과거의 성공 방정식은 이미 지난 이야기"라며 반성과 변화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낸 지 약 2주 만이다. 이날 엔씨소프트는 리니지W의 BM 발표에 이어 리니지M과 리니지2M에서도 아인하사드 시스템을 없애겠다고 선언했다.

엔씨소프트의 발표 직후 블소2 출시 전(8월25일) 83만7000원에서 50만원대로 주저앉은 엔씨소프트의 주가는 곧바로 60만원대까지 올랐다. 엔씨소프트 주가는 2차 쇼케이스 당일에만 전거래일 대비 5.05% 올랐다. 스스로 이전보다 수익성을 약화시켰다는 발표를 했음에도 주가가 되레 급등하는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주가가 오른 것은)이번 발표가 엔씨소프트의 수익모델이 약화됐다고 보기보다 이용자 영역이 넓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더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단기간 내 BM 확 바꾼 엔씨소프트, 어떻게 가능했을까?

엔씨소프트가 단기간 내에 파격적으로 BM을 바꿀 수 있었던 것은 단순히 이용자들의 과금부담을 낮춰 비난 여론을 잠재우려는 목적으로만 보기 어렵다.

엔씨소프트가 단기간 내 스스로 수익성을 크게 약화시킬 수 있는 것은 '리니지W를 통한 글로벌 시장 진출'과 시기가 맞물렸기에 가능했다는 추측이 나온다. 국내 소수의 고과금러들에게 집중해 온 BM의 강도를 낮춰서 전 세계 다수의 이용자들에게 분산시킨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김 연구원은 "장기적으로 보고 지역 기반을 넓혀서 이용자들의 숫자를 늘리려는 것"이라며 "엔씨소프트는 이미 해외에서 성공 가능성을 본 상태다. 실제 지난 상반기 리니지2M의 매출 약 2000억원 중 약 800억원이 해외에서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리니지W는 북미와 유럽까지 진출하려는 상황이어서 기존 리니지 시리즈와 달리 과금 체계를 약하게 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게임업계에서도 이번 엔씨소프트의 발표를 두고 글로벌 시장 진출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주를 이루고 있다.

한 게임사 관계자는 "엔씨소프트가 해외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리니지W의 BM을 약하게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파격적으로 약화된 BM을 발표해 과도한 과금 유도 시스템에 대한 부정적인 목소리를 없애는 효과까지 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jd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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