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km' 외국인 불펜 전환, 5강 희망 되살릴 노림수일까

조형래 2021. 10. 1. 08:2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사진] 롯데 자이언츠 제공

[OSEN=조형래 기자] 결국 선발로 자리 잡지 못한 외국인 투수가 선발에서 불펜으로 전격 전환했다. 전격적인 결정은 5강의 희망이 될 수 있을까?

롯데는 지난달 30일 사직 KT전에서 8-4로 승리를 거뒀다. 선발 댄 스트레일리의 6이닝 무실점 역투, 그리고 타선이 맹타를 휘둘렀다. ‘천적’으로 힘을 쓰지 못했던 KT 선발 배제성을 3이닝 7실점(5자책점)으로 무너뜨렸다.

그러나 이날 롯데 불펜 운영이 특이점이 있었다. 외국인 투수 앤더슨 프랑코가 선발 스트레일리에 이어 8-0으로 앞선 7회초, 두 번째 투수로 등판했다. 지난 26일 고척 키움전 3⅓이닝 7실점으로 난타 당한 뒤 3일 휴식 후 불펜으로 마운드에 올랐다.

프랑코가 마운드에 올라온 상황이 다음 선발 등판을 앞두고 불펜 피칭을 실시하는 것인지, 아니면 불펜 투수로의 본격적인 전환을 의미하는 것인지는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일단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 7회초 선두타자 황재균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힘으로 윽박질렀고 마지막 공은 전광판에 160km까지 찍혔다. 사직구장의 관중석은 술렁였다. 스포츠투아이 공식 기록은 157.8km였지만 올해 최고 구속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었다(사직구장 전광판 스피드건은 다른 구장보다 구속이 더 나오는 편이다).

하지만 이후 허도환, 신본기에게 연속 안타를 허용했다. 그리고 1사 1,2루에서 조용호에게 2타점 2루타를 얻어 맞았다. 좌익수 정면으로 향하는 라인드라이브 타구였지만 타구가 조명탑에 들어가며 좌익수 신용수는 낙구 지점을 잃었고 담장까지 타구가 글러갔다. 프랑코로서는 망연자실했지만 신용수로서도 불가항력적인 상황이었다.

이후 프랑코는 흔들렸다. 김민혁을 좌익수 뜬공 처리했지만 배정대에게 중전 적시타를 얻어 맞으며 3실점 했다. 이닝은 쉽게 끝나지 않았다. 강백호에게 볼넷을 허용, 2사 1,2루 위기가 계속됐다. 장성우를 삼진 처리하며 불펜 전환 첫 경기를 우여곡절 끝에 마쳤다. 1이닝 33구 4피안타 1볼넷 2탈삼진 3실점.

경기 후 래리 서튼 감독은 “프랑코 불펜 기용은 최근 불펜 강화를 언급한 적이 있는데 그 일환이다. 오늘이 프랑코의 불펜 전환 첫 날이다”라고 설명했다. 프랑코는 이제 잔여 시즌 불펜 투수로 시즌을 마무리하게 될 전망이다.

사실 롯데로서도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풀이된다. 사실상 고육책이다. 프랑코는 올해 선발로 25경기 9승7패 평균자책점 5.46(127이닝 77자책점)으로 부진했다. 들쑥날쑥한 투구로 좀처럼 계산이 서지 않았다. 경기마다 달라졌고 경기 중에도 기복이 있었다. 9월 평균자책점은 8.88에 달했다. 

일단 150km가 넘는 패스트볼을 전혀 살리지 못했다. 구단도 영입 당시부터 인지하고 있었던 무딘 볼 끝은 패스트볼의 위력을 반감시켰고 KBO리그 타자들의 정확한 컨택에 철저하게 공략 당했다. 더불어 공인구 적응 문제로 주무기 체인지업 구사에 애를 먹었다. 대신 슬라이더를 발전 시켰지만 두 구종이 완벽하게 패스트볼을 보좌하고 조화를 이루지는 못했다. 결국 꾸준하지 못했고 장점이 사라졌고 단점은 더욱 부각됐다.

구단이 전격적으로 결단을 한 만큼 프랑코가 불펜에서 교두보 역할을 해줘야 한다. 최준용, 구승민, 김진욱, 김원중 등 필승조와 그 외 투수들 간의 간극을 좁힐 수 있는 매개체로 프랑코가 될 수 있다. 이날 경기에서 황재균을 삼진 잡았을 때처럼 힘을 응축시켜서 짧은 이닝을 상대한다면 무브먼트가 거의 없더라도 구속 자체로 상대 타자를 찍어 누를 수 있는 가능성을 엿봤다. 하지만 동시에 상대 타자들이 빠른공만 노리고 들어올 경우 난타 당하기 쉽다. 허도환, 조용호 모두 패스트볼을 받아쳐 정타를 만들었다. 신본기 역시 때린 구종은 체인지업이었지만 141km로 패스트볼 타이밍에 배트가 걸린 것으로 보였다.

또한 신용수의 아쉬운 플레이 이후 프랑코는 좀처럼 안정을 찾지 못했다. 8점 차라는 큰 점수차로 앞선 상황에서 실책성 수비가 나오더라도 마음을 다잡아야 했다. 하지만 흔들리는 기색이 역력했다. 향후 중요도가 높은 상황에서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있다. 선발로 83개의 4사구(63볼넷+20사구)를 내준 제구력도 불펜에서 나아질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

만약 프랑코를 불펜으로 돌려서 시즌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한다면 불펜진 과부하도 줄이면서 중위권 추격에 좀 더 동력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당연히 위험부담도 있다.. 후반기 더블헤더 일정으로 선발진이 부족한 상황에서 국내 투수로만 선발진을 꾸려야 하는에 이 선수들이 제 몫을 못할 경우 되려 불펜진에 부담으로 다가온다.

과연 프랑코의 불펜 전환이 어떤 결말로 다가올 수 있을지, 롯데의 남은 시즌을 지켜보는 관심사가 될 전망이다.

/jhrae@osen.co.kr

Copyright © OSE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