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폭탄' 조현병의 범죄라고? 관련 보도에 행정지도

김예리 기자 2021. 10. 1.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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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N 이웃 살인사건에 조현병 강조 "단독 유지하려···"
지원자 부풀리기 TV조선 '주의', 병원 연결한 등록PP "과징금·프로중지 고려해야"

[미디어오늘 김예리 기자]

이웃살인 사건 용의자의 조현병 병력을 강조하면서 근거 없이 범죄와 연관성을 시사한 MBN 보도를 두고 방송심의위원 의견이 갈린 끝에 행정지도가 결정됐다. 소명을 위해 출석한 MBN 데스크들은 문제 보도를 만회할 후속보도를 했다고 호소했지만 외려 보도에서 정신장애인을 '시한폭탄'에 비유해 질타를 받았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30일 오후 방송심의소위원회를 열고 MBN '종합뉴스'에 행정지도 가운데 가벼운 축에 속하는 의견제시를 의결했다. MBN은 지난 5월5일 저녁 종합뉴스에서 “조현병을 앓던 40대 남성 A 씨가 길을 지나던 60대 남성을 공격했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조현병 병력이 있어 약을 복용 중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며 조현병과 범죄의 연관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조현병과 범죄의 상관관계는 오히려 보도 내용과 반대에 가깝다. 정신장애인이 범죄의 가해자가 될 확률보다 피해자일 확률이 더 높다. 스탠퍼드대 크럼프 교수팀 2013년 연구에 의하면 유형을 불문하고 정신질환을 지닌 이들이 피살될 위험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4.9배 높다. 반면 조현병 환자 범죄율은 일반 범죄율보다 낮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에 따르면 국내 조현병 유병률은 1%인 반면 전체 범죄 중 가해자가 조현병 환자인 사건의 비율은 0.04%다.

▲지난 5월5일 MBN 보도 갈무리

의견진술에 출석한 MBN 데스크는 취재 과정에서 정신장애가 범죄에 영향을 미쳤다는 증거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타사와 취재 경쟁에서 '단독'을 유지하기 위해 관련 내용을 적시했다고 했다.

장광익 MBN 사회부장은 “입이 12개라도 할 말이 없다”며 “밤 사이 취재한 사건을 다음날 아침 단독보도했는데, 기자들 사이 아침과 저녁 뉴스는 달리 나가야 한다는 (관행)그런 게 있다. (저녁뉴스에) 새로 업데이트해 보라고 하는 과정에서 해당 내용이 취재돼 들어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른 몇 매체에서 추가취재를 해서 연속 보도하니, 단독보도한 기사를 끌고 가야겠다는 생각”이었다고 했다.

MBN 데스크들은 문제 보도를 만회하는 차원에서 조현병 환자의 인권과 관련한 보도를 다수 해왔다고 밝혔으나, 이들 기사에서 조현병에 대한 편견을 조장하는 대목이 발견돼 되레 문제의식이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다. 지난 5월24일 “잠재된 시한폭탄 조현병 범죄…의사 없이 경찰이 판단?” 보도다.

정민영 위원은 “조현병이 있는 이들을 '시한폭탄'이라 표현해 다가가선 안 되는 존재로 그리고 있지 않나. 부적절하다”고 했다. 윤성옥 위원도 “심의 안건보다 더 문제는 후속으로 냈다는 기사다. 문제를 자각하지 못했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두 데스크는 각각 “언급하면서 저도 그런 생각을 했다”, “죄송하다”며 문제를 시인했다.

위원들 의견은 행정지도 3인, 법정제재 2인으로 갈렸다. 적용 조항은 지난해 말 신설된 '범죄사건 등 보도' 5항으로, “객관적 근거 없이 정신질환을 범죄행위의 원인으로 단정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밝히고 있다.

황성욱 위원은 “주의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는 과정이고 관련 규정이 지난해 들어선 지 얼마 안 된 상황에서 이를 적용한 첫 안건에 법정제재를 주는 건 과다하다는 생각”이라며 의견제시를 냈다. 이광복 소위원장과 이상휘 위원도 동의해 다수 의견으로 의견제시가 결정됐다. 윤성옥·정민영 위원은 “MBN에만 해당되는 문제라고 보지 않지만 보도제작 현장에서 인권 관련해 반복되는 문제에 대해 명확히 입장을 전달할 필요가 있다”며 '주의' 의견을 냈다.

▲TV조선 '내일은 미스트롯2'

한편 TV조선 '내일은 미스트롯2'은 오디션 지원자 수를 실제 규모보다 2배 넘게 부풀려 밝혀 '객관성' 조항 위반으로 법정제재를 받게 됐다. TV조선 재승인 요건에 저촉되는 제재로는 두 번째다.

미스트롯2은 지난해 12월17일 경연 출연자를 소개하면서 “지원자 총 2만명”이라며 “역대 최다”라고 강조했지만 실제로는 7349명이었다. 전수경 제작본부 예능제작국 PD는 의견진술에 출석해 “호응과 관심을 유발하려 과장된 자막을 사용한 데 깊이 반성 중이다. 죄송하다”고 했다. 전 PD는 집계 경위에 대해 “TV조선 공식 메일 용량에 한계가 있어 다음 메일을 연동해 사용했다. 중복된 지원서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황 위원을 비롯한 4명의 위원이 법정제재 '주의' 의견을 냈다. 황성욱 위원은 “모집이 지난해 10월31일로 끝났음에도 12월17일 방송일까지 제대로 수치를 확인하지 않았고, 역대 최다라는 추상적인 표현이 아니라 '2만'이라고 숫자를 명시했다”며 “고의가 아니라도 대단한 중과실로 여겨진다”고 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해 TV조선을 재승인하며 그 조건으로 '객관성' 등 위반 법정제재 건수를 매년 5건 이하로 유지할 것을 밝힌 가운데, 관련 법정제재가 올해로 2건이 됐다.

한편 의료정보 프로그램 화면에 출연 의사가 속한 병원으로 연결하는 전화번호를 띄우는 방송을 내보낸 가요티비와 메디컬TV, 동아TV, 텔레노벨라 등 등록채널 4곳이 무더기 법정제재를 받았다. 수위는 경징계인 주의였으나 심의위원들은 등록채널 집중모니터링을 통해 과징금이나 프로그램 중단 등 처분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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